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도텔린-1 수용체 길항제 [24년 봄호]
편집부
news@ksnnews.or.kr | 2024-03-04 16:01:37
김재석 / 원주세브란스 기독병원 신장내과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 체계(renin-angiotensin-aldosterone system, RAAS) 억제제는 오랫동안 만성 콩팥병 치료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였다. 그리고 최근 나트륨 포도당 수송체-2(SGLT2) 억제제가 새로운 약물로서 DAPA-CKD, EMPA-KIDNEY 등의 연구를 통해 당뇨 조절 이상의 콩팥의 장기적인 보호 효과를 명료하게 보여주었다.
SGLT2 억제제에 의한 만성 콩팥병 치료의 패러다임 변화가 이루어지는 지금, 또 하나의 새로운 약물이 소개되었다. 새로운 약물의 목표는 엔도텔린-1(endothelin-1, ET-1)이다. ET-1은 혈관내피세포에서 분비되는 강력한 혈관수축 펩티드 호르몬으로 ET-1 수용체는 콩팥에도 많이 분포되어 콩팥 혈류, 전해질, 수분 조절 등 다양한 생리적 활동을 매개한다.
ET-1 수용체는 endothelin subtype A(ETA)와 endothelin subtype B(ETB)로 나뉘며, 서로의 작용을 억제 및 보완하는 작용을 한다. 이 중 ET-1의 주 수용체인 ETA는 콩팥 사구체 소동맥의 수축을 유발하고 알부민뇨를 일으키는 등 사구체에 병적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당뇨병 콩팥병을 포함한 다양한 콩팥병에서 ET 수용체 길항제(endothelin receptor antagonists, ERA)를 이용한 연구들이 이루어졌다. 그중 먼저 살펴볼 연구는 SONAR 연구이다 [1].
SONAR(Study Of diabetic Nephropathy with AtRasentan) 연구는 제2형 당뇨병이 있고, 사구체여과율(estimated GFR, eGFR) 25~75mL/min per 1.73 m2에 해당하며 소변 알부민-크레아티닌 비율(urine albumin-creatinine ratio, UACR) 300-5,000mg/g인 18~85세의 성인을 대상으로 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하루 atrasentan 0.75mg 투여군과 placebo 군에서 만성 콩팥병의 진행(doubling of serum creatinine or onset of ESKD)의 지연을 약 2.2년 동안 추적 비교하였다. 그 결과 atrasentan 복용 군에서 placebo 군에 비해 총 콩팥 사건(composite renal outcome) 위험이 약 35% 감소하는 것을 확인하였다(6.0 vs. 7.9%, HR 0.65, 95% CI: 0.49-0.88, p=0.0047).
하지만 이전부터 ERA 치료의 문제점인 체액 과다가 atrasentan 군에서 높았는데, 심부전에 의한 입원율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지만 placebo 군보다 높았다(3.5 vs. 2.6%, HR 1.33, 95% CI: 0.85-2.07, p=0.208). 결국 SONAR 연구는 ERA의 효과를 보여주었지만, 체액 과다에 대한 우려를 충분히 불식시키지 못하였다.
그리고 이후 발표된 PROTECT 연구는 ETA와 angiotensin Ⅱ subtype 1 receptor(AT1)를 동시 차단하는 효과를 지닌 sparsentan을 가지고 시행되었다. 최소 12주 이상 RAAS 억제제 투여에도 불구하고 하루 1g 이상의 단백뇨가 지속되고 최소 eGFR 30 이상, 수축기 혈압 150 이하 또는 이완기 혈압 100 이하의 IgA 신증을 가진 18세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sparsentan 400mg 복용 군과 irbesartan 300mg 복용 군 사이에 단백뇨 감소 및 신기능 감소를 비교하였다.
이 연구는 중간(interim) 결과를 통해 sparsentan 제제인 Filspari™(Travere Therapeutics, Inc.)가 2023년 2월 IgA 신증의 비면역억제치료제로 미국 FDA의 가속 승인(accelerated approval)을 받는 데 성공하였다. 그리고 PROTECT 3상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되었다[2]. 이 연구에서 sparsentan 복용 군은 irbesartan 복용 군보다 약 40%의 단백뇨 감소 효과를 보여 주었고(−42.8 vs. −4.4%, geometric least-squares mean ratio 0.60, 95% CI 0.50 to 0.72) (그림 1),
1년의 eGFR 감소 속도 역시 더 낮았다(−2.7 vs. −3.8 mL/min per 1.73m2 per year, difference 1.1, 95% CI 0.1 to 2.1; p=0.037) (그림 2). 그리고 체액 과다를 포함한 약제 관련 부작용 비율이 sparsentan 군과 irbesartan 군에서 비슷하였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연구는 ZENITH-CKD(Zibotentan and Dapagliflozin for the Treatment of Chronic Kidney Disease)이다[3]. 이 연구는 흥미롭게도 ERA의 단점인 체액 과다를 보완하면서 콩팥 예후를 증진하기 위해 dapagliflozin과의 병합 요법을 시도하였다. eGFR 20 이상이면서 UACR 150-1,500mg/g을 가진 18~90세의 환자에게 12주 동안 dapagliflozin 10mg + zibotentan 1.5mg, dapagliflozin 10mg + zibotentan 0.25mg, dapagliflozin 10mg + placebo 복용 군으로 나누어 UACR의 변화를 비교하였다.
그 결과, dapagliflozin + placebo 군보다 zibotentan 1.5mg 병합 군은 –33.7% (90% CI: –42.5 to –23.5; p<0.0001), zibotentan 0.25mg 병합 군은 –27.0% (90% CI: –38.4 to –13.6; p=0.0022)의 UACR 감소를 보여주었다(그림 3). 체액 과다 관련 합병증 비율은 zibotentan 1.5mg 병합 군이 다른 두 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저용량 zibotentan 0.25mg 병합 군은 dapagliflozin + placebo 군과 비슷하였다(18 vs. 9 vs. 8%).
앞선 연구들에서 보았듯이 만성 콩팥병에서 ERA 치료는 단백뇨를 감소시키고 신기능을 보존하는 긍정적이고 유효한 결과들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체액 과다와 저혈압 등의 ET-1 억제에 따른 임상 합병증의 우려는 아직 온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태이다. 하지만 금번의 PROTECT 연구 결과는 이미 ERA 치료가 SGLT2 억제제와 같이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또 하나의 새로운 치료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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