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겨울 풍광과 맑은 숲이 함께하는 '겨울 산속 여행' [25년 겨울호]

편집부

news@ksnnews.or.kr | 2025-12-11 14:57:49

김진국 /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신장내과

겨울! 하면, 하얀 눈꽃과 함께 세상이 모두 얼어버리고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은 주변 풍경을 바라보면서 쓸쓸함과 외로움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맑은 숲 공기 속에 겨울 동장군의 매서운 기세에 움츠러든 몸과 마음을 펼치고 아름다운 겨울 풍경을 즐기며 걷다 보면 겨울 걷기만의 매력에 모두 빠져들 수 있다. 아름다운 겨울 풍광을 음미하며 여유로움과 함께 걸을 수 있는 남한산성길, 원주 소금산, 고흥 마중길로 여행을 떠나본다.

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역사적 문화유산이 어우러진 남한산성 길 

남한산성은 삼국시대부터 천연의 요새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우리의 역사와 함께한 곳이다. 조선시대 병자호란 당시 이곳에서 청나라에 항전하다 결국은 치욕적인 항복을 한 뼈아픈 역사의 장소이다. 그러나 고려 시대에는 몽고의 침입을 격퇴하고 일제강점기에는 항일운동의 거점이 되기도 한 곳이다. 2014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으며 현재는 시민들의 훌륭한 휴식처이자 산책 코스로 사랑받고 있다.


남한산성 둘레길

이번 코스로 둘레길 1코스와 4코스를 조합해서 남한산성에 있는 4개 성문을 모두 둘러보기로 했다. 하나로 연결된 본성인 원성의 길이만도 7,545m에 이른다. 식당들이 늘어선 골목을 벗어나서 잠시 오르니 우뚝 서 있는 북문이 우리 부부를 반긴다. 성곽을 따라 걷기 편하게 만들어진 길에는 아직은 얼은 눈이 남아있어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느낌이다. 두 번째 성문인 서문에 이르러 위로 올라가 보니 성곽 너머의 멋진 풍광이 우리를 기다린다. 성곽 너머 소나무 사이로 탑 모양의 하얀 정체불명의 물체가 호기심을 끈다. 초고층의 롯데월드타워가 구름 위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성문과 성문 사이에는 적이 관측하기 어려운 곳에 비밀의 문인 암문이 16개나 만들어져 있다. 암문은 은밀하게 식량이나 무기를 운반하거나 병사들이 출입하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성곽 밑으로 만들어진 암문을 둘러보고 이곳의 명물인 수어장대로 오른다. 전투를 지휘하던 장군의 지휘소 역할을 하던 남한산성의 5개의 장대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수어장대는 청량산 정상에 세워졌다. 웅장한 수어장대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금방이라도 용맹한 장군이 나타나 나를 부를 듯하다.


남한산성 수어장대

제일 큰 문인 남문을 지나서 남장대터로 향한다. 푸른 하늘과 까만 성곽 기와 위의 하얀 눈을 배경으로 형형색색 등산객들의 옷이 더해져 경치가 아름답기에 그지없다. 하지만 곳곳에 빙판길이 도사리고 있어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한다. 산릉선을 따라 길게 늘어선 산성을 보니 감탄이 절로 나면서 나라를 지켜온 선조들의 노고가 되새겨진다. 지금은 기둥을 세웠던 터만 남아있는 남장대 앞 옹성에서 멀리서 산새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힘껏 외쳐본다. 조상님 모두 수고 많으셨고, 정기를 이어받아 우리가 굳건히 지켜내겠다고 말이다. 


떡갈나무 밑 도토리

갑자기 벼랑처럼 깎아지른 듯한 돌계단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망설임도 잠시,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들과 구름의 아름다운 풍광에 사진기 셔터를 쉴 새 없이 누른다. 길가 떡갈나무 밑에는 다람쥐들이 미처 숨기지 못한 도토리들이 짝지어 놓여있다. 마지막 관문인 동문에 다다르니 시구문이라는 제11암문이 있다. 조선말 천주교 박해 때 희생당한 순교자들의 시신이 이 문을 통해 버려져 성지순례 장소가 된 아픈 역사가 있는 곳이다. 총 6.2km, 3시간여의 일정을 마치고 이곳의 명물인 백숙으로 얼은 몸을 녹이고 집으로 향한다.


출렁다리의 짜릿함과 함께 아름다운 풍경이 이어지는 소금산 길

간현관광지로 잘 알려진 소금산에 2018년부터 개장한 출렁다리는 높이 100m, 길이 200m의 스릴 만점의 산악 보행교로 원주의 대표적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출렁다리와 함께 바위 위를 걷는 잔도와 전망대, 울렁다리까지 완성되어 멋진 경치와 함께 하늘 위를 한 바퀴 돌아보는 코스로 만들어졌다. 출렁이는 짜릿함과 기암괴석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나들이 코스로 남녀노소 모두의 사랑을 받고 있다.

매표소를 지나서 다리를 건너 출렁다리 입구로 들어서니 끝이 보이지 않는 570개의 계단이 오는 손님들을 기다린다.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나무 계단을 따라 천천히 숨을 고르며 이따금 나무 사이로 보이는 풍광에 마음을 맡긴다. 숨이 가득 찰 정도가 되니 출렁다리로 들어가는 개찰구가 늘어서서 빨리 오라고 한다. 출렁다리 앞에서 파란 다리를 배경으로 함께 인증 사진을 찍으려고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본격적으로 출렁다리로 발걸음을 옮기니 바람을 따라 출렁거림과 함께 멋진 풍광이 눈앞에 펼쳐진다. 삼산천 계곡을 따라 전망대와 함께 소금산의 기암절벽이 어우러져 한 폭의 멋진 산수화가 완성된다. 이곳이 왜 작은 금강산인 소금산으로 불리는 건지 누구나 쉽게 이해가 된다.


소금산 출렁다리

예쁜 소녀가 출렁대는 짜릿함에 하이톤으로 소리를 지르며 즐거워한다. 양쪽으로 펼쳐지는 황홀한 풍경을 바라보며 모두 행복한 표정이다. 우리도 셀카를 찍어 증거를 남기고 건너편 울렁다리와 전망대도 풍경과 함께 추억 속 사진으로 남긴다. 다리를 벗어나 계단을 지나서 산책하는 느낌의 잘 정비된 나무데크 길이 이어진다. 소나무 아래에 걸린 ‘참 멋진 하루’라는 팻말을 보니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소금산 잔도

까마득한 낭떠러지 바위 위에 고정하여 만든 잔도로 들어서니 또 다른 느낌의 풍광이 펼쳐진다. 잔도 바닥 철판 사이사이로 끝이 보이지 않는 아찔한 풍경을 슬쩍슬쩍 보면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긴다. 잔도에 잠시 멈춰서 하얗게 얼어붙은 강과 절벽의 바위들이 어우러져 빚어낸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을 연발한다. 다시 발걸음을 옮겨 코너를 돌아서니 스카이타워 전망대와 노란 울렁다리가 당당한 모습을 드러낸다. 잔도 끝 지점에서 바라보는 이 풍경은 오늘 걸으면서 스쳐 지나간 장면 중에서도 명장면으로 기억에 남는다.

스카이타워 전망대에 오르니 세차게 불어대는 골바람으로 마치 몸이 날아갈 듯하다. 전망대를 천천히 한 바퀴 돌면서 사방으로 바라보이는 풍경은 어디를 봐도 아름답기에 그지없다. 계단으로 내려와서 노란 울렁다리와 소금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천천히 다리로 향한다. 울렁다리 중간에 유리로 만든 바닥 주변에서 아이가 낭떠러지 밑을 바라보면서 무섭다며 엄살을 부리는 모습이 귀엽다. 다리를 건너와서 셀카봉으로 가족사진을 남기고 오솔길을 따라 하산한다. 5.3km, 3시간의 소금산 하늘 걷기를 마치고 산나물 정식으로 행복한 가족여행을 마무리한다.


피톤치드 풍부한 편백숲과 아름다운 능선이 이어지는 고흥 마중길

나로우주센터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하는 나로도는 내나로도와 외나로도로 이루어져 있다. 다리로 육지와 연결된 외나로도에는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 센터인 나로우주센터가 있다. 나로우주센터 뒤편에 있는 봉래산은 편백숲이 유명하고 정상에서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봉래산 편백나무 숲길

나로우주센터에서 우주 발사대 모형이 있는 공원을 한 바퀴 둘러본 후 우주과학관 방문은 다음으로 약속하고 봉래산 주차장으로 출발한다. 차로 이미 주차장까지 상당한 높이를 올라온 덕분이라 처음 시작 길은 평지 같은 느낌이다. 오솔길이 옆 나무 사이로 보이는 바다 풍광을 바라보며 걸으니, 삼나무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커다란 아름드리 편백나무들이 빽빽이 늘어선 편백숲에 들어서니 잠시 세상이 어두워진다. 워낙 울창한 나뭇가지와 초록 잎으로 햇살이 들어올 조그만 틈도 주어지지 않는다. 고개 들어 하늘을 보니 해님의 후광을 받은 편백나무의 자태가 동화 속 나무 주인공처럼 아름답다. 편백나무들이 뿜어내는 피톤치드가 풍부한 공기를 마시며 걸으니, 숲속에서 천연 아로마테라피를 받는 기분이다.


봉래산 이정표

봉래산 정상으로 방향을 틀어 임도같이 넓은 길을 따라 천천히 오르니 시름재 쉼터가 기다린다. 본격적인 등산의 시작인 길가에 누군가 가지런히 쌓아놓은 예쁜 돌탑들이 지나는 사람들을 응원한다. 길을 따라 늘어선 은백색 나무 군락이 파란 하늘과 대조를 이뤄서 한 폭의 풍경화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곳의 비경에 도취되어 승천하지 못한 용이 소나무로 변신하여 용송(龍松)으로 살다가 승천하였다는 터에는 커다란 표지석이 서 있다.


고흥 마중길에서 만난 노란 복수초

능선 길을 따라 회갈색의 소사나무들이 울창하게 숲을 이뤄서 원시림 속을 걷고 있는 느낌이다.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다가 큰 바위를 끼고 돌아서니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 바다가 한눈에 가득하다. 작은 동백나무 한 그루에 달린 조그만 꽃봉오리가 탐스럽고 아름답다. 멀리 길가 나무 아래 낙엽 위로 노란색의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복수초들이 빨리 오라고 손짓한다. 조금 더 가니 또 다른 복수초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봉수대의 흔적이 남아있는 봉래산 정상은 돌들을 쌓아서 평평하게 쉼터를 만들었다. 섬 주변 사방이 모두 내려다보이는 정상에서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운 풍광이 360도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해안 풍경과 함께 우리가 지나온 편백숲과 나로우주센터의 모습도 사진으로 담아본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정상 등반을 증명하는 사진을 만들고 산들산들 불어오는 산바람을 맞으며 잠시 명상에 잠긴다.

봉래2봉으로 향하는 능선 길 옆으로 솟아난 바위의 모습은 멀리서 보면 영락없이 사람의 형상이다. 바위 위에서 보이는 3만여 그루의 편백나무와 삼나무 초록 군락은 은갈색 산색과 어우러져 멋진 작품을 만든다. 전망대 두 곳에서 멋진 해안 비경을 맘껏 감상한 후 하산길로 향한다. 야자 매트를 깔아 만든 산책로를 따라 내려가니 노란 복수초 군락이 종점에 다다름을 알려준다. 주차장으로 돌아와 3시간, 1만 2천 보의 봉래산 숲길 여행을 마무리한다. 


여행 TIP.

남한산성 역사 이야기를 매일 정해진 시간에 해설사와 함께 걸으면서 들어보는 코스를 홈페이지 확인 후 참여할 수 있다. 소금산에 어르신이나 어린이와 함께하는 경우 케이블카를 이용해서 출렁다리 입구까지 이동할 수 있고, 봄가을 야간에는 나오라쇼를 감상해 보는 것도 좋다. 고흥 마중길을 걷고 여유가 있으면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이나 고흥우주발사전망대를 들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 대한신장학회 소식지.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