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역을 소개합니다 제주편 [22년 가을호]

편집부

news@ksnnews.or.kr | 2022-09-12 16:41:27

김미연 / 제주대병원 신장내과

제주는 사람이 살기에는 척박한 땅이었다. 말을 키우는 곳이었고, 큰 죄를 지은 자의 유배지였다. 문화 예술의 불모지였던 제주였지만 지금은 우리나라의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로 손꼽히며, 누구나 가고 싶은 장소 중 하나이다. 여기서 나고 자란 저자도 아직 이곳 보다 아름다운 곳을 찾지 못하였다. 눈으로만 쫓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내면을 충족시키고, 마음에 휴식을 주는 아껴 왔던 장소를 소개해 드린다. 

3월 말에서 4월 초 제주도는 벚꽃이 장관을 이룬다. 전농로 벚꽃 거리는 구시가지를 가로지르는 길로 수령이 오래된 벚꽃 나무가 줄지어 있어 걸어서 꽃을 즐기기에 좋다. 붐비는 게 싫은 사람은 밤에 산책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벚꽃 사이로 조명이 은은하게 있어 또 다른 재미가 있다. 가볍게 드라이브로 벚꽃을 즐기고 싶다면 제주대학교 벚꽃길도 좋다. 제주대 사거리에서 캠퍼스 안까지 약 1km 구간에 웅장한 왕벚꽃나무로 이루어진 벚꽃 터널이 있어 장관을 이룬다. 유채꽃과 벚꽃이 함께 피어 있는 풍경을 즐기고 싶다면 녹산로를 추천한다. 표선면 가시리 사거리에서 조천읍 교래리 제동목장 입구까지 이르는 10km 정도의 구간으로 드라이브로 즐기기 좋다. 휴일에는 차량이 붐비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4월에는 가파도의 청보리 올레를 즐기기에 좋다. 운진항에서 배를 타고 20분이 채 걸리지 않는 시간에 갈 수 있다. 비교적 바닷길이 평탄하여 뱃멀미가 심한 사람도 용기를 내서 갈 만하다. 가파도를 가로지르는 길을 걷다 보면 파란 하늘과 맞닿아 있는 푸른 청보리밭이 주는 평안함을 느낄 수 있다. 섬 끝에 다다르면 해안 길을 따라 섬을 한 바퀴 돌아본다. 길이 평평하므로 자전거를 빌려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좋다. 선착장 가까운 카페에서 청보리 미숫가루를 맛보거나 가파도에만 파는 맥파이 브루어리의 청보리 에일 맥주를 사서 먹어보는 것도 좋다.

가파도 청보리 밭

6월 중순부터 제주도의 수국을 즐길 수 있는 시기이다. 종달리 수국길은 해안 산책로와 맞닿아 있어 걷거나 드라이브로 즐기기 좋다. 한창 흐드러지게 수국이 필 때면 몽환적인 연보라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20분 정도 산책하고 길 끝에 소금바치 순이네에서 돌문어 볶음을 먹어보자. 

제주도에서 도민이 사랑하는 가장 아름다운 해변은 금능 해수욕장이다. 협재 해수욕장 바로 옆에 있지만 비교적 방문객이 적어 여유롭다. 조개껍데기가 곱게 부서져 만들어진 하얀 모래 해변과 평탄한 수면이 넓게 펼쳐져 있어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에게 추천하고 싶은 해변이다. 모래를 파보면 자그마한 비단조개가 잡히기도 한다. 해안가 동쪽의 야자수가 있는 주변에는 캠핑을 하거나 야자수 그늘 아래 해먹을 설치해서 오수를 즐겨 보는 것도 좋다. 주차장과 해변이 가깝고 온수가 나오는 샤워실도 있어 편리하다. 

모래 놀이

한여름에는 선선한 숲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다. 제주도민도 많이 가는 사려니숲길은 평탄하고 편안히 걸을 수 있는 길로 사진 찍기도 좋아 천천히 걸으며 숲을 즐기기에 좋다. 입구부터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중간중간 벤치가 있어 쉬면서 가족들과 대화 나누며 시간을 보내기 좋다. 

사려니 숲에서 아들과 산책

서귀포에서는 이중섭 미술관을 들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는 6.25 때 가족들과 제주도로 피난을 와 가난하지만, 아내와 아이들과 게를 잡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불우한 천재 화가의 작품을 관람해보고, 주변에 작가의 산책길을 둘러본다. 작가의 산책길 근처에는 정방 폭포가 있다. 천지연, 천제연과 더불어 제주도 3대 폭포 중 하나이고, 동양에서 바다로 떨어지는 유일한 폭포이다. 시원한 물줄기와 바다 풍경을 함께 볼 수 있어 좋다. 

하늬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선선해지는 가을이 되면 오름 탐방하기 좋은 계절이다. 제주도에는 한라산 말고도 368개의 오름이 있다. 크고 높은 산이 주는 압도적인 매력도 있지만 낮고 평탄한 오름이 주는 매력도 작지 않다. 다녀온 오름이 늘어 가면 스탬프 투어 하는 듯한 충족감이 채워진다. 초보자들은 많이 알려져 있고 비교적 등산로가 잘 조성된 용눈이 오름이나 붉은 오름, 다랑쉬 오름에 도전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사진작가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을 가보는 것도 좋겠다. 김영갑(1957~2005)은 1982년 우연히 제주에 들렀다가 제주에 매료되어 정착하였다. 폐교였던 삼달 분교를 개조하여 만든 갤러리 두모악은 20여 년간 제주도민을 사진에 담아온 김영갑 작가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루게릭병(근위축성 측삭 경화증)으로 사망할 때까지 그의 시선으로 본 제주도와 오름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다랑쉬 오름 등반

제주도는 해양성 기후로 온난하지만, 겨울이 되면 눈도 많이 온다. 한라산은 1월부터 2월에 눈이 폭폭 쌓였을 때 가보자. 평소 등산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우리나라 최고봉이므로 쉽게 생각하지 말고 적어도 등산 2~3달 전부터 가볍게 걷는 운동으로 미리 근력과 지구력을 키워 놓는 것이 좋다.

겨울 산행에는 두꺼운 패딩 재킷은 땀을 흡수해서 젖을 수 있고, 체온 조절에 용이하지 않으므로 내복과 플리스 재킷과 얇은 패딩, 등산 방풍 재킷을 여러 겹 입는 것이 좋다. 설산에는 아이젠과 등산 스틱은 필수로 준비해야 한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거나 발목이 꺾일 수 있어 등산화는 발목을 보호할 수 있는 것으로 착용하고, 얇은 장갑도 착용한다.

백록담까지 갈 수 있는 코스는 성판악과 관음사 코스 2곳이 있는데, 초보자에게는 비교적 평탄한 성판악 코스를 추천하며, 산길을 좀 더 즐기며 가고 싶다면 관음사 코스를 추천한다. 한라산 등반은 인원 제한이 있어 미리 홈페이지에서 등반 예약을 해야 한다. 중간에 매점이 없으므로 열량을 보충할 수 있는 간식과 물, 도시락을 챙겨 간다. 산 중턱인 윗세오름을 지나서 백록담까지 가는 길에 눈이 쌓인 모습은 장관이다. 정상에 도착하면 백록담의 산정 호수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겨 보도록 한다. 하산 후 등산로 입구에서 한라산 등반 인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한라산 영실 입구에서 눈썰매

겨울에 제주도에는 빨간 동백꽃이 핀다. 만발한 동백꽃을 보려면 1~2월경이 좋다. 제주도 토종 동백이 있는 위미 동백 군락지는 현맹춘 씨가 17세에 혼인하여 오면서 모진 바람을 막고자 한라산 동맥 씨앗을 따다가 뿌렸다고 한다. 그의 집념과 정성으로 이루어 낸 거대한 동백나무로 이루어진 길은 돌담을 따라 조성되어 있다.

주차장과 길이 협소하기 때문에 멀리 차를 세우고 걸어서 주변을 둘러보는 것을 권한다.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화려한 동백 숲 깊을 보고 싶다면 까멜리아 힐 같은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저지 오름을 끼고 형성된 저지리는 창작 활동 전유 공간으로 예술인 마을이 조성되어 있다. 가볍게 주변을 산책하고 차나 커피를 즐겨 보기 좋다. 제주 현대미술관이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데, 야외 공연장과 조각 공원이 함께 있어 복합 문화 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제주에 기반을 둔 작가들 외에도 특별 전시를 상시 하므로 미술에 관심이 없더라도 산책하면서 둘러보기 좋다. 

한라산 등반로에서 바라본 주변 경관

제주도 여행은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걸어서 둘러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을 권해드린다. 유명한 관광지와 맛집을 찾아보는 것도 좋지만 숨어있는 자신만의 보물 같은 장소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 바쁜 일상을 내려놓고, 푸른 하늘과 바다, 길게 늘어선 돌담길이 주는 평화를 즐겨보고 해 질 녘 고요한 지평선과 수평선 너머의 풍경을 느껴 보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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