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경변 환자에서 급성신손상과 간신증후군 [22년 여름호]

편집부

news@ksnnews.or.kr | 2022-06-12 15:14:17

김하일 /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1. 간경변 환자의 급성 신손상

간경변 (Liver cirrhosis) 은 만성 간 손상에 대한 상처회복 과정에서 발생하는 간섬유화가 진행되어 조직학적으로 섬유성 반흔으로 둘러싸인 재생결절이 생긴 상태로 정의된다.

간 손상이 만성적으로 반복되며 손상된 간세포가 재생되지 못하고, 활성산소나 염증성 물질분비가 누적되어 간의 쿠퍼세포 및 염증세포 활성화 및 간 성상세포 활성화로 인하여, 손상부위가 간세포가 아닌 콜라겐과 같은 세포외기질로 대체되는 과정을 통하여 간경변이 발생하게 된다.

임상적으로나 조직학적으로 간경변이 진단된 환자의 경우 만성간염의 원인이 된 기저질환에 대한 조절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술이나 세균감염과 같은 전신염증반응이 유발되는 상황이 반복되며, 복수, 정맥류 출혈, 황달이나 간성뇌증과 같은 잘 알려진 간경변의 합병증이 발생하는 비대상성 (decompensated) 간경변으로 진행하게 된다. 

비대상성 간경변으로의 진행은 전통적인 관점에서 문맥압 항진증 (portal hypertension) 과 내장동맥 혈관 확장 (splanchnic arterial vasodilation)을 시작으로 보았다. 뒤따르는 유효 동맥혈류량 (effective circulatory volume) 저하 및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계 (renin-angiotensin-aldosterone system)의 활성화와 신장동맥의 수축은 궁극적으로 간신증후군 (hepatorenal syndrome, HRS)이 발생시켜며, 매우 불량한 예후를 시사하는 것임이 잘 알려져 있다.

간경변과 연관된 신기능의 저하는 구조적 질환이라기 보다는 간경변의 자연경과와 연관된 기능적 질환에 가깝다고 오랬동안 생각되어 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간경변의 자연경과만으로 간신증후군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 임상적으로 대표적인 선행요인은 급성 신손상 (acute kidney injury, AKI) 이다.

간경변 환자에서 다양한 원인으로 급성 신손상 발생하면, 비록 회복되더라도 신기능이 점진적으로 감소하고, 급성신손상이 발생하지 않았던 환자에 비해 불량한 예후를 보인다고 알려져 있으며, 간경변 환자 사망의 독립적 예측인자로 알려져 있다. 

급성신손상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거나, 치료하여도 반응하지 않는 경우에는 간신증후군(hepatorenal syndrome)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간경변 환자, 특히 비대상성 간경변 환자에서 급성신손상은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2. 간신증후군의 진단 

 간신증후군의 진단은 기본적으로 급성 신손상의 진단개념을 기반으로, 현재는 2015년 International Club of Ascites (ICA)의 진단기준을 사용한다. 간경변 환자에서 급성 신손상의 진단은 혈청 크레아티닌이 48시간 이내에 0.3 mg/dL 이상 증가하거나 1주일 이내에 기저치에 비해 50% 이상 증가하는 경우이다.

간경화 환자의 급성 신손상 진단에는 요량기준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데, 신기능 악화없이 요량이 감소되거나, 이뇨제 사용으로 요량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급성 신손상 개념을 기반으로 하여 진단되는 간신증후군의 진단은 표1과 같다. 기본적으로 급성 신손상의 기준에 부합하는 환자이며, 복수가 동반된 상태에서 신기능 악화의 다른 원인이 배제되고 2일간의 이뇨제 중단 혹은 알부민을 사용하여도 급성신손상의 호전이 없는 경우를 간신증후군으로 진단한다. 

3. 간신증후군 병태생리학의 최근연구동향

최근 비대상성 간경변 및 만성간부전의 급성악화 (acute-on-chronic liver failure) 환자를 대상으로 유럽에서 진행된 대규모 연구결과는 간신증후군이 혈액의 순환장애 (circulatory dysfunction) 뿐만 아니라 전신염증반응 (systemic inflammation)으로 인한 것임을 강력하게 시사하였다.

대부분의 전신염증반응 원인은 음주, 그리고 세균전위 (bacterial translocation) 및 관련된 감염증이라는 것이 확인되었는데, 이는 문맥압 항진증의 자연경과와 연관된 순환장애가 미처 발생하기 전에 간신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며, 이는 20여년 넘게 간신증후군과 간부전의 진행과정을 설명하던 방식들의 변화가 필요함을 암시한다.  

최근의 연구결과와 맞물려, 간신증후군이 순수하게 신실질의 손상 없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근거들도 누적되고 있다. 전신염증반응의 원인인자와 진행과정은 단순히 순환장애와 연관된 신기능 이상이 아니라, 신실질의 손상을 유발한다.

그동안 잘 인지되지 않은 신실질의 손상으로 인한 취약성은, 최근 대사증후군 환자의 증가 및 다양한 약물의 만성적 사용 등을 원인으로 하는 기저 신장질환과 맞물려 더 이상 간과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추후 진단과 치료의 가이드라인들은 점차적으로 기능적 측면뿐만 아니라 신실질의 구조적 손상에 대한 고려가 함께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4. 간신증후군의 치료

현재 간신증후군 치료는 문맥압 항진증에 대한 전통적인 기전을 기반으로 한다. 비대상성 간경변환자에서 가장먼저 주의해야 할 점은, 사용 중이던 이뇨제는 감량 또는 중단하고, 감염증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 되겠다.

이외 가능한 유발인자를 세심히 살피는 과정과 동시에, 가능한 빠른 시점에 terlipressin과 알부민 (albumin)의 병용 투여가 신기능 보존과 장기예후 향상에 중요하다. 실제로 간경변 환자에서 단독원인 급성 신손상 및 간신증후군이 발생하는 경우는 없으며, 따라서 간신증후군이 진단된다는 것은 이미 순환장애 및 전신염증반응의 악화가 상당부분 진행된 상황이며 따라서 전문의와 빠른 상의 및 조치가 필요하다. 

급성신손상하 발생한 간신증후군 (HRS-AKI)의 경우 투약에 반응이 좋고, 재발시에도 여전히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급성 신부전 (acute kidney disease)이나 만성 신부전 (chronic kidney disease) 하에서 발생한 간신증후군 (HRS-NAKI)는 치료 반응률이 낮고, 호전되더라도 재발이 많으며, 간이식전 생존기간에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전신염증반응 및 신실질의 손상과 연관된 간신증후군에 대한 새로운 치료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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