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영 과장과 이하은 과장의 즐거운 만남 [23년 겨울호]

편집부

news@ksnnews.or.kr | 2023-12-01 17:17:44

성실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환자를 위하는 의사

이광영 과장 / 전주예수병원 신장내과 과장
이하은 과장 / 전주예수병원 신장내과 과장

이광영 과장은 예수병원에서 진료 및 교육 활동을 하며 후학 양성을 위해 힘써왔다. 전주예수병원 내과 전공의로 시작해, 예수병원 진료부장, 예수병원 기독의학연구원장, 예수병원 IRB 위원장 등을 거쳐 현재도 전주예수병원 신장내과에서 신질환 환자들을 만나고 있다.

그의 제자인 이하은 과장을 통해 이광영 과장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Q1. 이하은 과장
안녕하세요, 선생님. 예수병원 신장내과에서 근무 중인 이하은입니다. 평생 예수병원을 위해 묵묵히 앞장서 걸어 주셨는데, 퇴임 이후의 날들은 어떠신지요? 

A1. 이광영 과장
선한 목적으로 설립된 예수병원에서 근무하고 퇴직하게 되어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가르쳐 주신 선생님들과 함께 생활한 동료들과 후배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또한 여러분들의 배려로 계속 근무하게 되어 감사합니다. 

이전과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어요. 출퇴근 시간도 비슷하고 전처럼 병실회진과 외래진료도 그대로 하고 있어요. 물론 힘든 일은 젊은 선생님들이 많이 도와주고 있어요.

 

Q2. 이하은 과장
예수병원에서 내과의사가 되시기까지, 신장내과에 몸 담으시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신장내과를 선택하신 계기가 있을까요? 

A2. 이광영 과장
의과대학생 시절 예수병원에서 내과 임상실습 첫날 아침 병실회진 시작 전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고, 과장님께서 학생인 제게 존댓말로 설명해 주셔서 문화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다른 전공의 선생님들도 친절히 설명하며 가르쳐 주셨어요. 의료진들이 환자들에게 더 친절하고 전체적인 분위기도 따뜻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학창 시절하지 못한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 내과를 선택했어요. 의료선교사로 해외에서 오랫동안 봉사하신 선생님이 제 전공의 수련 기간에 예수병원으로 복귀하셨는데 새로운 내시경적 치료술 등을 열심히 배우시면서 늦게까지 환자들을 진료하셨어요. 그분 모습을 보면서 소화기내과에 흥미를 갖게 되었어요. 예수병원에 들어와서 소화기내과에 자리가 없어서, 내분비 내과 일부, 감염 내과 일부, 류마티스 내과, 신장내과 일부 환자를 진료했어요. 그러다가 나중에 신장내과를 하게 되었지요. 처음에는 신장학이 어렵고 투석치료 받는 환자들도 무뚝뚝하고 표정도 어두워서 어렵게 느꼈는데 환자들과 정들면서 점점 재미있어졌어요.

Q3. 이하은 과장
오랜 시간 예수병원 신장내과에서 일하시면서 수많은 신장질환 환자를 진료하셨습니다. 신장내과 의사로서 가장 보람찬 순간이 언제 이신지요? 

A3. 이광영 과장
젊은 시절에 투석치료 받는 환자들과 함께 야유회를 간 적이 몇 번 있어요. 버스 1대에 환자들과 간호사들과 함께 타고 갔는데, 의료진이 동행하니까 환자들이 평소에 못 먹던 음식을 마음껏 먹으면서 즐거워하더군요. 돌아오는 길에 환자 한 분이 호흡곤란을 호소하여 간호사와 함께 급히 병원에 돌아와서 응급 혈액투석을 받고 호전되었던 아슬아슬한 순간도 있었어요. 위험한 상황이 생기지 않을까 마음 졸이면서 다녀왔지만, 환자들이 정말 즐거워했던 일이 생각납니다. 오랫동안 투석치료를 받으면서 신장실에서 반갑게 인사하던 환자와 보호자들도 생각납니다.

런던의 Hammersmith Hospital로 해외연수 후 귀국하여 신이식을 시작하려 노력하고 있는데, 한 여성환자가 예수병원의 첫 번째 이식 수술을 받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고 말하더군요. 첫 번째 이식 수술을 이 환자가 받았어요. 수술이 잘 되고 경과도 좋아서 퇴원하였고 그 이후부터 이식수술이 비교적 활발히 계속되었어요. 여러 해 후에 환자가 악화하여 사망한 일이 제일 마음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Q4. 이하은 과장
신장질환은 대개 만성 경과를 보이고 치료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아 끈기를 요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끝까지 열정을 유지하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신가요? 

A4. 이광영 과장
좋은 선생님들께 보고 배운 것들이 도움이 되었어요. 전문의로 처음 근무하는 내과 과장님들은 현재 내 진료실 옆의 작은 방에서 근무했는데 거의 매일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퇴근하는 일종의 '전통' 같은 것이 있었어요.

어느 선생님이 예수병원의 teaching staff로 근무하는 일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고 장거리 경주라고 하면서 운동과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하라고 하셨지요. 그래서 아침 일찍 수영하기 시작하여 3~4년 정도를 거의 매일 수영했어요. 해외연수 다녀오면서부터 지금은 못 하고 있어요.

고전음악을 좋아하는데 평소에는 듣지 못해서 진료실에서 환자 진료하면서 듣고 있어요. 음악을 들으며 진료받으니 참 좋다고 말하는 환자들도 있어요. 이런 작은 즐거움도 놓치지 않고 유지하는 것도 비결이라 할 수 있겠네요. 좋은 취미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지요.

Q5. 이하은 과장
늘 겸손한 자세로 환자들을 돌보시던 모습과 국내외 여러 학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셔서 끊임없이 배우시는 모습이 기억납니다. 신장내과 전문의로서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능력이나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A5. 이광영 과장
God-oriented, patient-oriented, learning-oriented, teaching-oriented, research-oriented 이렇게 다섯 가지를 실천하려고 생각하며 생활하려 했는데, 실천하지 못하여 아쉬운 생각을 하고 있어요. 

라틴어 속담 중에 Festina lente.("Make haste slowly." or "More haste, less speed.") 이런 속담이 있어요. Festina는 '서둘러라', lente는 '천천히', 이런 뜻이지요. 외국어 공부와 같은 경우 계속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실력이 좋아져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지요.

 

Q6. 이하은 과장
선생님께서는 인문학 분야에도 관심이 많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어학에 관심이 많으셔서 7개국어를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바쁘신 가운데 어학공부에 힘쓰셨던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A6. 이광영 과장
내과 전공의 시절 '쯔쯔가무시 병'에 관한 논문을 쓰게 되었는데, 참고문헌을 찾으니 일본 의사들의 논문이 많아서, 일본의 저자들에게 논문을 보내주시기를 부탁하는 편지를 썼어요. 5~6분이 20-30편씩 논문을 보내주어 100여 편의 일본어 문헌을 읽으면서 논문을 썼어요. 

해외연수 준비를 하면서 영어와 일본어를 공부하였는데 영어권 나라로 갈지 일본으로 갈지 결정되지 않은 상태였어요. 그러다가 런던의 Hammersmith Hospital의 Diploma Course in Nephrology라는 대학원 1년 과정의 정보를 알게 되어 이곳으로 연수를 결정하고 영어에만 집중했어요. Diploma Course 소개에 영어 능력 IELTS(International English Language Testing System) 점수 7.0-7.5점이 되어야 공부할 능력이 된다고 하여, 진료, 교육, 협진, 강의 등의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는 영어공부만 했어요. 병원장님께 해외연수 신청서 제출시 IELTS 7.5점 성적표도 함께 제출하고 해외연수 다녀왔어요.

해외연수 다녀온 지 여러 해 후에 한 달에 2번 독일어 강독 모임에 참석하여 독일 시사주간잡지 “Spiegel” 강독을 2년 정도 하였고, 그 후에는 한 달에 2번 3~4분의 목사님과 “Systematische Theologie(조직신학)”을 독일어 원전으로 읽는 강독 모임에 참석했어요. 

젊은 시절부터 성경을 원문으로 읽고 싶어서, 55세에 헬라어를, 57세에 라틴어를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헬라어, 라틴어, 히브리어 등의 고전어가 문법이 어려워서 늙기 전에 어려운 언어부터 배우려고, 60세부터 히브리어도 배우기 시작했어요. 

요즈음은 라틴어와 헬라어 원전 강독 수업을 zoom으로 참석하고, 신약성경은 헬라어로 조금씩 읽고, 어느 목사님과 1개월에 2회 저녁시간에 만나서 히브리어로 구약성경 강독을 하고 있어요. 라틴어, 헬라어, 히브리어를 배우는 것은 유익하고 건전한 취미이기도 해요. 비용도 많이 들지 않고요. 배우는 데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인내심을 단련하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지요.  

 

Q7. 이하은 과장
예수병원은 1898년 미국 선교사 마티 잉골드께서 설립한 병원으로 이후에도 여러 의료 선교사들이 진료와 교육을 했던 특별함이 있는 병원입니다. 내과를 전공했던 선교사님들과의 특별한 추억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7. 이광영 과장
Dr. David Chu 선생님은 중국에서 태어나시고 중국 공산화 직전에 중국을 떠나 미국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하시고 내과와 심장내과 전문의를 취득하셨는데, 1967년에 예수병원으로 오셔서 21년 동안 내과에서 봉사하시고 1988년 정년퇴직 후 귀국하셨어요. 선교사 봉급으로만 가난하게 사시면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겸손하게 봉사하시면서 많은 제자를 가르치셨어요.

2013년 Atlanta에서 미국 신장학회가 열렸을 때 선인오 과장과 함께 운전해서 North Carolina주 Concord에 사시는 Dr. Chu 선생님과 사모님을 뵙고 인사드렸던 일이 생각납니다. 평생을 예수병원에서 봉사하신 일을 감사드렸더니, Dr. Chu 선생님께서 “It was a small thing.”이라고 대답하셔서 감동했던 일이 생각 납니다. 선인오 과장은 미국신장학회에서 공부한 것보다 Dr. Chu 선생님 댁을 방문한 일어 더욱 감동적이었다고 말하였지요. 또 그 분이 돌아가시고 장례식(Memorial Service)에 참석하여, 겉으로 드러난 업적을 남기지는 않으셨지만 조용히 겸손하게 예수병원에서 봉사하신 모습을 기억하며 감동했던 일이 생각납니다.

Dr. Chu 선생님이 예수병원에서 봉사하신 삶을 기록한 “의사 주보선”을 읽어 보시면 좋겠어요.(책을 이하은 과장에게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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