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석 교수와 이정환 임상교수의 즐거운 만남 [22년 여름호]
편집부
news@ksnnews.or.kr | 2022-06-01 15:52:02
한진석 /
이정환 /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신장내과 임상교수
한진석 교수는 신장과 전해질 대사 분야의 선구자로, 대한신장학회 간행, 총무, 학술, 일반, 협력연구 이사를 역임한바 있다. 또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대한신장학회 이사장 재임 시절 영문 학회지 KRCP를 발간하고, KRCP SCOPUS 등재, 한중일 신장 Forum 등을 통해 학회가 해외 의료진, 연구진과 활발하게 교류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Q1. 이정환 임상교수
안녕하세요, 교수님.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신장내과에서 임상교수로 근무 중인 이정환입니다.
2018년 8월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정년퇴임하시고 가끔씩 여러 선후배님들과 같이 찾아뵙곤 했는데요, COVID-19 유행 등으로 2년만에 다시 인사 드릴 수 있어 대단히 기쁩니다. 퇴임 이후 최근에는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합니다.
A1. 한진석 교수
저는 요즘 큰동서와 처형이 하는 병원에서 주 2-3회 자문 의사로 나가고 있습니다. 그 외 시간은 외손주들 만나고 함께하는 재미로 지내고 있어요.
Q2. 이정환 임상교수
교수님께서는 신장학 분야 중 많은 분들이 가장 어렵다고 느끼는 전해질 및 산염기 등 신장생리학과 임상진료 분야를 선도하고 정착시키셨습니다.
주요 논문과 함께 퇴임하시면서 발간하신 ‘수분, 전해질 및 산염기의 장애-진단 및 치료에 대한 편란’은 아직도 진료실 책장에 두고 진료에 참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주 어려운 환자나 어려운 사례가 있으면 항상 찾아보고 참고하고 있는데요,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신 사연이 궁금합니다.
A2. 한진석 교수
제가 의과대학 재학 시절에 이 부분을 가르쳐주는 선생님이 안계셨어요. 그 당시에도 소아과학, 소아신장학 분야의 고광욱 교수님과 같은 훌륭한 교수님이 있으셨지만 전해질이나 신장생리 분야를 가르쳐주는 분이 없었어요. 그런데 그때 당시 저는 그 분야가 너무 알고 싶고, 관심이 가더라구요.
특히, 이 분야가 수학, 물리학, 화학을 함께 다루는 논리적인 학문인데 이것들이 생명 현상과 직결된다는 것이 너무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시작하게 된 것이죠. 가르쳐주는 분이 없으니 제가 직접 공부하고 연구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3. 이정환 임상교수
어려운 분야나 생소한 부분은 피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상황에서 궁금증을 갖고 연구하셨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교수님께서는 예전부터 강의를 쉽고 명쾌하게 진행하는 분으로 유명하셨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선정하는 우수 강의교수에도 여러 차례 선정되셨죠.
교수님께서 강의하신 대사성 산증의 감별과 요세관성 신증에 대한 강의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저도 가끔 강의를 진행해보면 제가 준비한 내용을 충분히 전달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느끼곤 하는데요, 교수님만의 강의 노하우가 궁금합니다.
A3. 한진석 교수
임용이 되고 처음 강의를 하는데, 그때 저희 학생들의 수준을 상당히 높게 보고 강의를 준비했어요. 그랬더니 다들 어려워하고 강의를 이해하기 힘들어 하더라구요. 고민하다가, 제가 한 강의를 녹음해서 직접 들어봤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부분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좋을지, 반대로 지나치게 자세히 설명한 부분을 줄인다든지 스스로 다듬을 수 있게 되었어요. 매년, 매 학기 그 과정을 거치면서 강의에 대한 내용을 다시 준비하고 보완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스스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듣는 사람 입장에서 들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과거에 제가 학생이던 시절 궁금했던 것을 염두에 두고 강의를 구성하였습니다 .
Q4. 이정환 임상교수
교수님께서는 예전부터 다양한 신장학 관련 교육 심포지엄을 주도적으로 구성하여 수준 높은 토론과 교육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마련해 주셨습니다.
저도 대한신장학회 수련교육이원으로 심포지엄을 구성하는데 참여해 보면 프로그램 구성과 연자섭외 등 어려운 점을 많이 느끼는데요, 꾸준히 교육 심포지엄을 구성하고 이끌어오신 배경이나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A4. 한진석 교수
예전에 학회나 심포지엄에 참여하면서 느낌 한계점 중 하나가 너무 수직적인 관계라는 것입니다. 정작 제일 궁금한 것이 많은 이들이 발언하거나 문의할 기회가 별로 없고, 윗사람만 주로 이야기하다 끝나는 자리가 되는 것이죠.
그런 자리는 발전의 한계가 있고, 젊은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서 새로운 생각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여러 방법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2008년 개최한 ENN이에요. 처음 취지를 살려 복장부터 포멀하게 하지말자, 그냥 캐주얼하게 입고 누구든 계급이나 직위 상관없이 마음 놓고 질문하고 토론하기로 했습니다. 목표는 딱 하나였어요.
젊은 사람들이 마음껏 발언하고 질문하고, 선배들의 축적된 노하우와 지식을 배우도록 하는 것이죠. 그렇게 서로 활발하게 토론하고 교류하도록 자리를 마련했더니 인기가 아주 좋았어요.
그 이후 전해질 분야, 산염기 대사 분야에 대한 교육이 드물어서 아쿠아 심포지엄을 준비하여 2014년부터 지금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의 심포지엄을 운영한 것이 제 일생에서 가장 보람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Q5. 이정환 임상교수
교수님께서는 대한신장학회에서도 큰 역할을 하셨는데요, 여러 이사직을 역임하시고 2012년 5월에는 대한신장학회 이사장을 역임하셨습니다. 대한신장학회 관련 일을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일들이 에피소드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5. 한진석 교수
대한신장학회가 만들어지고 42년이 흘렀는데 제가 학회 임원을 맡은 것이 13년 정도 됩니다. 조금 이른 나이부터 시작해서 간행이사 시절에는 최연소 이사였는데, 그 때 피어 리뷰(Peer Review)를 시작했어요.
총무이사때는 학회 사무실을 강남역 근처에 마련했고, 학술이사 시절에는 젊은 연구자들을 위한 여러가지 연구비나 시상을 계{획 했습니다. 학회를 이끌어주는 이사장님, 이사님들의 관심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죠.
제가 이사장 취임했을 때는 학회가 적자였어요. 재정적자 상황을 확인하고, 긴축 재정을 하면서 여러 고민을 하다가 외국 학회를 유치해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그 결과 제7차 APCM ISPD(The 7th Asia Pacific Chapter Meeting of International Society for Peritoneal Dialysis)를 유치했고 성황리에 마치고, 우리도 국제학회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 대한신장학회가 국제학술대회로 전환되고, KRCP가 해외 학술지로 등재되면서 해외 의료진, 연구진과 교류하며 성장하는 학회로 거듭났습니다.
Q6. 이정환 임상교수
교수님께서 교수 재직시절부터 쓰신 글들을 모아 “살며 돌아보며(디자인XO)”를 2018년 발간하셨는데요, 글을 통해 여러 생각을 하게 되고 주변을 돌아보게 되기도 합니다. 인문학 분야에 관심을 두고 관련 분야를 접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 지 궁금합니다.
A6. 한진석 교수
환자들을 진료를 하면서,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그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가르침을 주고받을 것인가 고민하다보니 결국 인문학 공부를 하게 되더라구요. 인문학이란 휴머니티를 다루는 학문이라,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사느냐에 대해 생각하고 그를 통해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연구하는 것이지요.
인문학을 접하면서 느낀 점이 겸손과 진실이 우리에게 참 중요하다는 것이에요. 나 자신을 속이지 않고,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정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 후배들도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면 좋겠습니다. 의사면 의사답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자신이 아는 것을 꾸미거나 자랑하지 않고 겸손한 자세로 꾸준히 정진하길 바랍니다.
Q7. 이정환 임상교수
마지막으로 앞으로 계획하시는 새로운 일이 있으시다면, 대한신장학회 회원분들께 인사와 함께 교수님의 새로운 계획에 대해 알려주세요.
A7. 한진석 교수
사실 제가 책을 한권 더 쓰고 싶어서 자료도 모으고 구상 중입니다. ‘신장 환자의 식이요법’이라는 주제를 다루고자합니다. 제가 1994년부터 2011년까지 대한영양사협회에서 임상 영양사를 대상으로 교육을 담당했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신장내과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무엇을 먹지 말아라’ 이런 말을 자주하게 되는데, 어떤 음식을 조심해야 하고, 제한적인 식단 안에서 어떤 음식을 어떻게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에 대해 담아보고 싶어요.
양철우 이사장에 이어 임춘수 이사장이 새로 취임하실텐데요, 많은 이들을 포욜하고 화합하는 학회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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