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연세맑은내과의원 개원 [24년 겨울호]
편집부
news@ksnnews.or.kr | 2024-12-05 11:41:36
김승규 원장 / 동탄연세맑은내과의원
안녕하세요? 동탄연세맑은내과 원장 김승규입니다. 저는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인턴, 전공의, 신장내과 전임의를 마치고 전라남도 해남군에 위치한 해남 우리 종합병원에서 7년간 봉직의로 근무하였습니다. 이후 2024년 3월, 경기도 화성시 동탄에서 동탄연세맑은내과를 개원하게 되었습니다.
대한신장학회 회원 여러분께 저희 의원을 소개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투석 환자 주치의’라는 의미를 가르쳐 주신 교수님
신장내과 전공의 3년 차 때 있었던 일입니다. 당시 혈액투석을 받던 환자 한 분이 요독성 심낭 삼출로 인해 1개월 동안 주 5회 혈액투석 치료를 받았지만, 심낭 삼출양이 줄지 않았습니다. 결국 심장막 천자와 배액 시술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시술 중 합병증으로 우심실 심근이 천자되어 심장이 수축할 때마다 심낭에 피가 고였고, 이로 인해 심낭 압전과 저혈압이 발생하였습니다.
수술을 고려했지만, 환자가 고령이고 기저 질환이 있어 개흉술의 예후가 불량할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이에 보호자 동의하에 보존적 치료만 하기로 하였습니다. 심장질환에 대한 집중 치료를 위해 순환기내과로 전과되었고, 주치의도 순환기내과 교수님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중환자실에서 다음 날 아침까지 수십 차례 수혈을 하며 천자된 우심실 심근이 자연적으로 막히기를 기도했습니다. 심낭에 계속 차오르는 혈액을 배액하기 위한 배액관이 혈액 응고로 막힐 때마다 교체했던 게 하룻밤 사이에만 열 번 이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전공의였던 저는 전전긍긍하며 중환자실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순환기내과 전공의에게 인계할 예정이었지만, 밤늦게 환자 상태를 보고 퇴근하셨던 신장내과 교수님(현 대한신장학회 이사장 박형천 교수님)께서 2시간 만에 다시 중환자실로 오셨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저에게 “가서 씻고 눈 좀 붙이고 오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이미 주치의가 순환기내과 교수님으로 변경되었으니 아침 7시에 순환기내과 전공의에게 인계하면 된다고 말씀드리며 제가 지키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교수님께서는 “투석 환자에게 있어서 한번 주치의는 영원한 주치의다”라고 말씀하시며 환자 곁을 끝까지 지키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저도 ‘이런 의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고, 지금도 같은 마음으로 환자 진료에 임하고 있습니다.
환자를 위한 치료, 수익이 되지 않아도 최우선이어야 한다는 원장님과 부원장님의 가르침
당시 유치원도 다니지 않았던 두 아들에게 자연 친화적인 전원생활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어 전임의 근무를 마치고 연고도 없는 지방으로 이사를 하며 전라남도 해남군에 위치한 해남 우리종합병원에서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온실 속 화초 같던 저는 소위 말하는 ‘필드’로 나간다는 기대와 두려움을 안고 봉직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봉직의 생활을 먼저 경험했던 선배, 동기들은 공통적으로 “네가 받는 월급에 비해 진료 수익이 적으면 병원에서 잘린다”는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습니다. 대학병원 전공의나 전임의와 달리, 봉직의 세계에서는 진료 수익이 중요하다는 말이었습니다.
이제는 지난 일이지만, 코로나19 발병 초기에는 병원에 코로나19 환자가 다녀갔다는 소문만으로도 일반 환자들의 병원 방문이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항바이러스제조차 없던 시기라 많은 병원이 코로나19 의심 환자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병원장님께 코로나19 확진 환자를 포함한 모든 발열 환자를 수용하자고 건의했습니다. 이는 자칫 일반 환자의 진료 감소로 병원 수익이 악화될 위험이 있었으나, 병원장님과 부원장님께서는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병원이 되어야 한다”라며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셨습니다. 병원 직원들도 어려운 상황에서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준 덕분에 그 힘든 시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습니다. 제가 소신 진료를 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격려해 주신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지금도 바른 진료와 정직한 치료를 실천하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빚을 내어 개원, 기대와 달랐던 현실
아이들이 곧 중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어 교육환경도 고려해야 하고, 부모님도 연로하셔서 연고 없이 시작한 타지 생활을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무작정 개원을 결심한 후 지도를 펴고 개원 자리를 찾아보며 고민한 끝에 결국 경기도 화성시 동탄에 개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월급쟁이 시절에는 신경 쓰지 않았던 병원 수익, 직원 관리, 장비 관리 등 혼자 해결해야 될 일이 너무 많아 지난 7개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행히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진료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어 지금은 정말 행복합니다.
환자의 이익이 우선시되는 치료가 무엇일까
현재 저희 인공신장실에서 혈액투석 치료를 받는 환자 31명 중 생체 신장 이식 예정 등의 이유로 투석을 중단할 예정인 환자를 제외하고, 19명(60%)은 MCO dialyzer를 이용한 확장혈액투석(HDx), 9명(30%)은 고용량 혈액여과투석(High volume HDF)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개원 전에는 비용 문제로 인해 이런 치료를 도입하는 데 주저했습니다. 그러나 수익을 더 남겨 병원을 확장시키는 것보다 저희 인공신장실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분들이 건강하게 오래 사시는 것이 저희 병원을 더욱 발전시키는 길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원장님 덕분에 우리 부모님이 몇 년 더 사시고 편하게 가셨어요”
요즘은 병원에서 환자가 사망하면 병원을 상대로 소송부터 준비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최선을 다해 치료한 환자분이 돌아가신 후, 유족분들이 찾아와 “정말 감사했다”라는 말을 전해주셨을 때, 의사로서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인공신장실 담당 주치의와 환자로 인연을 맺은 이상 끝까지 최선을 다해 진료하는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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