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콩팥병 환자에서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recombinant zoster vaccine, RZV, Shingrix주) 접종의 필요성과 효과 [25년 봄호]
편집부
news@ksnnews.or.kr | 2025-02-27 10:54:11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 VZV)에 의한 1차 감염(수두, varicella) 이후, 바이러스가 후근신경절 또는 뇌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재활성화되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1]. 나이가 들거나 면역력이 저하되는 등 다양한 상황에서 발생 가능성이 증가하며, 체내 VZV에 대한 세포 매개 면역이 바이러스의 재활성화를 억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2].
대상포진과 그 합병증은 삶의 질을 심각하게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독립적인 생활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가장 흔하면서도 심각한 합병증은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대상포진에 의한 발진이 사라진 후에도 수주에서 수개월, 심한 경우 수년간 신경통이나 이상감각이 지속될 수 있다. 그 외 합병증으로는 안구 침범, 신경학적 합병증, 뇌졸중 등이 있다. 특히, 면역저하자는 대상포진 발생 빈도뿐만 아니라 합병증 발생 위험도 증가하여, 대상포진 후 신경통, 파종성 대상포진, 안구 대상포진 및 대상포진으로 인한 입원의 빈도가 높아진다 [3].
만성콩팥병 환자는 전반적인 면역 기능 저하, 요독증으로 인한 면역 조절 이상, 투석으로 유발되는 전신 염증 반응 등으로 인해 감염 위험이 크다 [4]. 체계적 문헌 고찰 및 메타분석에 따르면, 만성콩팥병 환자의 대상포진 발생 위험은 일반 인구 대비 상대위험도 1.29로 보고되었으며 [5], 국내 데이터에서는 대상포진 재발 위험도가 1.344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 또한, 만성콩팥병 환자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과 같은 합병증, 입원이 필요한 중증 감염으로 진행될 위험이 크다. 나아가, 대상포진은 만성콩팥병의 진행을 가속화하고 말기 콩팥병으로의 이행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당뇨병은 만성콩팥병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당뇨병 환자는 세포 매개 면역기능이 손상될 수 있어 대상포진에 더욱 취약하다 [7].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 제2형 당뇨병 환자의 대상포진 위험은 동년의 비당뇨병 환자 대비 3.12배 높으며 [8], 전 연령대의 제1형 및 제2형 당뇨병 환자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 발생 위험이 1.45배 더 높다. 또한, 대상포진 발생 시 혈당 조절이 어려워져 질병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 [9].
2006년, VZV에 대한 세포 매개 면역을 유도하여 대상포진 및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대상포진 생백신(zoster vaccine live, ZVL)이 개발되었고, 국내에서는 2013년 7월 출시되어 6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접종이 권고되었다. 하지만 ZVL의 효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하여, 장기 예방 효과 분석 결과 유의한 예방 효과는 5~8년 정도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약독화된 vOka 균주가 질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 면역저하자에게는 접종이 금기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recombinant zoster vaccine, RZV, Shingrix 주)이 개발되었다. 이 백신은 VZV gE 단백과 AS01B 면역증강제를 포함하며, 면역력을 효과적으로 강화하고 장기적인 예방 효과를 제공한다 (그림1). AS01B 면역 증강제는 NF-kB 전사 및 사이토카인 생성을 자극한다. 더불어 항원제시 세포를 활성화하는 Toll-like receptor 4 작용제인 모노포시포릴 지질 A와, 항원 특이 항체 및 CD4 T세포 반응을 촉진하는 천연 사포닌 QS-21을 포함하여 백신의 면역 효과를 극대화한다. 또한, 불활화 백신이므로 면역저하자에게도 안전하게 접종할 수 있다. 이는 2017년 미국 FDA에서 5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허가되었으며, 국내에는 2022년 12월 출시되었다.
대표적인 임상시험인 ZOE-50 [10]과 ZOE-70 [11]에서는 RZV가 50~59세에서 96.6%, 60~69세에서 97.4%, 70세 이상에서 91.3%의 예방 효과를 보였다. 2차 접종 후 1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예방 효과는 89%로 유지되었다.
또한, 과거 ZVL을 접종한 후 5년 이상 지난 65세 이상 성인에서도 RZV의 면역반응이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백신과 관련된 이상반응이나 중증 이상반응 발생률은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12].
이후 조혈모세포이식 환자, 혈액암 및 고형암 환자, HIV 감염 환자 등 면역저하자를 대상으로 RZV의 효과, 면역원성 및 안전성을 검토하는 임상시험이 진행되었다. 신장이식 환자를 대상으로 한 Zoster-041 [13] 연구에서는, 신장이식 후 4~18개월이 지난 264명을 대상으로 RZV의 효과와 안전성을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 RZV 접종군은 위약군과 비교하여 백신 접종 후 모든 시점에서 체액성 및 세포매개 면역반응이 더 높았으며, 2차 접종 후 12개월까지 접종 전 기준치를 상회하는 면역반응을 유지했다. 국소 이상반응은 RZV 접종군에서 더 자주 보고되었으나, 신기능 변화, 거부반응, 중대한 이상반응, 잠재적 면역 매개 질환의 전체 발생률은 두 군에서 유사했다.
2024년 투석 중인 말기콩팥병 환자에서 RZV 접종의 면역원성과 안전성을 관찰한 결과가 보고되었다 [14]. 투석 환자 29명, 대조군 39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두 군 모두 시간이 지남에 따라 VZV-gE 특이적인 CD4 T세포를 유도하였다. 하지만 투석 환자 군에서 VZV-gE 특이적 CD8T 세포는 유의미하게 유도되지 않으며, 대조군 대비 면역 지속력이 짧았다. 그러나 안전성 측면에서는 투석 환자군의 반응원성이 대조군 대비 낮았으며, 두 군 모두 안전하게 투약하였다. 또한, 60세 이상의 말기콩팥병 환자의 후향 분석 결과, RZV 접종이 대상포진 발생 위험을 50% 감소시키는 것과 관련이 있었으며, 특히 투석 시작 2년 이내에 접종하는 경우 위험 감소 효과가 더 높았다 [15].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여러 진료지침에서 대상포진 예방을 위해 RZV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2021년 KDIGO 사구체 질환 치료 진료지침에서는 사구체 질환과 신증후군, 만성 콩팥병 환자에게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권고한다. 특히, 면역저하자에게 ZVL은 금기이며, RZV는 안전하게 접종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2024년 8월 대한신장학회 진료지침위원회에서 출간한 “인공신장실 감염관리지침”에서는 50세 이상 투석 환자의 RZV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미국당뇨병학회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도 50세 이상의 당뇨병 환자에게 RZV 접종을 권고하며, 과거 ZVL을 접종한 경우에도 RZV 2회 접종을 권장한다. 여러 고형장기이식 환자를 위한 권고안에서는 18세 이상의 모든 이식 환자의 이식 전 RZV 접종을 권하고 있다.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 접종은 2개월 간격으로 총 2회 근육주사(주로 삼각근)로 투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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