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 내음이 가득한 꽃들과 함께 떠나는 ‘봄나들잇길’ [22년 봄호]
편집부
news@ksnnews.or.kr | 2022-03-02 15:03:05
서운 동장군의 기세도 따뜻한 봄소식을 전해주는 꽃들의 향기로 녹아내리는 시기다. 봄소식을 알려주는 꽃들이 주변에서 하나둘씩 피어나기 시작하면 누군가의 손을 잡고 신나는 소풍을 떠나고 싶어진다.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나들이를 즐기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이 충만하다. 아름다운 봄꽃들의 향연과 함께 가족 나들이를 즐겨 볼 수 있는 천리포수목원, 장성 치유의숲, 현충원 담장길로 손잡고 떠나본다.
아름다운 꽃과 나무, 푸른 바다가 빚어낸 서해안의 푸른 보석! 천리포수목원
충청남도 태안반도 서북쪽 천리포 해안에 자리 잡은 천리포수목원은 아름다운 경치와 함께 16,000여 종류의 다양한 식물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에서 귀화한 민병갈(Carl Ferris Miller) 박사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1962년 탄생하여 2000년에는 국제수목학회로부터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선정되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소나무들 사이로 난 오솔길 길가에 민들레 홀씨처럼 동그란 형체들이 수없이 늘어서 있다. 가을에 노랗게 피었던 털머위꽃들이 홀씨가 되어 솜털 같은 날개를 타고 먼 곳으로 날아갈 준비 중이다. 오솔길을 벗어나 넓은 호수 수면 위에 비친 초가집 형상의 기념관과 석탑, 나무들의 모습이 푸른 하늘과 어우러져 더욱 아름답다. 호숫가 낙우송 나무 주변으로 종유석처럼 신기하게 땅 위로 솟아오른 나무뿌리들이 눈길을 끈다. 물이 많은 습지에서 숨을 쉬기 위해서 만든 뿌리로서 자연의 신비를 새삼 깨닫게 해준다.
연못과 습지원에 아름다운 연꽃들이 피어있는 풍경을 상상하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이른 봄부터 늦겨울까지 다양한 꽃과 열매를 만날 수 있는 꽃샘길에서 향긋한 향기와 함께 납매가 모습을 드러낸다. 나지막한 동산을 오르니 풍년을 알려준다는 풍년화가 노란색과 붉은색으로 자태를 뽐낸다. 부드러운 솜털을 가진 분홍빛 버들강아지도 봄의 전령사로서 우리에게 다가온다.
소릿길로 넘어가는 오솔길 옆으로 노란 복수초 군락이 옹기종기 피어서 가족처럼 다정한 모습으로 모여있다. 유리온실에는 멸종위기종의 식물들이 보호를 받고 있는데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울레미소나무의 모습이 당당하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침엽수로 공룡의 먹이로 이용되어 ‘공룡소나무’라고도 불린다.
언덕을 올라 설립자 민경갈 박사가 나무의자에 앉아 먼 곳을 바라보는 동상 옆에서 같이 기념사진을 남기고 수풀길 여행을 시작한다. 싱그러운 잎새와 우람한 나무들이 조화를 이뤄서 아늑하면서도 고요한 길로 산책하기 좋은 길이다. 가든스테이 중 하나인 배롱나무 한옥집을 보니 오늘 하루 이곳에서 별을 보며 밤을 보내고 싶다.
서해전망대에서 바다 건너 보이는 낭새섬의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보며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긴다. 나무데크길을 따라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노을 쉼터를 지나 관영대로 향한다. 관영대에서 바라본 작은 호수에 비친 나무들의 자태가 너무 아름다워 그 속으로 우리를 빠져들게 한다. 출구 마지막에 있는 어린이 정원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우리 앞으로 봄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플랜트센터에서 기념품을 구경하는 것으로 2시간여의 수목원 여행을 마무리한다.
피톤치드 풍부한 숲의 정기로 심신을 건강하게 해주는 장성 치유의 숲길
축령산 자락에 위치한 이곳은 문학평론가 임종국 선생님이 후손들을 위해 1956년부터 약 20년간 편백나무와 삼나무를 심어 만든 숲이다. 그러던 것이 2010년 장성 치유의 숲으로 조성됐다. 이곳에는 이름도 예쁜 6개의 걷기 코스가 있다. 바로 숲내음숲길, 산소숲길, 건강숲길, 물소리숲길, 맨발숲길, 하늘숲길이다. 어느 숲길을 선택해도 후회는 없다.
고속도로를 벗어나자마자 시골의 한적함이 느껴진다. 정적인 풍경 속에서 경운기를 운전하며 농사 준비에 한창인 농부들의 움직임이 바쁘다. 추암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짐을 챙겨 치유의 숲 안내센터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길가에 노란 유채꽃들이 활짝 웃으며 우리 부부의 방문을 환영한다. 어느 집엔가 수줍어서 붉게 물든 동백나무 두 송이가 피었다. 그 모습이 참 소담스럽다. 콘크리트길을 벗어나 본격적인 산길로 들어서니 길 위에 떨어진 벚꽃들이 마치 길을 안내하듯 이어진다.
안내센터 앞에서 오늘의 일정을 구상해 본다. 우리는 2개의 코스로 나뉜 숲내음숲길 중 편백나무 가득한 숲길을 먼저 택했다. 숲길로 들어서자 하늘을 찌를 듯이 높고 곧게 뻗은 편백나무들이 나란히 늘어섰다. 그 위엄에 나도 모르게 감탄을 연발한다. 피톤치드 향이 물씬 풍기는 숲내음을 맡으니 세상 근심 모두 잊은 채 신선이 따로 없다. 편백나무 사이로 층층나무들의 연초록 푸른 잎이 햇빛에 반짝여 더욱 아름다운 모습이다.
산새소리를 들으며 다시 안내센터 방향으로 걷는다. 안내센터 주변에는 봄꽃이 만개해 찾는 사람들의 기분을 상쾌하게 만든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고개 숙인 검붉은 할미꽃, 빨간 복주머니가 주렁주렁 달린 금낭화, 봄바람에 한들한들 흔들리는 제비꽃, 노란 민들레와 불면 날아갈 듯한 동그란 민들레 포자까지 화사한 봄꽃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또 다른 숲내음숲길 코스로 향하자 철쭉이 한창이다. 돌계단을 내려가니 작은 나무 조각들을 가지런히 깔아 만든 산책로가 나온다. 여러 갈래로 갈라진 숲길을 걸으니 이전과는 또 다른 맛이 느껴진다. 가을 낙엽 위에 떨어진 분홍 진달래 꽃잎은 두 계절의 공존을 보여준다.
갈라진 다른 오솔길은 푸르른 풀로 만든 초록색 카펫길이다. 쉼터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추암마을로 발길을 돌린다. 올라올 때와는 다른 초록 숲이 우거진 임도길이다. 오전에 잠시 내린 빗방울들이 나뭇잎에 대롱대롱 매달려 영롱하게 반짝인다. 길가의 작은 웅덩이는 올챙이로 가득하다. 조금씩 채도와 명도를 달리한 초록 나뭇잎들이 만든 축령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수채화로 남기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멀리서 들리는 새들의 지저귐을 여운으로 남기며 숲내음숲길 일정을 마감한다.
아름다운 수양벚꽃과 아늑한 분위기의 오솔길이 이어지는 현충원 담장길
봄의 전령사인 벚꽃은 진해 군항제로 대표되는 전국 곳곳의 축제를 주도하는 봄꽃 중의 여왕이라 할 수 있다. 서울에서도 제일 유명한 여의도 벚꽃축제와 함께 여러 곳에서 벚꽃 축제가 열린다. 현충원의 벚꽃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벚나무와는 다른 수양버들처럼 축축 늘어진 가지에 꽃망울이 달린 수양벚꽃이 대부분이다. 이미 사진작가들 사이에는 출사를 나가는 명소 중에 하나다.
화창한 봄볕 아래 전철로 동작역에 도착해서 정문이 있는 2번 출구로 나오니 멀리 아름다운 풍광이 우리를 맞아준다. 현충원 정문으로 들어서니 벚꽃과 어우러진 대형 조형물인 충성분수대가 눈에 들어온다. 겨레의 마당으로 이어지는 벚꽃이 만개한 길을 걷노라니 잠시 이곳이 바로 천국의 정원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진다.
아름다운 길을 따라가니 현충문 옆의 충무정 정자 주변에 수양벚꽃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많은 사진작가들의 카메라 셔터 소리가 바쁘게 들리고 나 또한 나도 모르게 분위기에 어우러져 유명 사진작가가 된다. 나름 작가로서 여러 장의 작품을 만들고 길을 따라 이동하니 개울가 주변으로 예쁘게 꾸며진 개나리 울타리 길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준다.
현충원은 한강을 앞에 두고 서달산이 에워싸고 있는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이다. 현충원의 담장을 끼고 이어진 서달산 산책로는 현충원 측문 옆의 동작역 4번 출구 부위에서 시작된다. 산책로 시작점이라는 안내 표지판을 보고 계단 위를 바라보니 까마득히 끝이 보이지 않는다.
오르고 또 올라도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계단을 오르고 나니 진달래 사이로 멀리 한강이 시원하게 보인다. 잠시 숨을 고르면서 준비해 온 음료 한 잔을 마신 후 오른쪽 콘크리트 담장을 따라 난 오솔길을 걷기 시작한다. 오르막 내리막길을 반복하며 나무 사이로 봄 풍경을 감상하다 보니 삭막하기만 했던 콘크리트 벽이 사라지고 산뜻한 연두색 철책으로 바뀐다.
서달산 정상에 오르니 정상이 겨우 해발 179m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전망대의 풍경이 아름답다. 마치 남산타워의 전망대에 있는 느낌이다. 사방으로 서울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데 정면의 목동 신시가지를 기준으로 좌측으로는 관악산의 웅장한 모습이 보이고 우측으로는 한강 다리와 어우러진 아름다운 한강과 인왕산, 북한산, 도봉산으로 이어진 그림 같은 산새를 감상할 수 있다.
정상에서 내려와 달마사를 지나니 다시 담장이 반겨주고 인적도 드물어서 아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벚꽃 가로수들이 흔들어지게 피고 콘크리트 담장에는 담쟁이넝쿨이 삭막함을 가려주니 더욱 예쁜 길이다. 담장길의 종점에 도착하여 3시간의 오솔길 걷기를 마무리한다.
TIP. 천리포수목원 홈페이지(http://www.chollipo.org)에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수목원 해설과 함께하는 수목원 데이트 프로그램이 있다. 장성 치유의숲에도 다양한 숲 체험 프로그램이 있어 미리 인터넷이나 전화로 예약을 하고 방문하면 된다. 현충원 담장길은 여유 시간에 따라 중간의 현충원 개방문으로 들어와서 코스를 조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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