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에 따라 만성 신질환을 다르게 정의해야 할까? [22년 여름호]

편집부

news@ksnnews.or.kr | 2022-06-12 13:56:03

이유호 / CHA 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외래 환자를 보다 보면 신기능이 경미하게 감소 (estimated glomerular filtration rate (eGFR) 45-60 ml/min/1.73 m2) 하였으나 단백뇨는 없는 고령의 환자를 흔하게 경험하게 된다. 많은 신장내과 의사들은 이러한 환자들을 병적인 만성 신질환으로 진단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고령에 따른 신장 기능의 생리적 감소 현상으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해 한번쯤은 고민하게 된다. 

만성 신질환 (chronic kidney disease, CKD)는 비가역적인 신장 손상이 발생한 상태를 뜻하며 KDIGO 정의에 따른 잔여 신장 기능의 지표인 eGFR이 60 ml/min/1.73 m2 이하로 감소하였거나 신장 손상의 근거, 특히 단백뇨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로 정의하고 있다. eGFR 60 ml/min/1.73 m2은 건강한 성인의 평균 신장 기능의 약 50% 가 소실된 상태로 여러 연구에서 eGFR이 60 ml/min/1.73 m2 이하로 떨어지는 시점부터 말기 신부전으로의 진행,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 및 사망 위험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되었다.

하지만 최근 만성 신질환을 진단하는 데에 있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eGFR수치를 적용하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시되고 있다. 특히 신장 기능은 나이에 따라 자연적인 감소가 일어나므로 고정된 eGFR수치를 기준으로 하면 젊은 성인의 만성 신질환을 과소진단 (underdiagnosis) 하거나, 반대로 고령 인구의 만성 신질환을 과진단 (overdiagnosis) 할 위험성이 있다.

이에 따라 2019년 미국신장학회에서는 연령에 따라 만성 신질환의 정의 기준을 다르게 하는 것을 제안한 바 있다 (40세 이하: eGFR < 75 ml/min/1.73 m2, 40 - 64세: eGFR < 60 ml/min/1.73 m2, 65세 이상: eGFR < 45 ml/min/1.73 m2). 하지만 이러한 기준이 KDIGO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단일 기준과 비교하였을 때 만성 신질환 합병증의 위험도를 더 정확하게 반영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본 연구에서는 총 3,170,833명의 캐나다 국민을 대상으로 만성 신질환의 진단 기준을 기존과 같은 고정된 eGFR값 (fixed threshold)으로 하였을 때와 과 나이에 따른 다른 eGFR값 (age-adapted threshold) 으로 하였을 때의 역학적 차이와 만성 신질환 합병증 (말기 신부전 진행 및 사망) 위험도를 분석하였다.

먼저 진단 기준에 따른 역학적 특성의 차이를 보면 fixed threshold를 적용한 경우 만성 신질환은 127,132명에서 진단되어 age-adapted threshold를 적용하였을 때의 81,209명에 비해 환자수가 약 60%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fixed threshold 코호트는 age-adapted threshold 코호트와 비교하였을 때 평균 연령이 높고 평균 eGFR 이 높았으며 단백뇨가 없거나 적은 경우 (0~1+)가 많았다.

Fixed threshold 코호트에는 포함되었으나 age-adapted threshold 코호트에는 포함되지 않은 환자군의 약 75%는 65세 이상이면서 eGFR 45-59 ml/min/1.73 m2 이고 단백뇨가 없거나 적은 군에 해당하였다. 

만성 신질환의 합병증 위험도를 비교하였을 때, 5년 내 말기 신부전 발생 및 사망 위험도는 fixed threshold 코호트에서는 각각 1.7% 와 21.9%, age-adapted threshold 에서는 각각 3.0% 와 25.4% 였다. 주요 관심사인 65세 이상이면서 단백뇨가 없거나 적은 환자군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eGFR < 45 ml/min/1.73 m2에 해당하는 환자군은 예상대로 말기 신부전 발생 및 사망 위험도가 모두 유의하게 상승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에 반해 eGFR 45-59 ml/min/1.73 m2에 해당하는 환자의 5년 내 말기 신부전 발생 및 사망 위험도는 동일 나이대면서 eGFR 60-89 ml/min/1.73 m2에 해당하는 비 만성 신질환 대조군와 비교하였을 때 명확한 상승을 보이지 않았다. 

상기 결과를 정리하여 보면 fixed threshold를 만성 신질환의 진단기준으로 하였을 때 65세 이상이면서 eGFR 45-59 ml/min/1.73 m2에 해당하고 단백뇨가 없는 고령의 환자들이 상당수 포함되며 이러한 환자들의 말기 신부전 발생 및 사망 위험도는 eGFR 60-89 ml/min/1.73 m2에 해당하는 대조군과 비교하였을 때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겠다.

인종의 차이, 길지 않은 연구 기간, 말기 신부전/사망 외 주요 합병증 들의 평가 부재 등의 한계가 있으므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향후 경미한 신기능 감소를 보이는 비단백뇨 만성 신질환 환자를 어떻게 어떠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관리할 것인 가에 대해 좋은 참고 자료가 될 수 있겠다. 

[ⓒ 대한신장학회 소식지.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