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내음을 품은 꽃들과 아름다운 풍경이 어우러진 나들잇길 [25년 봄호]
편집부
news@ksnnews.or.kr | 2025-03-05 09:48:29
따뜻한 봄소식을 전하는 예쁜 꽃들이 향긋한 봄 내음과 함께 하나둘씩 피어나면, 누군가의 손을 잡고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해맑은 미소와 함께 담소를 나누며 나들이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하기만 해도 행복해진다. 아름다운 봄꽃의 향연과 함께 가족 나들이를 즐길 수 있는 광교마루길, 부천 둘레길, 시흥 갯골길로 손잡고 떠나본다.
아름다운 벚꽃 터널과 황홀한 광교저수지 풍광이 어우러진 광교마루길
광교마루길은 시민들의 여가생활을 위해 광교산 자락에 있는 광교저수지를 따라 제방부터 쉼터까지 나무 덱으로 만든 산책로다. 광교산은 수목이 울창해 산림욕을 하기 좋고, 겨울에는 설경이 빼어나 수원 8경 중 하나로 꼽힌다. 광교마루길과 이어진 수변 산책로로 광교저수지 둘레길이 만들어져 많은 사람이 찾고 있고, 특히 봄이면 벚꽃과 어우러진 호수의 풍경이 아름다워 가족 나들이 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 덕분에 벚꽃이 빨리 개화했다는 소식을 듣고, 집에서 멀지 않으면서 벚꽃놀이를 즐길 수 있는 광교저수지로 서둘러 출발한다. 일요일에 몰릴 인파를 고려해 이른 새벽에 도착해서인지 주차장은 아직 한산하다. 제방 오른쪽의 나무 덱으로 이어지는 산책로에 들어서니 활짝 핀 연분홍 벚나무들이 화려하게 늘어서 있다. 이른 새벽부터 부지런히 운동을 나온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고 미소로 답하며 호숫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호수를 바라보며 쉴 수 있는 전망대에서는 멀리 보이는 벚나무 꽃 터널의 모습이 수면 위에 비쳐 아름다운 작품으로 만들어진다. 벚나무 꽃 터널과 호수를 배경으로 오늘의 방문을 기록하는 셀카를 남기고, 향긋한 봄 향기를 음미하며 잠시 명상에 잠겨본다. 감탄을 연발하며 풍경 사진을 여러 장 찍으면서 쉴 새 없이 걸으니 어느덧 반대쪽 끝 광교쉼터다. 커피 한 잔의 휴식 후, 반대쪽 산책로로 넘어가는 장난감처럼 아담한 다리를 건너는데, 노부부께서 기념사진을 찍어달라고 청하신다.
수변 산책로로 이동하여 오솔길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걷다 보면, 나무들 사이로 핀 진분홍의 진달래꽃들이 지나는 사람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반대편 호수 너머, 산봉우리 사이로 얼굴을 내미는 해님의 모습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넋 놓고 바라본다. 조금씩 떠올라 둥근 얼굴을 붉게 드러낸 자태를 사진으로 담고 걸음을 이어간다.
산비탈 옆 호수에 비친 푸른 하늘과 여러 개의 흰 구름 조각을 보고 또 발걸음을 멈춘다. 정적이 흐르는 수면에 물살을 가르며 나타난 검은 오리 한 마리가 유유자적 물 위를 노닌다. 무언가를 찾아 바쁘게 움직이는 오리의 모습이 마치 흰 구름 사이를 날아다니는 듯 신비하다.
오솔길 중간중간 나무 덱과 계단이 이어지고 어느덧 제방 끝에 다다른다. 벚나무 터널과 산길이 만든 호수 전체의 풍경이 한 폭의 수채화로 그려진다. 주변 언덕에는 보랏빛 제비꽃들이 수줍게 피어 옹기종기 모여서 봄 햇살을 즐긴다. 주차장 입구엔 벚꽃과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푸른 하늘과 어우러져, 오늘의 약 1시간 걷기를 마무리하는 선물을 선사한다.
봄의 향기를 머금은 아름다운 진달래꽃의 향연이 이어지는 부천 둘레길
부천을 감싸며 돌아보는 부천 둘레길은 1코스 향토유적 숲길부터 최근 추가된 6코스 범박동 순환길까지 총 48㎞에 달하는 길이다. 부천시의 산과 공원, 하천과 들판의 자연경관을 하나의 길로 연결하며, 그 속에 다양한 문화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부천 시민은 물론, 걷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문득 인기 개그 프로그램의 유행어가 떠오른다. “사라진 우리의 봄, 어디 갔어, 어디 갔어.” 불과 수주 전만 해도 쌀쌀하다며 봄이 왜 이리 안 오느냐고 원망했는데, 오늘은 따뜻하다 못해 이른 더위가 느껴진다. 1코스인 향토유적 숲길의 출발점, 소사동 주민센터 옆 나무 계단을 오르니 숲속 곳곳에 나무들이 시를 품고 있다. 저 멀리 배부른 엄마 손을 잡은 꼬마가 엄마보다 한 발짝 앞서 걸으며 기세등등 엄마를 끌고 온다. 그러더니 잠시 쉼터에 앉아서 의미 모를 시를 당황스럽게 바라본다. 당당한 기백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꼬마의 모습이 귀여워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쉼터에서 출발해 원미산 정상에 있는 원미정까지 가는 길엔 고비가 숨어있다. 하지만 이 ‘천국의 계단’만 오르면 전경을 한눈에 바라보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부천의 랜드마크인 쌍둥이 빌딩과 이를 감싸는 빌딩 숲, 그리고 부천 시내를 둘러싼 산들이 어우러져 멋진 작품으로 다가온다. 저 멀리 종합운동장은 진달래와 함께 한 폭의 풍경화처럼 그려진다.
진달래 한두 그루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붉은빛으로 물든 언덕이 눈앞에 펼쳐진다. 바로 ‘진달래 동산’이다. 이곳에서는 매년 4월이면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원미산 진달래꽃 축제’가 열린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진달래꽃과의 추억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으며 북적인다. 분홍빛 진달래 물결과 인파의 모습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우리도 그 틈에서 진달래와 함께 추억의 사진을 몇 장 남긴다.
진달래 아래 옹기종기 모여 앉아 간식거리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은 모두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아이들은 나무 뒤에 숨어 자기를 찾아보라며 숨바꼭질한다. 조금 넓은 공터에는 소풍 나온 어린이들이 둘러앉아 김밥을 먹으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우리도 잠시 나무 의자에 앉아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겨본다.
하늘로 쭉쭉 뻗은 나무들 사이로 멀리서 어린 꼬마들의 힘찬 구령 소리가 들려온다. 청소년 수련관이 가까워졌다는 신호다. 수련관을 지나면 베르네천을 따라 길이 이어진다. 길가에 벚꽃 가로수와 복숭아꽃, 배꽃이 어우러져 황홀한 감동이 밀려온다. 밤골마을을 지나 오늘의 종점인 부천식물원에 도착하며 시와 꽃이 함께한 2시간 반, 1만 3천 보의 걷기를 마무리한다.
꽃눈이 흩날리는 벚꽃 터널과 황금 갈대의 정경이 아름다운 시흥 갯골길
‘늠내’는 ‘뻗어나가는 땅‘이라는 의미로, 시흥의 옛 지명인 ’잉벌노‘를 우리말로 풀이한 단어다. 늠내길은 숲길, 물길, 옛길, 바람길까지 네 개의 코스로 구성된다. 그중 2코스인 갯골길은 총 16km에 이르며, 시흥시청에서 갯골생태공원을 거쳐 방산대교를 돌아오는 길이다.
짧은 코스로 갯골생태공원에서 방산대교까지 걷기로 하고 아침 일찍 생태공원 주차장으로 향한다. 여의도에 벚꽃이 만개하여 인산인해를 이루었다는 뉴스를 보고, 갯골생태공원 벚꽃 터널의 모습을 상상 속에 그려본다. 잔디광장을 지나 갈대 벌판 너머로 일렬로 늘어선 벚나무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길가 그네에는 아침부터 발품을 팔아 나선 연인들이 한가로이 이야기를 나눈다. 능수버들처럼 늘어진 나무에 붉은 꽃을 피운 홍매화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벚꽃 터널 입구에 다가서니 길 옆으로 흐르는 개천과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수면 위로 하얀 뭉게구름과 분홍빛 벚나무의 모습이 그려지고, 그 위를 한가로이 떠도는 벚꽃잎의 뱃놀이는 신선놀음이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에 꽃잎이 흩날리며 내리는 꽃눈을 사진에 담아보지만 쉽지 않다. 굵은 나무줄기에 동떨어져 핀 벚꽃들은 검은 줄기를 배경 삼아 더욱 도드라진다.
벚꽃 터널을 벗어나 넓은 광장 위에 선 흔들 전망대가 우리의 발길을 이끈다. 나무로만 만든 6층 구조, 높이 22m의 고층 전망대로 갯골의 바람이 휘돌아 오르는 느낌의 원형 모양이다. 경사로를 따라 올라가며 주변 경치를 감상하다 보면 발걸음이 한층 가벼워진다. 정상에 도착해서 보는 갯골생태공원은 사방 모두 절경이다. 흔들 전망대라는 이름처럼 바람의 세기에 따라 약간씩 흔들리는 기분은 스릴 만점이다.
갯벌생태학습장의 탐방로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니, 진한 바다 내음과 검은 펄이 드러난 갯벌이 바닷물이 빠져나간 흔적을 보여준다. 갈대밭을 따라 걷다가 말발굽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늘씬한 말 두 마리가 나란히 지나간다. 저 너머 반환점에는 자전거 형상의 ‘미생의 다리’가 우리를 향해 손짓한다. 다리를 건너며 잠시 쉬어가니, 개천가에 많은 새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휴식 중이다.
다리를 건너 길을 걷다가 조류관찰대에 도착해, 새들의 모습을 살펴보며 안내판 사진과 맞춰본다. 산책로를 따라 늘어선 버드나무들은 초록 옷으로 갈아입고 사람들을 반긴다. 갯골습지센터를 지나 새들의 발자국을 따라 걸으니 수생식물원이다. 수면에 비친 예쁜 수생식물들을 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날아든 나비들이 춤을 춘다. 부흥교 다리를 건너 진분홍빛 꽃잔디와 흔들 전망대를 사진에 담고 벚꽃 터널로 향한다. 쉬엄쉬엄 최종 목적지인 주차장에 도착해 2시간 반의 걷기를 마무리한다.
TIP. 광교저수지는 벚꽃 성수기에는 이른 시간 방문을 추천하고, 시간 여유가 있고 등산을 좋아하면 광교산 산림욕을 즐길 수 있는 지게길 코스를 걸어도 좋다. 부천 둘레길의 시작점은 소사동 주민센터로 소사역에서 접근이 가능하고, 둘레길 숲 해설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재미있는 설명과 함께 숲 체험을 할 수 있다. 갯골생태공원에서는 염전 체험, 해수 체험, 캠핑장 이용 등 다양한 체험활동이 가능하니 운영 일정을 확인 후 가족과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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