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디에이고 대학 컴퓨터 생물정보학 연수기 [24년 봄호]
편집부
news@ksnnews.or.kr | 2024-03-04 12:20:51
황선덕 / 인하대병원 신장내과
제가 연수를 가기 위해 준비했던 시기는 COVID19가 한참 유행하던 시기였습니다. 한국에서도 코로나로 여러 모임이 취소되고 병원들이 방역하고 있었고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여러 센터가 COVID를 이유로 연수받기를 꺼려 처음 준비할 때 쉽지 않은 시기였습니다.
그러던 중 UCSD의 Olivier 교수가 UCSD, UCLA 등 5개 대학의 환자 약 5,000명의 암유전체 데이터를(ARMOR data) 가지고 활발한 연구 활동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메일을 주고받게 되었습니다. solid organ transplantation을 시행한 환자들은 이식 후 여러 종류의 면역억제제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러한 환자들의 암 발생률은 상대적으로 높은 빈도를 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이식 환자의 암 발병과 관련된 유전체 연구를 주제로 제시하였습니다.
Zoom을 이용한 interview와 연구계획서를 제출한 결과 J1비자를 위한 DS2019를 받기로 하고 연수 준비를 시작하였고 다행히 타 병원에 있는 제 부인도 같은 시기에 연수를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연수의 첫 시작 무렵 Olivier 교수가 Zentalis Pharmaceuticals라는 유전체 연구 회사에 스카우트 받게 되어 같은 대학 유전체 교실의 Hannah carter 교수를 소개받게 되었습니다.
Hannah 교수는 종양 관련 DNA 돌연변이가 세포 내 생물학적 프로세스 및 세포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와 암 유전체와 단백질 간의 상호작용, 유전체 데이터를, AI를 이용하여 정밀의학에 적용하는 방법을 computation coding으로 연구하였고 최근 5년간 약 5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하였습니다.
Hannah carter의 lab실은 member들에게 hut으로 표현되는 Stein Clinical Research Building 옆에 있는 1층짜리 목조 건물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박사과정이나 박사 후 과정을 하는 학생들이 일하였고 각 방에 약 3명 정도씩 자리를 배정받아 개인 컴퓨터를 이용하여 분석하였습니다. 월요일마다 9시에 lab meeting이 있었고 당시가 COVID 시기였기 때문에 오두막 회의실에서 약 6~7명이 모이고 나머지 멤버들은 외부에서 줌을 이용하여 lab meeting을 진행하였습니다.
미팅 시 각자 돌아가면서 현재 맡아서 하는 연구가 일주일 동안 얼마나 진행되었는지를 발표하고 Hannah와 토론을 하는 자리를 가졌고. 저는 Olivier와 하려던 연구 계획서를 설명하고 ARMOR data를 기반으로 하는 유전체 데이터를 받아서 분석하려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data가 solid organ transplantation을 한 환자들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환자 중 이식과 관련된 환자에 대한 임상 데이터와 유전체 데이터를 받아 이식하지 않은 환자들을 대조군으로 하여 분석을 진행하였습니다.
EPIC이라는 proposal을 제출하고 이를 승인 받아야 각 환자의 임상 및 유전체 데이터를 받을 수 있는데 미국 담당자의 행정 처리 속도가 매우 느려서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점이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데이터가 허락된 후에 Amazon workspace라는 가상공간을 만들어줘서 그 안에서만 분석을 시행할 수가 있었고 분석은 SNP chip에 대한 data cleaning 후 imputation과 PCA analysis를 하여 여기서 선택된 SNP와 HLA alleles를 찾았고 MHC 1과 관련되어 CD8+T cell을 통해 발생한다고 알려진 cancer와 연관성을 밝히기 위해 PHBR(Patient Harmonic-mean Best Rank) score를 이용하여 cancer와 연관된 covariate를 찾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화요일과 목요일은 오두막에서 같이 공부하던 Clarence, Michel, Adam에게 분석과 관련된 coding을 물어가며 배웠습니다. Jupitor와 R을 공부하고 갔었지만, code가 조금만 다르면 분석 자체가 돌아가지를 않아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질문을 했습니다. 그래도 저에게 늘 친절히 가르쳐 주었고 분석을 시행하다가 코드가 막히면 옆에서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가동이 잘되는 것을 보고 함께 기뻐해 주어 즐겁게 공부했던 기억이 납니다.
수요일 12시부터는 UCSD bioinformatics lab에서 시행하는 연구 발표나 강의를 들었는데 주로 줌을 이용하여 150명가량 접속하여 강의와 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금요일에는 hackathone이라고 하는 project 겸 journal club에 참석하였습니다. 이 project는 유전체를,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분석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으며 deep neural networks를 이용하여 암에 반응하는 약물에 대한 예측과, 이러한 약물에 대한 affinity와 side effect 등을 in silico를 이용하여 분석하는 기법에 대한 주제를 주로 다루었습니다.
lab 실에 주로 젊은 사람들이 많다 보니 월말에 1회 정도 학교 외부 바닷가나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하며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큰 모임은 크리스마스 주에 Hannah가 저녁 식사 초대를 하는 것이었는데 초대받은 사람들이 각자 음식을 조금씩 가져가서 나눠 먹었고. UCSD 공대 교수였던 Hannah의 남편이 숯불에 바비큐를 요리해 주었고 9가지 정도 되는 품종의 와인을 시음한 후 품종을 맞추는 게임을 했던 시간이 꽤 흥미로웠습니다.
UCSD에는 EIA(ENGLISH-IN-ACTION)라는 영어 연수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퇴직한 70대 할아버지와 만나게 되었는데 그는 라틴계 미국인으로 수업에 있어서 조금은 완고한 분이셨습니다. 수업은 UCSD 명물인 Geisel library에서 하였는데 UCSD Campus ID card와 이메일이 있으면 7층의 전망 좋은 방을 2~3시간가량 개인적으로 빌릴 수 있어 여기서 수업을 할 수 있었고 이후 우리 가족과도 따로 식사도 하면서 가깝게 지냈고 현재도 연락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선생님이 그러시겠지만 연수를 오기 전에는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아이 등하교 시간을 같이 하려고 하였고 저녁 시간에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함께 시간을 보냈었습니다. 주말에는 Del Mar beach에 가서 아이가 물놀이하는 것을 보고 Torry pines의 등산 코스를 걸으며 파란 하늘과 아름다운 바다를 구경하였습니다.
특히 저희가 있는 동안 양가 부모님들이 잠시나마 들어오실 수 있어서 함께 지내고 주변을 구경하고 한국과는 다른 문화와 음식을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매우 보람찬 시기였고. 연수 후반부에는 미국 서부에 있는 그랜드캐니언, 옐로우 스톤, 요세미티와 같은 국립공원을 여행하며 대자연을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연수를 하는 짧지 않은 1년이라는 기간 동안 제가 연수를 갈 수 있게 지지해 주시고 많은 부분을 도와주신 인하대병원 신장내과 송준호 교수님과 이승우 교수님에게 감사드립니다. 또 저를 대신하여 제가 없는 동안 과에서 많은 일은 한 김기표 교수에게도 깊은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습니다.
컴퓨터 유전체 분석이라는 분야를 배우는데 충분한 시간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번에 배운 경험을 통해 향후 신장학회에서 유전자 분석과 관련된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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