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겨울왕국의 아름다운 설경을 감상하며 걷는 눈꽃 산행 [23년 겨울호]

편집부

news@ksnnews.or.kr | 2023-12-04 13:14:04

김진국 /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신장내과

겨울에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설경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산을 오르는 수고와 눈이 내려주는 시기가 맞아떨어져야 한다. 눈꽃은 내린 눈이 나뭇가지에 살며시 내려앉아서 만들어지고, 얼음꽃인 상고대는 대기의 물방울이 영하로 내려가면서 나뭇가지에 하얗게 얼어붙어 만들어진다. 한라산이나 함백산 같은 높은 산은 산을 오르는 수고가 필요하고 수리산 같은 낮은 산은 눈이 내리는 시기를 맞춰야 한다.

영실기암의 황홀한 풍광과 설경이 어우러진 한라산 눈꽃 산행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인 한라산은 용암이 분출되어 생긴 화산으로 정상에는 화구호인 백록담이 있다. 아름다운 화산지형이 펼쳐지고 고도에 따른 다양한 식생이 분포하는 자연의 보고로 1970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봄에는 철쭉과 진달래, 여름의 숲길, 가을의 단풍, 겨울에는 설경이 아름다운 곳으로 사계절 내내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한라산 절경

한라산을 등반하는 다양한 방법 중에 영실 코스는 오르기 무난하고 경치는 상대적으로 아름다워 즐겨 찾는 코스다. 매표소를 지나 영실 입구까지 차로 올라가서 산행 준비물을 확인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따뜻한 날씨에 황금빛 소나무 숲 오솔길에 들어서니 벌써 봄이 우리에게 다가선 느낌이다. 길옆 개울물 소리도 우렁차게 들리고 곳곳에 작은 폭포들도 만들어져 지나는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미끄러운 길을 피해 조심조심 전진하니 본격적인 오르막인 돌계단이 오라고 손짓한다.

영실코스

숨을 고르며 가파른 돌계단을 하나씩 오르니 머리 위로 푸른 하늘이 나타난다. 한라산의 멋진 경관을 선사해 주는 첫 번째 전망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전망대 아래로 한라산과 한 가족인 오름들과 멀리 푸른 바다가 눈 앞에 펼쳐진다.

위로는 형형색색의 모양을 한 기암괴석이 솟아오른 오백장군의 멋진 풍광이 들어온다. 평소에는 보기 힘든 절벽에서 떨어지는 영실폭포까지 사진으로 남기고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긴다. 다음 전망대에서 병풍을 펼쳐놓은 것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병풍바위를 바라보며 감탄을 연발한다.

능선길

눈이 그대로 남은 능선길로 들어서 준비해간 아이젠을 신고 하얀 겨울왕국의 설경을 즐길 만반의 준비를 마친다. 숲길을 벗어나 벌판으로 들어서니 잠잠하던 바람이 어디선가 나타나 눈보라를 만든다. 데크길도 온통 눈으로 덮여 끝이 보이지 않는 하얀 평원에 빨간 깃발만이 이정표로 외로이 남아 있다.

앞사람의 발자국을 보고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다가 잘못 짚으면 무릎까지 빠져 깜짝깜짝 놀란다. 약수터까지 이어지는 눈길을 걷는 동안 잠시 하얀 구름이 걷히면서 파란 하늘과 주변 경관이 보일 때마다 사진기 셔터를 누르기 바쁘다. 

능선길 속 빨간 깃발 윗세오름

최종 목적지인 윗세오름에 도착해서 백록담을 주인공으로 한 황홀한 경관을 작품으로 남기고 대피소로 향한다. 비교적 한산한 대피소에서 준비해간 따뜻한 커피와 간식으로 에너지를 충전하면서 하산을 준비한다. 내려가는 길에는 구름이 걷히면서 파란 하늘과 해님이 모습을 드러내서 한라산을 찾은 사람들에게 다정히 인사를 한다.

능선 전망대에 도착하니 영실기암과 푸른 바다, 멀리 우도 섬까지 멋진 풍광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나무 위에 까마귀는 명상하듯 먼 곳을 주시하며 부동자세로 꼼짝하지 않고 있다. 가족과 함께 열심히 올라오는 아이들은 전혀 지치지 않은 표정으로 함박웃음을 짓는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출발점에 무사히 도착해서 4시간 반의 행복한 겨울 산행을 마무리한다. 

예쁜 눈꽃으로 갈아입은 나무들의 풍경이 이어지는 함백산 산행 

함백산은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 계방산 다음으로 높은 산으로 해발 1,573m지만 산행의 출발점인 만항재가 1,300m라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 되는 등산코스로 사계절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예쁜 눈꽃 사진을 기대하며 지난 주말에 눈이 내린 함백산으로 이른 아침 출발한다.

만항재 고개 정상까지 꼬불꼬불한 도로를 많이 걱정했는데 다행히 눈들은 잘 치워져서 주차장에 무사히 도착한다. 배낭을 챙겨서 입구로 천천히 오르니 수북이 쌓인 눈 위로 앙상한 가지들만 남은 나무들이 오는 손님들을 반겨준다.

함백산 산길 속 돌계단

녹은 눈이 얼어서 빙판길로 변한 일부 산길은 초긴장 상태로 정신을 집중하여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옮긴다.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며 가다 보니 바로 옆으로 도로가 보이고, 다시 언덕을 올라서 고개를 하나 넘으니 함백산 등산로 입구다. 산길로 들어서 조금 지나니 끝이 보이지 않는 돌계단들이 우리를 맞아준다. 정상 목표를 향한 본격적인 돌계단의 시작 지점으로 이제부터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설경

주변 나무에 눈꽃이 없이 민낯으로 서 있는 것을 아쉬워하며 오르는데 내려오시는 분이 반갑게 인사를 하며, “조금만 더 힘내서 오르시면 멋진 설경을 볼 수 있어요”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주신다. 신비하게도 그분의 말대로 조금씩 오를 때마다 주변의 나무가 하얗게 변하더니 어느 순간 예쁜 얼음꽃으로 갈아입은 나무들이 주변에 가득해진다. 본격적인 겨울왕국의 시작과 함께 매서운 산바람이 동장군의 존재를 알려주려는 듯 세차게 불어댄다.

상고대

세찬 산바람을 맞으면서도 화려하게 핀 얼음꽃 설경의 아름다움에 감탄을 연발하며 사진기의 셔터를 한없이 눌러댄다. 정상에 올라 함백산 표지석과 함께 우리 부부의 정상 등극 증명사진을 남기고 주변을 천천히 감상한다. 겹겹이 쌓인 검은 커다란 바위도 하얀 옷으로 갈아입고 이를 배경으로 나뭇가지를 따라 곱게 상고대가 만들어진 나무들의 아름다운 자태가 인상적이다. 텔레비전 화면으로 본 바닷속 아름다운 산호들의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산호와 닮은 상고대

하산하는 길에는 급한 마음에 올라올 때는 보지 못한 주변으로 하얗게 핀 얼음꽃들을 천천히 감상하며 아쉬움을 달랜다. 등산로 옆 빈터에서 간식과 따뜻한 물 한 잔으로 잠시 여유를 즐기고 입구를 지나서 도로를 건너 오솔길로 향한다.

돌로 만든 제단

돌로 만든 제단이 있는 능선에서 우리가 올라갔었던 눈꽃이 만개한 산을 바라보니 마음이 뿌듯하다. 멀리 산 중턱에 있는 바위 위에 크리스마스트리를 연상케 하는 나무들의 모습이 아름다워서 휴대전화 줌렌즈로 최대한 크게 사진에 담는다.

상상의 나래 속에 아이들과 함께 하얀 나무에 예쁜 트리를 장식하는 것을 그려보니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길가에는 봄소식을 제일 먼저 알려주는 솜털 가득한 보드라운 느낌의 버들강아지들이 눈길을 끈다. 등산지팡이의 도움으로 3시간의 겨울 산행을 잘 마치고 보리밥집에서 늦은 점심을 먹으며 행복한 산행을 마무리한다.

능선길을 따라 사계절의 아름다운 풍경을 음미하며 걷는 수릿길

수리산은 군포시를 대표하는 산으로 엄마의 품속처럼 도시를 둘러싸고 있다. 산봉의 형상이 독수리 같아 수리산이라 하는 설도 있고, 신라 진흥왕 때 세워진 절이 신심을 닦는 성지라 하여 수리사라고 하였는데 그 후 산의 이름을 수리산이라 칭하였다는 설도 있다.

은행나무길

구름산책길, 풍경소리길, 바람고개길, 당숲길, 안골길, 꽃편지길 등 이름만 들어도 아름다운 수릿길 코스는 도시의 쾌적한 산책길을 걷는 것 같다가도 어느새 정겨운 시골길을 걷는 듯한 변화무쌍함을 선사한다. 그런 만큼 사계절 언제나 걷기 좋은 길이다. 봄에는 철쭉동산과 벚꽃길, 여름에는 짙푸른 녹음으로 우거진 둘레길, 가을은 산본역 주변을 물들이는 은행나무길, 겨울에는 걷기 편한 임도로 조성된 수릿길이 좋다.

철쭉

이번에 걷는 수릿길은 4호선 수리산역을 시작점으로 철쭉동산을 거쳐 둘레길을 걸어보고 다음 역인 산본역으로 가는 일명 지하철 코스다. 수리산역에서 나와 우측으로 인도를 따라 걸어가면 코스의 시작인 철쭉동산이 이어진다. 아직 꽃이 피기에는 이른 시기라서 철쭉 가지에 달린 꽃봉오리들은 잔뜩 움츠려 따뜻한 봄날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철쭉이 만개하여 붉게 물든 동산에서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던 모습을 상상하며 계단을 오른다.

진흙길

언덕을 올라 좌측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나무들의 호위를 받으며 슬기봉 방향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산길은 해님의 사랑에 따라 다양하여 사랑을 듬뿍 받는 양지 바른길은 뽀송뽀송 말랐고 사랑이 부족한 그늘진 길은 아직도 꽁꽁 얼었다. 많은 길이 기온이 올라가면서 물을 흠뻑 먹은 질퍽한 진흙길로 변해 산책을 나온 이들이 모두 바닥만 보고 까치발을 하며 총총히 발길을 옮긴다.

오솔길

상쾌한 나무의 내음을 즐기며 가파른 언덕을 오르고 올라 능내정 정자가 보이면 둘레길과 합류되는 지점이다. 능내정 삼거리에서 감투봉으로 방향을 틀어 능선을 따라가다 보니 감투봉에 다다름을 알려준다.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감투봉 아가씨의 슬픈 전설이 써진 글을 읽고 오솔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초여름이 되면 이 길은 달콤한 아카시아 향기와 함께 떨어진 아카시아 꽃잎들로 새하얀 세상으로 바뀐다. 

수리산과 아파트 빌딩 숲

수리산 둘레길 표지판을 따라 걸으면서 자연과 묘하게 어우러진 아파트 빌딩 숲을 감상하다 보면 운동기구들이 잘 정렬되어있는 밤바위정이 우리를 반긴다. 조금 숨을 고르고 능선을 따라 오르니 산불감시탑이 우뚝 서 있다.

수리산 둘레길 표지판

이곳이 바로 수리산과 산본 시내를 한 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 좋은 명소다. 바로 아래 운동장에는 저마다의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이 개미처럼 작게 보인다. 저 멀리 보이는 수리산의 슬기봉과 태을봉, 산본 시내 빌딩 숲과 시원하게 뻗은 도로를 배경으로 사진 작품을 만들고 얼마 남지 않은 목적지로 향한다. 마지막 계단을 조심조심 내려와 2시간 반, 4km의 수릿길 걷기를 마무리한다.

여행 TIP. 겨울 산행을 할 때는 준비물을 철저히 챙겨야 한다. 아이젠, 스패치, 스틱, 장갑, 모자, 핫팩과 함께 따뜻한 물과 간식을 준비해야 하며 옷은 여러 벌을 겹쳐 입는 것이 좋다. 한라산은 내려오는 시간을 고려하여 입산 시각을 통제하므로 미리 확인이 필요하다.

함백산은 스키를 즐길 수 있는 하이원리조트가 가까이 있고 여름에는 함백산 만항재 야생화 축제가 열리니 일정을 확인하고 방문하면 좋다. 수리산은 매년 봄에 개최되는 철쭉축제 시기에 맞추어 철쭉동산을 방문하면 아름다운 철쭉과 함께 다양한 행사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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