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2023 참관기 [23년 가을호]
편집부
news@ksnnews.or.kr | 2023-09-01 15:23:03
안녕하세요. 저는 충북대병원 신장내과에서 근무 중인 김지혜입니다. 올해 운 좋게 대한신장학회 해외 학회 참가자로 선정되어 2023년 6월 15일부터 6월 18일까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개최된 2023년 ERA(European Renal Association) 학회에 참석하여 짧게나마 이에 대한 경험을 나눠드리고자 합니다.
ERA congress는 European Renal Association(유럽 신장학회)에서 매년 주최하는 가장 크고 세계적인 유럽 신장 학회로 올해 60년을 맞이하여 밀라노에서 개최되었습니다. 2020년 신장내과 전임의를 시작하던 해 코로나 19 대유행 시작으로 2020년 4월 밀라노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ERA 학회가 온라인으로 변경되어 직접 참석하지 못한 아쉬움이 매우 컸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던 와중 올해 밀라노에서 열리는 2023년 ERA 학회에 참석할 수 있게 되어 기대감이 유달리 컸습니다.
올해 ERA 프로그램은 사구체 신염, 급성 및 만성 신부전, 혈액 및 복막 투석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 및 강의 외에도 신장 조직 검사, AVF/AVG 초음파, 투석 도관 삽입 및 신장 초음파에 대한 여러 hands-on 코스가 있었습니다. 학회 첫날부터 전 세계에서 많은 의료진들이 참석하여 학회장의 분위기는 매우 뜨거웠습니다.
저는 올해 3월부터 충북대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보며 사구체 신염 환자들의 치료 방향에 대한 고민과 궁금증이 매우 커서 사구체 신염과 관련 강의 위주로 듣고자 하였습니다. 권위 있는 신장학 저널에서 저자로만 봤던 여러 교수님들의 명 강의를 현장에서 들으며 IgA nephropathy, MN, vasculitis 등에 대한 원인, 진단, 치료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다시 정리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되었고 유럽 여러 나라 및 병원에서도 다양한 프로토콜로 치료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만, 이러한 프로토콜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안들에서도 효과적일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고 추후 이와 관련된 주제로 연구를 해보면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IgA nephropathy에서 alternative complement pathway의 과활성에 의해 질병이 발생 및 악화가 될 수 있는데 이를 억제하는 ligand-conjugated-antisense oligonucleotide 약제가 개발되어 3상 연구가 진행 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신약의 개발로 현재까지 RAS inhibition 및 immunosuppressant 등의 기존 치료에 큰 효과를 보지 못했던 환자들에서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휴식 시간 동안은 여러 부스를 돌아다니며 새롭게 개발된 의료 기기 및 약에 대한 공부를 하였습니다. 복막투석 환자들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장 흔하지만 위험한 합병증은 복막염입니다.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환자들이 복막액 색깔이 뿌옇게 변하거나 흐려지면 병원에 직접 내원하여 peritoneal fluid cell count 및 analysis를 진행하게 됩니다.
하지만 환자들이 육안으로 복막염을 의심하기 쉽지 않을 수 있고 육안으로 이를 의심하는 것은 부정확한 경우가 많은데 QuickCheck라는 작은 기계를 통해 환자의 집 또는 병원에서 1분 만에 복막액의 leukocyte count를 10-10,000 cells/ul 범위 내에서 정확히 측정할 수 있었습니다. 기계의 크기도 굉장히 작아(약 20cm * 30 cm * 15cm) 휴대하기도 편리하고 환자들이 주기적으로 쉽게 복막액 검사를 할 수 있어 복막염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또한, 혈액 및 복막투석 버츄얼 교육이 인상 깊었는데 직접 VR 기기를 쓰고 복막 및 혈액 투석 교육을 받아보니 마치 게임을 하는 듯 재미있었습니다. 한국은 혈액 및 복막투석에 대한 교육이 여러 의료진들의 노력으로 매우 활발히 그리고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이 투석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 이러한 VR 교육을 통해 환자들이 집에서도 편안하게 그리고 즐겁게 교육을 반복적으로 받을 수 있다면 투석을 잘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학회 셋째 날에는 서울대병원 오국환 교수님 지도 하에 연구 중인 초록 두 편이 ‘focused oral session’으로 선정되어 발표를 하였습니다. Focused oral session은 작년부터 처음 시작된 프로그램으로 포스터 형식의 파워포인트 한 장에 background, method, result 및 conclusion을 간략히 정리하여 3분 동안 영어로 발표를 하고 1분 동안 Q&A를 시간을 갖는 형식이었습니다. 첫 해외 발표였고 3분 안에 많은 내용은 간략하게 전달해야 하는 형식이어서 긴장도 많이 되고 어떤 질문이 나올지에 대한 고민도 컸는데 아침 일찍부터 오국환 교수님께서 발표장에 오셔서 따뜻한 응원을 해주셔서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발표장에서 가천대 길병원 신장내과 정지용 교수님과 제주 한라병원 이충식 과장님도 뵙고 여러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 너무나도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다양한 발표 및 포스터 발표 프로그램을 보니 한국 신장내과 선생님들의 발표가 굉장히 많아서 국제 사회에서 한국 신장내과 선생님들의 위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학회 마지막 날 저녁에는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 수도원에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관람을 하였습니다. 1495년에 제작에 착수하여 완벽한 벽화를 위해 수정과 수정을 거듭하여 3년만에 완성된 다빈치의 걸작에 경이로움을 느끼며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3박 4일 동안 세계 각국의 신장학 권위자들의 임상 경험과 지식을 전달 받으며 최신 연구, 약제 및 의료기기를 접할 수 있어 매우 유익하였고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치료 방향 등에 대해 고찰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밀라노에서 평생 잊지 못할 좋은 경험과 추억을 선물해 주신 대한신장학회 및 저를 대신하여 병원에서 힘써주신 충북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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