이차성 부갑상선 항진증의 치료제 Evocalcet 경구제 [24년 겨울호]
편집부
| 2024-12-04 09:45:27
말기신부전 환자 중 투석을 받는 환자의 80-90%가 이차성 부갑상선항진증(secondary hyperparathyroidism, SHPT)을 보이고 있어, 신장내과 전문의들은 투석환자의 이차성 부갑상선 기능항진증 치료에 대해 항상 고민한다. 현재 KDIGO CKD-MBD 가이드라인에서는 투석을 받는 CKD stage 5D환자에게는 calcitriol이나 비타민 D 유사체(VDRA), calcimimetics 등의 치료 옵션을 모두 1차 약제로 권고한다. 이 약제들의 단일 요법 또는 calcimimetics and calcitriol 혹은 VDRA 병용 요법을 통해 intact PTH(iPTH) 수치를 적절히 조절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현재까지 사용하던 calcimimetics는 주로 시나칼셋(레그파라정)으로, 2010년에 우리나라에 도입되어 투석환자의 SHPT 치료에서 지금까지 표준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오늘 소개할 약제는 시나칼셋과 작용기전 및 효과는 동등하나, 기존의 시나칼셋에서 문제가 되었던 몇 가지 우려되는 부작용을 줄인 에보칼셋(올케디아정)이다. 에보칼셋은 나프틸알킬아민 골격을 지닌 칼슘수용체 작용제로, 시나칼셋과 동일한 기전을 가지고 있다. 즉 부갑상선의 칼슘 감응성 수용체(calcium-sensing receptor, CaSR)에 작용하여, 이 수용체의 감도를 높여 혈중 칼슘 농도의 상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한다. 이는 부갑상선에서 낮은 칼슘 농도에도 충분히 반응하여 PTH의 분비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하지만 기존에 사용하던 시나칼셋은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1) 위장관 부작용이 있어 충분한 용량조절이 어려웠고, 2) CYP2D6 inhibitor로서 이 효소에 의해 대사되는 다른 관련 약물들과 drug interaction이 우려되었다. 또한 3) 생체이용률(bioavailability)이 7.9-24.4%로 다양하게 보고되어 있어 일관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번에 새로 사용 가능한 에보칼셋은 기존 시나칼셋의 위 3가지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구조적으로 변형된 약제다. 아래 [그림 1]에서 보듯이, 시나칼셋 중심의 링커 부분을 cyclization하여 CYP2D6의 기질이 되는 염기성 아민(NH기) 주변 환경이 입체적으로 방해되어 CYP2D6 저해 작용을 줄였다. 또한, 벤젠환 부위에 카르복실기(COOH)를 도입하여 대사 안정성이 개선된 결과, 생체이용률을 향상시켰다.
에보칼셋과 시나칼셋을 비교한 연구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올케디아 경구 투여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진행된 2상, 다기관, 무작위배정, 위약 대조, 이중 눈가림연구이다(PLoS One 2018 Oct 31;13(10):e0204896). 이 연구에서는 0.5, 1, 2 mg 용량의 올케디아 또는 위약 또는 25 mg 용량의 시나칼셋을 3주 동안 1일 1회 경구 투여하고, 치료 종료 후 1주간 추적조사하여 iPTH수치의 변화를 확인하였다.
그 결과 치료 종료 시 베이스라인 대비 혈청 iPTH 수치의 평균 변화율(95% CI)은 올케디아 0.5 mg 치료군에서 -8.40%, 1 mg 치료군에서 -10.56%, 2 mg 치료군에서 -20.16%, 위약 치료군에서 5.44%, 시나칼셋 25 mg 치료군에서 -25.86%로 나타났다. 이 2상 시험을 통해 에보칼셋 1 mg 이상의 용량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되었으며, 특히 에보칼셋 2 mg 용량이 시나칼셋 25 mg과 유사한 iPTH 감소효과를 보여, 더 낮은 용량에서도 생체이용률이 향상됨을 입증하였다.
다음으로 소개할 연구는 일본에서 진행된 3상 임상연구로, 에보칼셋과 시나칼셋의 head-to-head 연구이다(Kidney Int. 2018;94(4):818-25). 이 연구는 혈액투석을 받은 62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였으며, 혈청 iPTH 수치가 <500 pg/mL인 환자는 1 mg 용량으로, iPTH 수치가 ≥500 pg/mL인 환자는 2 mg 용량으로 에보칼셋을 시작하였다. 시나칼셋은 25 mg 용량으로 시작했고, 두 군 모두 28주의 용량조절기간과 2주의 평가기간을 설정하였다. 연구 결과, 하루 평균 용량은 올케디아 3.5 mg, 시나칼셋 49.2 mg이 사용되었으며 iPTH 감소효과는 두 군 간에 동일하게 나타났다. iPTH 목표수치(60-240 pg/mL)에 도달한 환자군 역시 에보칼셋에서 72.7%, 시나칼셋에서 76.7%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반면, 위장관 부작용은 에보칼셋에서 유의미하게 낮게 보고되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연구는 에보칼셋의 아시아 3상임상인 ORCHESTRA 연구이다(Kidney Int Rep (2023) 8, 2294–2306). 이 연구는 중국, 홍콩, 한국, 대만에서 진행되었으며, 총 403명의 환자가 등록되었고 이 중 70%이상은 iPTH수치가 500 pg/mL 이상인 환자였다. 국내 연구진도 참여한 이 연구는 에보칼셋과 시나칼셋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한 52주 장기 연구이다. 아래 [그림 2]에서 볼 수 있듯이, 기존 연구와 동일하게 에보칼셋의 시작 용량은 PTH level에 따라 1 또는 2 mg로 나누어 투여했고, 시나칼셋은 25 mg로 시작하였다.
그 결과 평균 iPTH 감소율은 에보칼셋 그룹에서 34.7%, 시나칼셋 그룹에서 30.2%로 나타났다(table 1). 평균 에보칼셋 투여하는 환자의 60-70%가 baseline iPTH 수치보다 30% 이상의 감소 효과를 보였다. 특히, iPTH 수치가 높은 중증 SHPT환자일수록 에보칼셋이 더 큰 iPTH 감소 효과를 보였다(table 2). 또한, 위장관 부작용은 에보칼셋 그룹이 시나칼셋 그룹보다 유의미하게 낮았다(33.5% vs. 50.5%, p=0.001). 즉, 에보칼셋의 효과는 시나칼셋에 비해 비열등하며, 위장관 부작용과 다른 약제와의 상호관련성은 적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에보칼셋은 실제 임상에서 사용을 충분히 고려할 만하며, 2024년 10월에 건강보험 급여를 승인받아향후 혈액투석이나 복막투석을 받는 환자들의 SHPT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에보칼셋의 효능과 안전성은 1) 기존 cinacalcet 사용 경험여부와 무관하며, 2) 현재 비타민D 유사체가 처방되고 있는 환자에서도 동일하게 유지되었고, 3) 복막투석 환자에서도 안정적으로 확인되었다.
에보칼셋의 큰 장점 중 하나는 기존 시나칼셋이 25 mg로 시작해 100 mg까지 증량하는 것에 비해 에보칼셋은 1 mg부터 투여가 가능하고, 1 mg단위로 세분화된 용량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iPTH 수치의 급격한 변동 없이 안정적인 용량 조절과 수치 유지가 가능하다. 에보칼셋은 시나칼셋과 동일하게 하루 1회 경구 투여를 원칙으로 한다. 일반적으로는 1 mg으로 시작하지만, 만약 iPTH수치가 500 pg/mL 이상으로 높고 칼슘수치가 9.0 mg/dL 이상인 경우 2 mg으로 시작할 수 있다. 투여 후 iPTH와 칼슘 수치를 모니터링하며 1-8 mg까지 용량을 조절할 수 있고 최대 12 mg까지 증량할 수 있다. 동일한 효능을 나타내는 용량은 시나칼셋과 비교해 1:12.5 로 알려져 있어, 기존 시나칼셋을 25 mg을 사용하던 환자에게는 에보칼셋 2 mg정도를 투여해볼 수 있겠다.
에보칼셋은 SHPT의 관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혁신적인 치료제로, 기존 시나칼셋 대비 개선된 부작용 프로필을 제공하며 투석 환자들의 치료 결과를 향상시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서의 사용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며, 환자들의 장기적인 합병증 위험을 감소시킬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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