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N Kidney Week 2022 참관기 [23년 봄호]
편집부
news@ksnnews.or.kr | 2023-03-03 09:15:01
ASN Kidney Week가 COVID-19 유행 후 3년 만에 온라인과 오프라인 하이브리드로 진행되어 오랜만에 직접 해외 학회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이번 학회는 2022년 11월 3일부터 11월 6일까지 올랜도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직항이 없어 환승을 해야 하고 긴 시간 비행기를 타야 했지만 11월 초 올랜도는 여름과 같은 날씨였기에 올랜도 공항에 내리자마자 따뜻함이 온 몸을 감싸 여독이 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2018년 처음 ASN에 방문했을 때는 정말 많은 프로그램들 사이에서 길을 잃은 느낌이 들었었는데, 이번 학회에서는 관심있는 분야들을 미리 체크하고 시간과 동선도 확인해 두어서 좀 더 수월하게 다닐 수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열리는 대면 학회이다 보니 많은 연구자들이 들떠 보였고 학회장 내에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로 다니는 것을 보면서 처음에는 마스크를 벗는 것이 무섭고 어색했는데 저도 점차 익숙해져 갔습니다.
지견을 넓힐 수 있었던 값진 시간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는 COVID-19의 유행으로 인해 이번 학회에서는 자가투석(home hemodialysis), 인공 신장(artificial kidney), 이종이식(xenotransplantation)과 같은 분야에 관심이 더욱 커진 것으로 보였습니다.
저 또한 평소에는 제가 도전할 수 있는 분야도 아니고, 아직까지는 현실에 적용하려면 한참 멀었다고 생각하여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분야에 대한 시야를 넓혀보고 싶었고 COVID-19 유행 이후 많은 변화들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서 이번 학회에서 관련 강의들을 접해보고자 하였습니다.
관련 세션은 세션 제목부터 future shock으로 시작하여 portable/wearable artificial kidney, implantable bioartificial kidney가 어디까지 발전하였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결국 portable/wearable이 실현되려면 대량의 물이 필요한 점을 극복하면서 요독 물질들을 효율적으로 제거해야 하는데, 그 동안의 연구에서 이를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개발되어 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photoelectrochemical urea decomposition’는 그중 하나로 LED가 켜지면 요소를 분해하는 방법으로 청소를 필요로 하지 않은 창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하였습니다.
전기공학 박사인 Shuvo Roy 교수님의 강의에서는 hemofilter와 bioreactor가 포함된 기기를 돼지에 이식하는 동영상을 볼 수 있었는데, 이 분야에 문외한이었던 저에게는 SF 영화 한편을 보는 것 같은 충격과 즐거움으로 다가왔습니다. 당장 현실화되기에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최신 분야들의 적용에 대한 연구 및 여러 윤리적인, 사회경제적인 문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또한, high-impact clinical trial 세션에서도 재미있는 연구들이 많이 소개되었습니다. 고려대학교 차대룡 교수님의 Pan-Nox inhibitor 연구 또한 이번 세션에서 발표되어 한국의 높은 의학 연구 위상을 확인할 수 있어 뿌듯하였습니다.
또한, 2020년 ASN Kidney Week에서 소개된 DAPA-CKD 연구에 이어 이번 2020년 ASN Kidney Week에서는 EMPA-KIDNEY가 전세계 신장내과 의사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번 연구에는 추정사구체여과율이 20-44 ml/min/1.73m2이거나 추정사구체여과율이 45-89 ml/min/1.73m2이면서 소변 알부민-크레아티닌 비가 200mg/g 이상인 환자가 포함되어 다양한 만성 콩팥병 환자를 포함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환자들에서 말기 콩팥병으로의 진행, 사구체여과율의 감소, 콩팥 원인으로 인한 사망이 감소하였다는 연구 결과들을 보면서 빠른 연구 결과들에 비해 국내 허가사항 및 보험 적용이 늦는 감이 있지만, 신장내과 의사로서 사용할 수 있는 무기들이 하나둘씩 늘고 있다는 점이 참 다행스럽고 새로운 만성 콩팥병 치료의 시대가 열린 것 같아 앞으로 더욱 기대됩니다. 저 또한 SGLT2억제제를 적극적으로 만성 콩팥병 환자에서 사용하고, SGLT2 억제제의 좋은 효과의 기전에는 어떤 것이 있는 지에 대해 연구해보고자 합니다.
처음 ASN에 다녀왔을 때 넓은 공간에 빼곡히 걸린 포스터와 그 앞에서 자유롭게 토론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참 인상깊었는데, 다시 그 현장에 참여할 수 있어서 기쁘고 영광이었습니다. 포스터 발표는 연구자가 e-poster로도 제출한 경우, 포스터 바로 옆에 있는 QR code를 통해 나중에도 볼 수 있어 사진으로 하나하나 찍어야 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었고, 짧은 동영상을 녹화해서 업로드한 연구자도 있어 abstract session을 듣는 것 같은 느낌도 주었습니다.
저는 이틀에 걸쳐 포스터 발표를 하였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찾아와주셔서 제 연구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시고 다양한 질문이나 코멘트를 해주셔서 감사했고, 짧은 영어로나마 해외 연구자들과 의견을 나눌 수 있어 앞으로 더 열심히 연구를 해야겠다는 동력이 되어준 시간이었습니다.
올랜도에서의 즐거운 시간
올랜도는 깨끗하고 안전하며, 날씨가 따뜻하여 미국인들에게도 인기 많은 휴양지라고 합니다. 또한, 많은 관광객들에게는 테마파크로 유명하기도 합니다. 저도 학회기간 후 휴가를 내어 디즈니월드와 유니버셜스튜디오에 다녀왔습니다.
바쁘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병원 생활을 잠시 뒤로 하고 꿈과 희망, 마법을 테마로 하는 놀이동산에서 잠시 어린 아이로 돌아간 것처럼 즐겁게 다니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실 테마파크에 가기 전에는 20-30만원이나 하는 입장료에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놀이기구 하나하나에 진심을 다한 듯 현실감 있게 재현해 두었고 퍼레이드나 불꽃놀이 같은 행사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한 면이 없어서 나중에는 그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남녀노소, 국적 불문 모두가 행복해하는 것을 보면서 컨텐츠의 힘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해외 학회를 다녀올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대한신장학회와 막내 의국원의 긴 부재를 허락해 주시고 그 기간 동안 고생해주신 교수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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