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상목내과의원 개원 [22년 여름호]

편집부

news@ksnnews.or.kr | 2022-06-12 14:28:04

내 환자는 내가 지킨다

여상목 / 여상목내과의원 원장

안녕하세요, 저는 대구 달서구에 위치한 '여상목내과의원' 여상목 원장입니다. 계명대학교 의과대학과 동산병원에서 수련과정을 거쳐 지금은 투석전문의로 진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구는 2020년 2월 코로나가 한참 확산되던 시기 폭발적으로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많은 의료진들이 밤낮으로 환자를 돌봤습니다. '코로나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며 코로나 환자, 투석 환자들을 만나며 느낀 사명감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개원을 준비한 소회를 함께 나눠보고자 합니다.

대구 코로나 확진자 급증, 최전선에 뛰어들다.

2020년 2월 18일 대구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폭발적으로 늘어 4일 만에 86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평일 저녁 재직 중인 병원으로부터 전화 한통이 왔습니다. ‘내일부터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전환될 예정이니 환자들을 타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2019년 4월 모병원인 동산병원이 성서 지역으로 확장 이전하고 기존 병원이 있던 자리에 대구동산병원이라는 이름으로 2차 종합병원으로 개원을 한지 1년이 채 안된 상태여서 코로나 환자분들을 수용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순간적으로 주치의인 저를 믿고 따라주는 환자들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신장내과 특성상 투석환자들은 투석을 시작하고, 의료진과 병원에 믿음을 가지면 다른 곳에서 투석 치료하는 것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자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드렸고, 다행히 환자들도 수긍하고 안내에 따라 협조해 주셨습니다. 

다음날부터 코로나와의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파김치가 되어 퇴근하고, 새벽에 출근하는 것은 일상이 됐고, 방호복 안은 땀이 흥건해 찝찝해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정립된 치료법이 없는 코로나라는 질병을 치료해내야 한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컸습니다. 하지만 두려움도 잠시, 대구의 코로나 확진자 수는 매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하루 100명의 환자가 한꺼번에 몰리기도 했습니다.

전쟁터 같았던 166일간 우리 의료진은 방패 대신 방호복을 입고 아군인 대구 시민을 지키기 위해 코로나와 싸우고 또 싸웠습니다. 감염자가 조금씩 감소하면서 우리는 166일간의 사투를 끝냈습니다. 끝날 것 같지 않았던 전쟁이 끝이 났고 우리는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전담병원 의사로서의 166일, 그리고 신장내과 의사로서의 책임감

저를 포함해 대구동산병원의 의료진들은 코로나 발생 후 166일간 코로나 환자들을 치료했습니다. 코로나의 특성 때문에 환자가 코로나 감염으로 사망하면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격리 상태 그대로 화장 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팠고,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고 싶다는 사명감이 점점 커졌습니다. 의사가 된 이후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지만 훨씬 더 보람이 컸던 경험이었습니다.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이 해제된 후 다시 정상 진료를 시작하면서 의사로서 느낀 것이 있습니다. 바로 내 환자에 대한 책임감입니다. 이번 사태를 겪으며 어쩔 수 없이 내 환자들을 동산병원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주치의로서 끝까지 환자를 책임지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그래서 그날부터 생각했습니다.

어떤 예측 불가한 상황이 오더라도 내 환자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신장내과를 만들자고. 처음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정될 당시 ‘이 사태가 진정된 다음 다시 만나자’라는 말 한마디에 저를 비롯한 우리 의료진들을 아무런 의심 없이 믿고 따라와준 환자들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신장내과를 개원했습니다.

투석 치료와 투석 혈관 시술, 이제는 한 곳에서!

투석환자에게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문제, 바로 투석 혈관의 협착증 및 혈전증입니다. 우리 병원에서는 투석 혈관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다른 투석 혈관 센터로 가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 병원은 혈관조영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혈관 시술이 바로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투석 혈관이 확보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응급 투석이 필요할 때 터널식 중심정맥 카테터 삽입술을 하고 바로 투석을 시행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환자의 주치의인 제가 직접 투석 혈관의 문제점을 우리 병원에서 바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예전 KSN NEWS 소식지에서 양철우 교수님께서 하신 “신장내과 전문의는 환자의 평생 반려자가 되어야 한다.”는 글귀가 생각납니다. 이제 저도 환자의 평생 반려자로서의 발걸음을 한발 내딛은 것 같습니다.

내 환자는 내가 지킨다 ‘책임감 있는 우리 병원’

우리 병원에 내원하시는 모든 환자들은 내가 책임지고 지켜야 할 사람들입니다. 투석이 필요한 환자라면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도록 빠르게 진행시키고, 또 투석 혈관에 대한 시술이 필요한 환자라면 주말이든 공휴일이든 개의치 않고 24시간 투석 혈관 클리닉을 운영합니다.

한 분 한 분 얼굴을 마주하고 직접 환자분들의 상태를 몸으로 느끼고, 때로는 서로의 살아가는 사연들로 담소를 나누며 환자와 의사의 관계를 넘어선 평생의 반려자로서의 여상목내과가 되어, 저도 그 안에서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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