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정수영내과 개원 [25년 여름호]
편집부
news@ksnnews.or.kr | 2025-05-28 10:54:20
정수영 / 연세정수영내과 원장
Grand Opening of Yonsei Jeong Sooyoung Clinic [Summer 2025 Issue]
English Summary
Dr. Jeong Sooyoung recounts her journey through training at Severance Hospital to opening her own dialysis clinic near Mangwon Station. Her early experiences in nephrology shaped her career choice. She emphasizes trust and long-term care relationships with patients. The article underscores the value of community-based dialysis practice.
안녕하세요, 연세정수영내과 정수영입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전공의와 전임의를 수료한 후, 연세우리내과에서 1년간 진료를 이어갔습니다. 이후 망원역 앞에 투석실을 개원하여 현재까지 8년째 진료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저는 본과 첫 임상실습을 신장내과로 시작하였습니다. 같이 실습을 돌게 된 동기들과 생애 첫 병원 실습이니 꼭 잘 돌아보자는 마음으로 의기투합하여 미리 모여서 공부도 하고 열심히 실습에 참여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또 방학 때 서브인턴을 삼성서울병원 신장내과로 지원하게 되어 비록 단기간이지만 문진 경험을 쌓고, 교수님 회진도 함께 돌면서 신장내과에 대한 실습 경험을 한 번 더 쌓게 되었습니다. 이후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내과 전공의로 근무하면서 4년 차에는 신장내과 치프를 맡았고 이후 1년간 신장내과 전임의로 근무하였습니다.
내과 전공의, 전임의를 할 때에는 나에게 개업은 아주 먼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전임의 1년을 마치고 인연이 닿아 의국 선배님이 오래 운영하신 연세우리내과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내과 의사로서 외래에서 대학병원과는 다른 다양한 증상의 환자들을 보는 일, 세부전공을 살려서 투석실 진료를 보면서 말기신부전 환자들을 도와줄 수 있는 일을 동시에 하면서 개원에 대한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기존에 개원한 여러 선배 분들을 통해 경험담과 조언을 들을 수 있었고 결국 개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2018년 3월 마포구 망원동에 개원한 이후, 일주일간의 신혼여행 휴가와 약 한 달 반의 출산 휴가를 제외하고는 같은 자리에서 그대로 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 아직 돌이 채 되지 않은 아이를 먹이고 씻긴 후 출근하느라 정신이 없지만 병원 일을 할 때가 오히려 집에서 아기를 볼 때보다 몸이 훨씬 편합니다.
개원을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일이 많았지만 지금은 또 다른 일들에 묻혀 그때 일이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병원 내 배관 문제로 아래층 신경외과의원에 누수가 발생하였고, 공사를 주말에 진행해야 해서 주말 이틀 간 투석실을 비워야 했던 난감한 상황도 발생하였습니다. 저는 항상 힘든 일이 생기면 ‘무슨 일이든 내가 감당할 정도의 일일 것이다’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일들은 지나간다’라고 생각하고 일을 하다보면 결국 문제들이 다 해결이 되어 있습니다. 도저히 답이 보이지 않을 때는 개원가 선후배, 동기들에게 조언을 구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신장내과 치프를 같이 했던 동기들인 연세솔내과 류근우 원장님, 연세새봄내과 박서현 원장님과는 수시로 연락해서 애매한 것들, 고민되는 것들을 물어보고 서로 답해주곤 합니다.
투석실을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환자들이 저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주치의로서의 역할을 지속할 수 있는 점입니다. 한편으로는 저를 믿고 의지했던 환자분이 예상치 못하게 사망을 하게 되어 늘 오시던 자리를 한자리씩 비우게 되면 마음이 굉장히 무거울 때도 많습니다.
최근 저희 병원에서 함께 투석을 다니시는 어머님과 아드님이 계셨습니다. 복통으로 투석을오시지 못한 어머님이 결국 응급실을 가셨는데, 장폐색을 진단받아 하루 만에 돌아가시게 되어 현재 아드님만 투석을 다니시고 있습니다. 그 후 아드님이 마지막 어머님의 사진을 AI로 재구성하여 감사 인사하시는 모습의 영상을 보여주셨습니다. 마치 어머님이 제게 인사를 전하는 것 같아 하시는 거 같아 감사하다고 하시는데 마음이 아프면서도 기분 좋게 마지막 모습을 떠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외래 진료와 함께 투석실을 함께 보다 보니 자주 뵙는 환자분들에 대해 ‘이제는 충분히 알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세심한 배려나 따뜻한 말 한마디를 놓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투석을 마치고 힘겹게 천천히 걸어 나가시는 환자분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내가 더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을 다시 다잡게 됩니다.
일주일에 세 번씩 병원에 오셔서 투석을 받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그 마음까지도 헤아리기 위해 늘 애쓰고 있습니다. 다만, 때로는 환자분이 식이 조절이나 체중 관리가 잘 되지 않아 검사 결과가 좋지 않으면, 교육하는 과정에서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질 때가 있어 스스로 반성하곤 합니다.
지금은 책임감 있게 일하는 수간호사와 직원들이 있어 든든합니다. 꾸준히 내원하는 투석 환자와 외래 환자분들, 그리고 인근 망원동의 비뇨기과, 산부인과, 가정의학과, 그리고 길 건너 개원한 후배 내과 원장님까지 신장질환이 의심되는 환자들을 의뢰해 주십니다. 저는 환자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환자분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병원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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