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요 클리닉 다낭신 중개연구센터 연수기 [23년 겨울호]
편집부
news@ksnnews.or.kr | 2023-12-01 14:45:32
박혜인 /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신장내과
안녕하세요. 저는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신장내과 박혜인입니다. 이렇게 지면으로나마 인사를 드리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렇게 지면으로나마 인사를 드리게 되어 반갑습니다. 저는 2022년 8월 16일부터 2023년 8월 15일까지 미국 미네소타주 로체스터에 위치한 Mayo clinic PKD translational research center에 1년간 장기연수를 다녀왔습니다. 먼저 제 빈 자리를 채워주시고, 아낌없는 지원과 격려를 해 주신 강남성심병원 이영기 신장내과장님과 조아진, 김도형 교수님과 전임의 선생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다낭신 질환에 관심을 가지고 임상연구 및 바이오마커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고, 특히 질환의 진행을 조기에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의 발굴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2019년 한국 다낭신 심포지움에 참석한 Dr. Torres와 Dr. Maria V. Irazabal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가지게 되었는데, Dr. Irazabal 교수는 교신저자인 Dr. Torres와 함께 Mayo imaging classification에 관한 논문을 미국신장학회지(JASN)에 기재한 분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total kidney volume이 질환의 경과를 예측하는 유용한 risk predictor이기는 하지만, 낭종이 발생하고 성장하는 초기의 pathogenesis를 반영하는 좋은 biomarker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고, 이에 대한 토론을 하던 중 Dr. Irazabal도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조기 바이오마커 발굴을 위한 동물실험과 metabolomics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습니다. 한 때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연수의 길이 막혔다가 2022년부터 다시 해외연수 지원이 가능하게 되었을 때 저는 망설임 없이 Dr. Irazabal에게 이메일을 보내어 해외연수를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저와 같이 해외연수를 신청한 남편도 Mayo Clinic의 physiology lab으로 연수지를 결정하고 아이들과 함께 떠나게 되었습니다.
Mayo Clinic PKD translational research center는 Stabile building 7층에 있었는데, PKD1 유전자를 발견한 Dr. Harris가 이 센터의 수장으로 있으면서 Dr. Torres, Dr. Irazabal을 비롯한 PKD 관련 각 세부 연구자가 lab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한 가지 신장질환에 대해 이 많은 세부연구자가 모여서 연구를 한다는 것이 좀 놀라웠습니다. 임상에서 다낭신 진료를 보는 의사, 세포실험, 동물실험 등 wet lab을 운영하는 연구교수, 유전자 분석팀, kidney volumetry팀이 각자의 연구를 진행하면서도 일주일에 한 번 컨퍼런스를 개최하여 각 팀에서 이루어지는 연구결과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그 외에도 통계전문가로 이루어진 통계분석팀의 도움을 수시로 받을 수 있었고, 실험에 필요한 물품 역시 같은 건물 내에서 즉시 조달할 수 있어 연구에 필요한 지원이 매우 잘 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한 Mayo Clinic은 수십 년간의 잘 구축된 환자 코호트자료로 유명한데, Mayo Data Explorer라는 database platform에서 연구자들이 직접 조건에 맞는 자료를 추출하거나 분석할 수 있어 여러모로 연구자는 연구 아이디어 및 디자인에만 신경쓰면 나머지는 팀워크로 이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연수기간 초반 지도교수와 연구미팅을 진행하면서 1년간 수행할 연구주제에 대해 논의 하였습니다. 연수를 갔다 오신 연구자분들이 대부분 한국에서 진행하고 있던 연구를 가져가서 진행하거나, 새로운 기술 또는 실험기법을 배워온다고 하였는데, 제가 워낙 임상연구를 주로 하였다 보니 지도교수는 환자 데이터를 이용한 임상연구와 함께 그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실험연구를 같이 진행하자고 제안을 해 주셨습니다. 제가 연구한 주제는 ‘다낭신 환자에서 신세포암의 발생 및 임상상, 그리고 그 기전’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사실 신세포암의 발생률이 전체인구에서도 10만 명당 3~5명이고, 다낭신에서의 발병률은 극히 낮을 것이므로, 한국에서는 이런 빅데이터 연구를 진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이 되었습니다. Mayo Clinic은 수십년 간의 환자 data뿐 아니라 유전자 분석결과, 다양한 실험여건이 갖춰져 있어서 이러한 연구를 진행하기에 최적의 조건으로 생각이 되었습니다. 저는 다낭신 질환의 조기 바이오마커에 관심이 있었는데, 마침 지도교수 lab에 PKD1RC/RC mouse model(Human PKD처럼 오랜 시간에 걸쳐 cyst가 성장하다가 kidney failure가 오는 모델)이 있었고, 또한 유전자 변형으로 발생하는 신세포암 모델인 TFE3 mouse model을 보유하고 있어서 다낭신과 신세포암에서의 시간 변화에 따른 세포 내 signal 변화 연구를 같이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Mayo Clinic은 매년 미국 내에서 최고의 병원에 선정되는 병원으로 ‘환자의 필요를 최우선으로(The needs of the patient come first)’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이 Mayo Clinic이 위치한 로체스터 거리에 나와 보면 마주치는 사람들이 ‘Mayo Clinic 근무자 또는 환자’라고 할 만큼 Mayo Clinic이 이 도시를 먹여살린다고 합니다. 사실 미국 땅덩이가 넓고, 미 동부나 서부에도 좋은 의료시설들이 많은데, 굳이 환자들이 Mayo Clinic을 찾아 이 작은 도시에 오겠느냐는 의문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환자 차트를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환자 본인의 병력이나 검진관련 정보도 매우 자세하게 기재하지만, 가족관계 및 친구관계, 그리고 지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까지 환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영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매우 자세하게 의무기록에 남겨두고, 환자가 전화로 상담을 요청하면 그에 대해 꼭 응대하고 기록을 남겨둔다는 점이었습니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본인이 존중받는 느낌이 들 것 같았습니다. Mayo Clinic의 인력개발부에 근무하는 분으로부터 Mayo Clinic의 거의 10~15%의 수입이 해외에서 자비를 들여 찾아오는 환자에게서 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환자 중심의 서비스를 철저하게 이행하고 지켜나가는 것에 매우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좋은 의사는 환자의 이야기를 진실하게 듣는 의사이고, 좋은 선생은 제자의 눈높이에 맞추어 가르치는 선생이다’라는 말을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이 연수지를 결정할 때 이미 연수를 다녀오신 분들에게 조언을 얻거나 아이들이 잘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아서 간다고 하는데, 저는 연수지를 결정할 때 제가 연구하고자 하는 분야만 고려해서인지 아이들은 적응하기 무척 어려워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 미네소타주는 겨울이 6개월 정도 지속되고 봄·가을에도 구름이 많은 우중충한 날이 많았고, 한국인 포함 아시아인이 많지 않고 도시규모가 작아서 마음 둘 곳 없는 아이들은 방황했습니다.
저희 두 아들은 미국에서 중학교에 다녔는데, 미국에서도 질풍노도의 사춘기와 ‘중2병’은 똑같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위기 속에서 저희 가족은 더욱 단단해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나 저의 남편이나 앞만 바라보고 내 일만 챙기다가 가족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풀어나가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한국에서보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여기저기 여행을 다닐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방문하였던 2022년~2023년에는 미국내에서 코로나 격리가 해제되고, 병원 내에서조차 마스크 착용이 해제되면서 그야말로 여행하기에는 적기였습니다. 실험 등으로 긴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지만, 미국에서만 즐길 수 있는 로드트립과 파란 하늘과 아름다운 자연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또한 1년간 머물던 타운하우스 앞의 호수에서 민물고기 낚시를 하거나 근처 공원에서 바비큐를 해 먹으며 시간을 보냈던 시간도 생각이 납니다. 미네소타주는 미국에서도 최북단에 있어 오로라를 직접 보는 기이한 경험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귀국 후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역시 미국에서 이것저것 좋은 경험을 하였다고 즐겁게 이야기 하는 것을 보니 어려움은 금방 잊고 좋은 것만 기억에 남는가 봅니다.
미국 타지에서 나그네 생활을 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것은 경제적으로 풍요로움이나 시간적 여유가 아니었습니다. 로체스터는 Mayo clinic을 중심으로 의료진과 환자가 주민의 거의 다를 차지할 정도로 작은 도시였는데, 그중에서도 한인은 극히 적었습니다. 마침 저희가 연수를 가기 3년 전에 한인교회가 생겨서 나갈 기회가 있었는데, 교회 목사님과 사모님, 아이들을 따뜻하게 맞아주던 교회학교 선생님들, 저희의 고민을 마치 자기의 고민인 양 들어주던 성도들이 있어 저희의 삶이 그나마 기쁨으로 채워졌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생소한 potluck 경험도 매우 즐거운 추억거리가 되었습니다. 병원에서도 교회에서도 마을에서도 potluck이라는 문화가 배어있어서, 요리솜씨가 좋지 않아도 나눔의 기쁨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1년이라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이었지만, 미국에서의 연수 기간은 앞만 보지 않고 옆도 보고 주변도 챙기면서 보낼 수 있었던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또한 지도교수인 Dr. Maria V. Irazabal과는 지금도 research collaborator로 소통하며 지속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의 연수경험이 앞으로 한국 다낭신 환자의 진료와 연구에 기여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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