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N 2022 수상소감: 학술상 [22년 가을호]
편집부
news@ksnnews.or.kr | 2022-09-05 10:22:13
사춘기에 들어선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지내던 중이었습니다. 이제 막 사춘기 진입을 목전에 둔 저의 아이들이 아니라 바로 제가 말입니다. 어느새 젊지 않은 나이가 되었고, 교수 발령 후 10여년 간 지내온 시간들이 어떤 의미였을지, 앞으로 어떻게 지내야 할지 고민에 빠져 있을 즈음, 2022년 대한신장학회 학술상을 수상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학술상 수상 소식은 회한의 마음에 위로를 주기도 했지만, 동시에 다시금 마음을 다잡게 하는 준엄한 질책이 되기도 했습니다.
저는 내과 전공의 시절부터 사구체질환에 관심을 갖고 신장내과를 선택하게 되었으며, 석사와 박사 학위 모두 사구체질환의 관련 임상 및 실험 연구로 수여했습니다. 사구체질환은 신장 질환의 주요한 원인이지만 아직까지 병태생리에 근거한 진단이 수립되지는 않아 임상적, 형태학적 진단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사구체질환의 대표적인 질환인 IgA 신장염을 중심으로 하여, 질환의 역학적 특성 및 병리학적 소견 등을 토대로 예후를 예측하는 임상 연구들을 꾸준히 수행해 왔습니다. 2021년에는 대한신장학회 인공지능 관련 협동연구비를 수주하여, 국내 다기관 IgA 신장염 환자 5000여 명의 임상 자료와 1000여 건의 디지털 병리 이미지 소견을 토대로 인공지능 기반 예후 예측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사구체질환은 신장이식을 받는 환자들의 가장 흔한 말기신부전의 원인 질환이기도 합니다.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이식을 받는 경우가 많고, 최근 이식 성적이 향상되면서 이식 신장의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이식 후 재발하는 사구체질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사구체질환을 보는 의사로서 신장이식은 ‘이식’이라는 특정 분야 이기도 하지만, 사구체질환 환자의 일생에서 겪게 되는 중요한 과정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사구체질환의 병태생리를 알고, 그 병의 연쇄적인 흐름을 아는 의사가 신장 이식의 시기와 기증자를 결정하고, 이식 후 면역억제치료 및 모니터링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신장내과 의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교수 발령 이후에 신장 이식 환자의 진료에 참여하면서, 이러한 부분들이 매우 흥미로웠기 때문에 관련 연구에도 관심을 가지고 수행하고 있습니다. 재발성 IgA 신장염 환자의 병리 소견에서 OXFORD classification의 임상적 의미에 대한 연구는 제가 이식 환자 진료를 담당한 후 비교적 초기에 수행했던 이식 관련 연구였습니다. 이식 분야의 최고 저널인 American Journal of Transplantation에 두 편의 논문으로 게재되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국내 신장 이식의 현황과 문제점을 확인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접근으로 보건복지부 및 NECA의 연구를 수주하여 국내 신장 이식 수혜자 및 생체 기증자의 장기 예후와 이식 후 발생하는 다양한 내과적 합병증에 대한 역학 연구를 수행하여 논문으로 게재해 왔습니다. 향후에는 이러한 임상 연구 경험을 기반으로 하여 그간 조금씩 기반을 만들어 왔던 translational research에 기반한 연구에 조금 더 집중하고자 합니다. 임상에서 보이는 환자의 다양한 문제들을 translational research에 기반한 정밀 의료를 통해 보다 선명하게 구분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제가 묵묵히 나아갈 수 있도록 늘 곁에서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아 주셨던 저희 서울대학교 신장내과 교수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특히 전공의 시절부터 신장학의 묘미를 맛보게 하시어 저를 신장내과 의사의 길로 인도해 주신 김성권 명예교수님, 학위가 끝난 지금까지도 모자란 저를 포용해 주시고, 늘 앞선 곳에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시는 진호준 교수님, 김연수 교수님,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신 대한신장학회 양철우 이사장님과 여러 이사님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부족한 저에게 주신 대한신장학회의 영예로운 학술상은 저의 신장학 연구자로서의 지나온 시간들에 대한 위안이면서 동시에 앞으로의 다가올 시간들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이기도 합니다. 더욱 정진하여 이 상의 영예가 무색하지 않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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