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욱 원장과 박희원 교수의 즐거운 만남 [26년 여름호]
편집부
news@ksnnews.or.kr | 2026-05-27 16:53:12
정년 이후에도 이어지는 신장내과 의사의 삶
이강욱 / 장동석내과의원 원장
박희원 / 세종충남대학교병원 신장내과
이강욱 (전) 충남대학교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대전·충청 지역 의료 발전에 힘쓰며 만성콩팥병을 포함한 신장 질환과 투석 환자 진료에 헌신해 온 의사다. 충남대학교병원 내과장과 장기이식센터장, 의과대학 부학장 등을 역임하며 대학과 병원의 발전에 기여했으며, 대한신장학회 이사와 대전·충청 지회장 을 맡아 학회 활동에도 힘을 보탰다. 정년 퇴임 후 현재는 투석 전문 1차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인터뷰 질문자인 박희원은 이강욱 교수와 같은 시기에 충남대학교병원을 떠났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각자의 위치는 달라졌지만, 여전히 같은 길 위에서 신장 환자를 만나고 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여전히 동료이기도 하다. 같은 길을 걷고 있는 후배의 마음으로 이강욱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1. 박희원 교수
교수님, 안녕하세요. 이렇게 다시 인터뷰로 뵙게 되어 개인적으로도 매우 뜻깊습니다. 교수님께서 충남대학교병원에서 근무하셨던 시기를 돌아보실 때, 어떤 의미로 기억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오랜 시간 몸담아 오신 공간을 떠나는 일이 결코 가볍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그 시기를 어떻게 받아들이셨는지도 함께 듣고 싶습니다.
A1. 이강욱 원장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부임한 이후 의사로서, 또 교수로서 33년간 수행해 온 일들을 정리하고 마무리하면서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는 의미가 컸던 시기였습니다. 그동안의 진료와 교육, 연구 활동을 하나씩 되짚어보면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개인적으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전환점이었습니다. 정년을 맞는다는 것은 단순히 한 직장을 떠나는 일이 아니라, 오랫동안 익숙했던 역할과 생활의 리듬이 바뀌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정년과 함께 대학교수로서의 연구와 교육이라는 역할은 내려놓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진료에만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던 시기와 비교하면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고, 보다 본질적인 역할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함께했던 동료와 제자들, 그리고 병원에서 만났던 환자들이 떠올라 감사한 마음도 컸습니다.
Q2. 박희원 교수
교수님께서는 오랜 시간 신장내과 의사로 살아오셨습니다. 지금까지 진료하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지켜오신 원칙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오랜 임상 경험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가치관이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A2. 이강욱 원장
항상 환자를 우리 가족의 일원처럼 생각하는 것입니다. 치료 방법을 결정해야 할 때나 환자가 고통을 호소하고 힘들어할 때, 그 환자를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더 신중하고 적극적으로 접근하게 됩니다. 특히 만성콩팥병이나 투석 치료처럼 오랜 시간 환자와 의료진이 함께 걸어가야 하는 질환에서는 환자의 삶을 이해하려는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태도는 단순히 치료 방침을 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환자와의 신뢰를 형성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오랜 시간 진료를 하면서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에 대한 진심과 책임감이라는 점을 반복해서 느끼게 되었습니다.
Q3. 박희원 교수
현재는 대학병원을 떠나 1차 의료기관에서 진료하고 계신데요. 실제로 경험해 보시니 대학병원과 현재의 진료 환경은 어떤 점에서 가장 다르다고 느끼시는지요? 현장의 변화 속에서 새롭게 느끼신 점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A3. 이강욱 원장
3차 의료기관인 대학병원에서는 대부분 1, 2차 의료기관에서 의뢰된 환자들을 진료하게 됩니다. 따라서 비교적 중증이거나 진단이 복잡한 환자들이 많은 편입니다. 여러 전문과와 협진하면서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반면 현재 근무하고 있는 1차 의료기관에서는 혈액투석을 받는 말기신부전 환자들을 제외하면, 외래를 방문하는 환자들은 증상이 비교적 경미하거나 이미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처음 증상을 가지고 1차 의료기관을 방문한 환자에게 올바른 진료 방향을 설정해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초기 단계에서의 판단이 이후의 검사와 치료 과정, 나아가 환자의 시간과 비용에까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1차 진료의 역할과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대학병원과 1차 의료기관은 서로 다른 자리에서 환자를 돌보지만, 결국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진료를 제공한다는 목표는 같다고 생각합니다.
Q4. 박희원 교수
최근에는 인공지능을 비롯한 다양한 기술 발전으로 의료 환경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계신지, 또 실제 진료에 있어 어떻게 적응해 오셨는지 궁금합니다. 임상 현장에서 체감하시는 변화도 함께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A4. 이강욱 원장
이는 우리 의료계를 포함해 모두가 공통적으로 체감하고 있는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의사들이 직접 수행하던 진단이나 치료약 처방, 나아가 일부 시술이나 원격 수술까지도 AI의 도움을 받아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AI는 방대한 의학 데이터를 기반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의학이 발전할수록 그 역할과 신뢰도 또한 빠르게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환자들 중에는 본인의 증상에 대해 AI를 통해 정보를 얻고 진료실을 찾는 경우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의사는 AI가 제공하는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환자의 병력, 진찰 소견, 검사 결과, 생활 환경을 함께 고려해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최종적인 판단을 내리는 역할을 더욱 중요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잘못된 정보가 환자의 불안을 키우거나 부적절한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합니다. 동시에 의사협회와 각 학회 차원에서도 AI 기반 의학 정보의 정확성과 안전성을 검증하고, 임상에서의 적절한 활용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지속적인 논의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AI는 의사를 대체하기보다 진료를 돕는 도구로 자리 잡아야 하며, 그 과정에서 의료진의 전문적 판단과 책임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Q5. 박희원 교수
교수님께서 여행과 미술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2023년에 교수님 개인 전시회를 직접 다녀왔는데, 진료실에서 뵙던 모습과는 또 다른 인상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교수님께 수채화 작업과 전시 경험은 어떤 의미로 남아 있는지 궁금합니다.
A5. 이강욱 원장
수채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색채가 밝고 투명하며,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작업을 완성할 수 있고 재료 또한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여행을 하면서도 부담 없이 작업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저는 의과대학 재학 시절 미술부 활동을 열심히 했지만, 졸업 이후에는 바쁜 임상과 교육 일정으로 인해 그림을 다시 시작할 여유를 갖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COVID-19 유행이 시작되면서 교내외 활동이 줄어들고 비대면 수업이 늘어나 개인적인 시간이 생겼고, 그 시기를 계기로 다시 그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오래 쉬었던 감각을 다시 찾는 과정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제 삶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은퇴 이후에는 시간적 여유가 더욱 생기면서 작업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고, 자연을 바라보고 느끼는 시선 또한 이전보다 더 깊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미술 활동은 정신적인 안정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진료실에서 환자를 바라보는 일과 그림을 그리며 자연을 관찰하는 일은 서로 다른 듯하지만, 자세히 보고 오래 들여다본다는 점에서는 닮아 있다고 느낍니다.
Q6. 박희원 교수
앞으로도 전시나 작업을 계속 이어가실 계획이 있으신지요? 향후 계획도 함께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A6. 이강욱 원장
앞으로도 꾸준히 작업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개인전뿐만 아니라 단체전, 협회전, 공모전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하면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다양한 형태의 전시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자극을 받고, 이를 다시 작업으로 연결해 나가고 싶습니다. 여행지에서 마주한 풍경이나 일상 속에서 발견한 장면들을 꾸준히 기록하며, 저만의 시선으로 표현해 보고 싶습니다.
Q7. 박희원 교수
정년 이후의 삶을 지내시면서 느끼신 변화도 궁금합니다. 이전과 비교했을 때, 삶을 바라보는 기준이나 가치관이 달라진 부분이 있으신가요?
A7. 이강욱 원장
1차 의료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투석 치료를 받는 말기신부전 환자를 진료하는 일 자체는 크게 달라진 점이 없습니다. 다만 대학에 있을 때보다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나 자신과 가족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고, 그 점에서 큰 만족과 행복을 느끼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병원과 학교의 일정이 삶의 중심에 있었다면, 이제는 진료와 개인의 삶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또한 평소 좋아하던 스케치 여행을 보다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된 것도 삶의 중요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삶의 균형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일을 계속 이어가되, 그 안에서 스스로를 돌보고 주변 사람들과 시간을 나누는 것의 소중함을 더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Q8. 박희원 교수
교수님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후배로서 여쭙고 싶습니다. 지금의 저희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A8. 이강욱 원장
의사는 일정 기간만 일하는 직업이 아니라, 본인의 건강이 허락하는 한 오랫동안 진료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 일을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천직으로 여기고, 오랜 시간 지속할 수 있도록 자신의 건강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환자를 돌보는 일에 집중하다 보면 정작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일을 소홀히 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좋은 진료를 오래 이어가기 위해서는 의사 자신의 건강과 생활의 균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꾸준한 자기관리와 균형 잡힌 삶을 유지하는 것이 결국 좋은 의사로서 오래 환자 곁에 남을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후배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성실히 진료하되, 지치지 않고 오래 걸어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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