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내과 개원 [22년 가을호]
편집부
news@ksnnews.or.kr | 2022-09-12 16:17:21
김현주 / 민들레내과 원장
안녕하세요, 저는 부산 금정구에 위치한 '민들레내과' 김현주 원장입니다. 투석 환자분들 곁에서 함께하며, 환자분들이 편안하게 투석 받으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지난 겨울, 오미크론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투석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이 부족해져 ‘코로나19 외래 거점 혈액투석실’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외래 거점 혈액투석실 준비 과정부터 운영하기 까지의 느낀 점을 함께 나눠보고자 합니다.
2월의 어느 아침, 투석협회 부산지회 총무이사님이신 이동형 원장님(범일연세내과의원)께 전화가 걸려왔다. 오미크론 환자 발생 속도가 너무 빨라서 코로나 감염 투석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이 한두 주 내에 없어질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
오미크론 감염은 경증이라도 입원을 해야 투석을 할 수 있으니 입원실이 경증환자들로 꽉 차면 진짜 입원해야 하는 중증환자가 갈 곳이 없어지는 것이다. 이런 문제로 고민하던 중 민들레내과가 생각났다고 하시면서, 경증환자들이 입원하지 않고 외래에서 투석만 할 수 있도록 외래 거점 혈액투석실을 열어 보지 않겠냐고 하셨다.
처음엔 당연히 못 한다고 하였으나, 같이 동업하고 있는 소화기내과 전성찬 원장님과 투석실 권정인 수간호사 선생님은 듣자마자 우리가 해보자고 하는 것이 아닌가? 결국, 나는 다시 이동형 원장님께 전화를 걸어, “저희가 한번 준비해 보겠다.”고 했다. 이후 석 달을 정말 정신없이 보냈다. 말로만 듣던 코로나와의 사투가 시작된 것이었다.
역시나 준비과정은 쉽지 않았다. 인테리어부터 투석 기계, 침대 세팅까지 코로나로 여러 상황이 겹쳐 기간 내에 맞추기가 어려웠다. 그때 나는 부산시 투석환자 병상이 만실이 되는 2주 안에 격리 투석실을 무조건 열어야 한다는 자세로 임했다. 그러던 중 감사하게도 공사는 대미안(박기백 대표님)이라는 업체에서 일주일 만에 해주었고 기계도 박스터의 도움으로 어렵게 7대가 구해지고 침대도 정확히 2주 만에 배달되었다.
그 다음 과정은 간호 인력이었다. 부산시에서 중대본에 파견 간호인력 요청을 해주었으나, 6명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씀드리니 투석 간호사 같은 전문 인력을 6명이나 파견 받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다행히 소식을 들은 이동형 원장님께서 간호사들을 동원해 주셔서 부산에 있는 간호사들이 자원을 해주었다. 송상헌 교수님께서도 신장학회를 통해 간호사 6명 파견을 허락해 줄 것을 중대본에 요청해 주셨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간호사 6명 파견을 약속받는 기적이 일어났다.
3월 5일, 6명의 환자를 시작으로 경증 확진자 외래 거점 혈액투석실이 시작되었다. 3월 7일부터는 아침반, 오후반 하루 2번씩 환자를 받았으나, 의뢰된 환자를 다 받지 못할 정도로 코로나 확산 속도는 무서웠다.
환자 의뢰를 좀 더 공정하고 신속하게 받기 위해 부산시 재택 팀장님과 상의 후 부산시 17개의 각 구, 군 보건소와 단톡방을 만들었다. 환자 발생을 가장 먼저 아는 보건소에서 보고받은 환자가 투석환자일 경우, 환자 정보를 톡방에 올려주면 마지막 투석일이 가장 먼 환자부터 의뢰를 받았다.
경증환자 상태에 대한 정보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보건소로부터 받은 정보를 의사 선생님들께 연락드려 환자 상태 정보를 취합했다. 쉴 새 없이 환자 의뢰가 들어왔고, 투석 받을 병원과 날짜를 확정받지 못하면 불안해할 환자들을 생각해 최대한 빨리 답을 드리려고 노력했다.
의뢰를 받은 환자 상태에 대한 정보를 얻고 환자에게 안심을 드리기 위해 우리 병원 권정인 수간호사 선생님이 시간을 가리지 않고 전화를 드려 환자, 보호자와 통화를 했다.
환자들은 보건소에서 제공하는 교통편이나 119, 또는 방역 택시를 이용해서 병원으로 왔고, 기존의 민들레내과 환자들과의 동선 분리를 위해 2시간 정도의 시간 차이를 두고 출입을 제한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역 수칙을 지켜나간 결과, 다행히도 민들레내과 환자들이 다른 병원 환자들보다 코로나에 더 많이 걸리지는 않은 듯하다.
이렇게 두 달간의 고군분투가 끝나고 코로나 환자가 줄어든 4월 말에 외래 거점 격리실은 문을 잠시 닫기로 부산시와 협의를 하였다. 두 달간 총 서른 개의 병원에서 186명의 환자가 외래 거점 혈액투석실을 거쳐 갔다.
보통 일주일간의 격리 기간에 적게는 2번에서 많게는 4번까지 투석을 받고 가셨다. 전체 환자 중 대학병원 의뢰 환자는 10%, 2차 병원 환자는 20%, 1차 의료기관 의뢰 환자는 70%를 차지했다.
코로나 외래 거점 혈액투석실은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가능할 수 있었다. 금정구 보건소에서는 부산시 전체 환자들이 쓰는 방호복과 보호 4종 구를 무료로 지원해 주셨다.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두 달간 몸이 고되었지만, 외래 거점 혈액투석실의 경험은 평생 잊지 못할 귀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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