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의과대학 연수기 [22년 가을호]
편집부
news@ksnnews.or.kr | 2022-09-05 15:01:48
박훈석 /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COVID-19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에서도 해외연수기 코너에도 공백기가 생겼습니다. 그동안 해외연수를 준비하던 많은 분들이 시기를 미루거나, 포기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으신 것으로 압니다. 저도 가족들과 해외 연수를 준비하면서, 또 그곳에서 겪은 여러 일들을 생각해보면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그만큼 좋은 경험이 되었다는 생각이 스칩니다. 팬데믹을 지나 엔데믹 시대에 접어들면서 다시 해외연수를 준비하는 선생님들이 많으실 텐데, 그분들께 도움이 되고자 저의 경험을 나눠보려 합니다.
2021년 7월 1일부터 2022년 6월 31일까지 해외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저는 Harvard medical school Brigham & Women`s hospital(BWH)과 Brigham Women`s Faulkner hospital(BWFH)에서 1년의 임상 경험을 연수 기간 동안 가졌습니다.
중재신장학을 세부 분야로 하고 있는 저는 해외연수를 염두에 두면서, 기초보다는 임상 쪽을 마음에 두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미국중재신장학회를 꾸준히 참석하면서, 중재신장학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대학 부속병원들을 살펴보았고, 류마티스 내과를 분과로 하고 있는 아내의 연수 계획 또한 고려하여 최종적으로 하버드 의과대학을 선택하였습니다.
저를 초청해 준 Dirk Hentschel 교수와는 이미 미국중재신장학회를 통하여 개인적인 교류가 있었기에 그 진행에는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다만 코로나로 인하여 2022년 2월까지도 하버드대학에서 연수 확정에 대한 대답을 듣지 못하여 곤란하였었습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기 때문에 더는 연수를 미룰 수가 없었고, 다행히 저를 초청해 준Dirk Hentschel 교수의 배려로 다소 늦었지만 계획하였던 2022년 7월부터 연수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하버드 의과대학 부속병원은 크게 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과 Brigham & Women`s hospital 계열로 나누어집니다. 저를 초청해 준 Dirk Hentschel 교수는 하버드 의과대학 신장내과의 interventional nephrology의 chief이며, BWFH에서 interventional nephrology clinic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연수 기간 동안에 주된 출근은 BWFH의 interventional nephrology clinic으로 하였고, Hentschel 교수의 시술 보조를 하거나 참관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1-2차례 정도는 BWH로 출근하여 Hentschel 교수가 혈관외과 Ozaki교수와 같이 시행하고 있는 비수술적 동정맥루 형성술인 endo AVF 시술을 보조하거나 참관하였습니다.
저는 이미 연수 전 국내에서 혈액투석 동정맥루 시술을 수년 동안 수행하고 있어서, 시술에는 어느 정도 익숙하고 자신이 있었지만, 중재신장학이 처음 태동하여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미국의 중재신장학은 그 실제 상황이 어떤지 궁금하였습니다. 더욱이, 중재신장학 관련 해외 학회들을 다니면서 국내에는 아직 도입되지 않았거나, 그 사용이 국내에서 제한되어 있는 혈액투석 동정맥루 관련 최신 기구들의 실제 임상 적용과 효과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예컨대 국내에서는 오직 혈관 파열에만 보험 적용이 되고 있는 스텐트 그라프트(stent-graft, SG)가 미국에서는 매우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협착이 반복되는 병변에 대하여 구제 요법의 일환으로 그 효과를 보여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혈액투석 동정맥루에서는 그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알려진 bare metal stent(BMS)의 경우도 미국 현지에서는 중심정맥 협착이나 비천자부위 등에 선택적으로 적용한다면 해당 혈액투석 동정맥루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음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혈액투석 동정맥루에서 SG를 사용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주목받는 내용은 edge stenosis에 관한 것입니다. BMS의 in-stent restenosis와 유사하게 SG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SG가 혈관에 닿는 양 말단에 edge stenosis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2세대 SG가 최근에 개발되어 유럽과 미국에서 대규모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을 연수 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제 PI인 Hentschel 교수가 이 2세대 SG의 미국 내 다기관 연구의 PI로 그 연구를 주도하고 있어서 2세대 SG의 효과를 가까이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던 것도 중재신장학을 하고 있는 저로서는 매우 큰 수확이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혈액투석 동정맥루 시술도구의 개발과 그 국산화에 이미 관심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연수 기간 중 국외에서는 이미 개발되어 활발히 사용 중이나 국내에서는 사용에 여러 제약이 있는 많은 도구들을 직접 만져보고, 그 사용법을 배운 것은 큰 행복이었습니다. 더불어, Hentschel 교수의 시술을 보조하거나 참관하면서 추가적으로 느낀 것은 그가 가이드와이어나 카테터 등의 시술 기본 도구들을 사용할 때에 굉장히 기본에 충실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Hentschel 교수에게 시술을 누구에게서 배웠는지 물었는데, 인터벤션 영상의(interventional radiologist, IR)로부터 직접 배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를 가르친 IR은 놀랍게도 Thomas Vesely였습니다. Thomas Vesely는 Viabhan SG의 유용성을 입증한 Revise trial과 KDOQI vascular access 2006 guideline을 최종 검토하여 혈액투석 동정맥루 시술을 하는 의사들에게는 너무나도 유명한 분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는 비록 제가 이미 수년째 시술을 하고 있었지만,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고, Hentschel 교수에게 혈관 내 시술에 대하여 자주 묻고, 그가 Vesely로부터 배운 시술의 기초를 확인하여 다시 배웠습니다.
Hentschel 교수와 같이 있는 Adina Voiculescu 교수로부터 renal artery stenosis와 관련하여 초음파를 배운 것도 큰 수확이었습니다. 연수 전 이미 병원에서 신장 초음파를 시행하고 있었지만, renal artery의 근위, 중위, 말단 부위를 초음파에서 확인하는 데 어려움을 많이 느끼고 있었는데, 연수 기간 동안에 Voiculescu 교수의 능숙한 초음파 기술에 감탄하였고, 많은 요령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사실 Voiculescu 교수를 처음 만났던 것은 2014년 미국 중재신장학 연례 모임 hands-on session이었습니다. 당시나 지금이나 Renal artery stenosis에 관심을 가지고 혈관 초음파를 시행하는 신장내과 의사가 거의 전무하기 때문에, 그때 hands-on session에서도 renal artery stenosis 초음파를 시행하는 것을 보면서 많은 것들을 배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돌아와서 실제로 제가 renal artery에 대한 도플러 검사를 해보면, 혈관을 초음파 상에서 찾고 visualization 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습니다.
연수 전 Hentschel 교수의 약력을 BWFH에서 확인하던 중 Voiculescu 교수가 같이 근무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Hentschel 교수에게 Voiculescu 교수를 제가 2014년 미국 중재신장학회에서 만났던 사실과 renal artery stenosis에 대하여 Voiculescu 교수에게서 제대로 한번 배워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문의하였습니다.
Hentschel 교수가 Voiculescu 교수도 현재 혈액투석 동정맥루 시술을 그와 교대로 같이 하고 있으며 여전히 renal artery stenosis에 대한 초음파 평가를 통한 환자 관리의 전문가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그 후 Voiculescu 교수가 흔쾌히 허락하여 연수 기간 동안 그녀가 renal artery stenosis가 의심되는 환자에서 초음파 검사를 할 때에 참관하였고, 검사 요령의 중요한 요령들을 저에게 자세히 알려 주었습니다. 때때로는 환자에게 실제 초음파 검사를 시행하게 배려하여 제가 잘못하고 있던 것들을 지적해 주기도 하였습니다.
연수를 시작할 무렵 이미 미국은 코로나 백신 2차 접종이 많이 이루어져 실내에서만 마스크 착용이 의무였고,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습니다. 다만 저는 병원으로 출근하기 때문에 병원 내에서는 덴탈 마스크만을 착용하였고, 코로나 환자 시술이 있는 경우에는 N-95 마스크와 페이스 쉴드를 시술복에 추가로 착용하였습니다.
연수 후 3-4개월이 되었을 때에는 실내 마스크 착용도 권고(requirement)에서 개인에게 맡기는(optional) 상태로 바뀌어서 코로나로 인하여 제약을 많이 느끼지는 못하였습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BWH 류마티스 내과에 방문교수로 온 와이프는 data science에 관심을 가지고, 본인을 초청해 준 중국계 미국인인 Katherine 교수와 BWH 류마티스 환자들의 병원 의무 기록을 가지고 통계 작업을 하는 연구를 하였습니다.
국내에서는 병원 생활에 쫓기다 보니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가지지 못하였는데, 연수기간 중에는 국내에 있을 때보다는 다소 여유가 있어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어서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연수 기간 동안 머물렀던 보스턴은 익히 아시다시피 하버드 대학과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으로 유명한 교육 도시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유학을 온 외국인들이 많아서 아시아인들에게도 굉장히 친절하고 호의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 년 내내 따뜻한 미국 서부와는 달리 보스턴이 위치한 미국 동부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사계절을 가지고 있습니다.
겨울에는 눈이 굉장히 많이 오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영화 러브 스토리에서 눈 덮인 공원을 배경으로 남녀 주인공 커플이 데이트하던 곳이 보스턴입니다. 보스턴의 겨울은 11월에 시작하여 4월까지도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불어 우리나라의 겨울에 비하여 제법 긴 것 같습니다. 한겨울 기온은 영하 10-15도이지만, 대서양을 끼고 있는 항구 도시인 까닭에 바람이 불어 체감 기온은 영하 15-20으로 느껴진다고 합니다.
지나고 보니 1년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 것 같습니다. 학술적으로도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중재신장학 관련 혈관 시술의 최신 기구들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혈관 내 시술을 기초부터 다시 익혀 기본을 더 튼튼히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병원 일에 치여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코로나 시국으로 어수선함이 있음에도 연수를 허락해 주신 병원 관계자분들과 아낌없는 지원을 해 주신 신장내과 선후배 교수님들께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번 연수를 계기로 국내 중재 신장학의 더 나은 발전을 위하여 더욱 매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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