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 [24년 겨울호]

편집부

news@ksnnews.or.kr | 2024-12-05 15:20:18

한겨울에 따뜻한 숲길과 바닷길을 즐기는 남쪽 나라 나들이

김진국 /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신장내과

끝없이 이어지는 열대야로 기록적인 무더위가 지속된 올해 여름. 빨리 겨울이 오기를 바라는 것이 모두의 희망이었다. 하지만 간사하게도 막상 한겨울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따뜻한 계절을 그리워한다. 이런 소망을 성취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은 비행기를 타고 따뜻한 남쪽으로 날아가서 걷기를 즐기는 것이다.

시드니 해안

나는 여름과 자연을 즐기기 위해 호주에서 가장 큰 도시이자 세계 3대 미항으로 꼽히는 시드니로 떠난다.

황홀한 푸른빛과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이 어우러진 블루마운틴 숲길

블루마운틴 숲길 - 입구 표지판

2000년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된 블루마운틴국립공원(Blue Mountains National Park)은 시드니에서 서쪽으로 약 60km 떨어진 산악지형으로 해발 1,100m의 사암 고원이다. 이곳 특유의 진한 푸른빛은 유칼립투스에서 증발한 유액 사이로 태양광이 통과하면서 만들어진 신비한 자연 현상이다. 시드니 중앙역에서 기차를 타고 2층 창가에 앉아 경치를 감상하다 보니 어느덧 종착역인 카툼바역에 도착했다. 예약사무실에서 티켓을 받고 친절한 설명을 들은 후 순환버스를 타고 9번 시닉월드에 내려서 트레킹을 시작한다. 

시닉월드로 들어가서 최대 경사면 52도로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궤도열차인 레일웨이를 타고 깎아지른 듯한 수직 절벽을 순식간에 내려간다. 열차에서 내리니 주변이 온통 원시림으로 우거진 경관이 가득하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현대에서 고대로 날아온 느낌이다. 나무데크로 잘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 맑은 숲속 공기를 맘껏 들이마시며 걷는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들의 합창 소리에 귀를 쫑긋 세워보기도 한다. 가파른 협곡을 올라갈 때는 시닉케이블웨이를 타고 이동한다. 멋진 주변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시닉월드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다음 코스는 세계에서 가장 큰 케이블카이자, 하늘을 나는 버스인 시닉스카이웨이이다.

블루마운틴 숲길 - 시닉스카이웨이

계곡을 건너면서 보이는 블루마운틴의 아름다운 풍경과 유리 바닥 너머로 보이는 끝없는 낭떠러지 풍광이 인상적이다. 바닥으로 보이는 낭떠러지가 무섭고도 신기한 듯 어린이의 알 수 없는 표정이 재미있다. 자연이 만든 층층 계단을 따라 물이 흐르는 카툼바 폭포를 감상하고 산책로를 따라 11번 정류장으로 향한다.

블루마운틴 숲길 - 카툼바 폭포

버스로 15번 허니문 전망대로 이동한 후, 14번 에코 포인트까지의 산길을 걸으며 느낀 점은 우리가 흔히 걸었던 한국의 숲길과 아주 유사하다는 것이다. 에코 포인트 전망대는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명소다. 아름다운 풍경에 흠뻑 빠져 너도나도 감탄의 연속이다.

블루마운틴 숲길 - 세자매봉

다음 볼거리인 세자매봉은 주술사가 마왕으로부터 세 자매를 보호하기 위해 돌로 만들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이다. 사람 형태의 사암 바위 세 개가 나란히 늘어서 있다. 

수백 개의 계단에 의지하여 90도의 가파른 경사의 바위를 내려가자니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끝이 안 보이던 계단이 끝나면 본격적인 숲길 여행의 시작이다.

블루마운틴 숲길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햇살이 가려져 어둡고 스산한 느낌이 드는 숲길을 지나,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는 루나 캐스케이드 코스로 들어선다. 작은 계단 폭포부터, 높은 곳에서 웅장한 물소리를 자랑하며 떨어지는 폭포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계단을 오르다 힘이 들 때면 한 번씩 휴식의 여유를 일깨워주는 폭포가 반갑고도 고맙다.

능선에 올라서 전망대를 구경하고 16번에서 18번 정류장까지 버스로 이동하여 골든 폭포 전망대에 도착한다. 황금빛 암벽과 폭포를 감상하고 산길을 따라 19번으로 향한다. 마지막으로 엘리시안 전망대에서 블루마운틴의 절경을 마음속 깊이 남기고 아쉬움과 함께 돌아오는 기차에 몸을 맡긴다.

해안 산책로를 따라 아름다운 바다 풍광이 이어지는 시드니 해안 길  

본다이비치에서 쿠지비치까지 이어지는 해안 길(Sydney costal walk)은 황홀한 경치를 간직한 해변 트레일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아름다운 기암괴석과 하얀 파도가 어우러진 풍경과 잘 정비된 산책로까지 갖춰져 걷기 편한 코스다. 버스를 타고 도심의 빌딩 숲을 지나니 아름다운 바다와 함께 황금빛 백사장이 우리를 반긴다.

이른 점심으로 스테이크를 먹고 해안가로 건너가니 많은 인파가 드넓은 백사장에서 해수욕을 즐긴다. 다들 행복한 표정이다. 해안가 길을 따라 이어진 벽화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동화 속의 예쁜 그림부터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상화까지 다양한 그림들이 사진 속 모델이 되어준다.

시드니 해안 길 - 1

해안길로 들어서니 아름다운 바위 암벽과 부딪히는 하얀 파도가 어우러져 멋진 산수화를 만들어낸다. 위대한 자연이 조각한 바위들의 기묘한 형상과 색깔에 감탄을 연발하며 발걸음을 옮긴다. 언덕 위 나무들 사이사이로 야생화들이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손 흔들며 인사한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해수욕장과 아담한 마을 경치는 한 폭의 작품으로 다가왔다. 바닷가 나무에 예쁘게 핀 노란 꽃을 사진에 담고 길을 따라 걸으니 어느새 중간 지점인 브론테비치이다.

산책로가 끝날 무렵 탁 트인 바다 절경과 함께 바위 위로 잘 정비된 나무데크 길이 있다. 바닷가 언덕 공원묘지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비석이 바다를 나란히 바라보며 물끄러미 서 있다.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공원묘지의 풍경은 대도시에 잘 꾸며진 그 어느 공원보다도 아름답다. 길가에 우뚝 솟은 나무 한 그루는 세찬 바닷바람에 순응하듯 한쪽으로 기울어져 육지를 향해 자란다. 바닷가 옆으로 넓은 잔디 구장에서는 어르신들이 모여서 해맑은 표정으로 처음 보는 운동을 즐기고 있다. 건물 벽에 붙어있는 설명을 보니 잔디 볼링이라고 적혀 있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운동이다. 

시드니 해안 길 - 2

잔디밭 끝 절벽 위에 있는 의자에 나란히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노부부의 모습이 정겹게 다가온다. 육지 위로 파도가 밀려와 움푹 팬 모래 지형은 자연이 만들어준 수영장이 되었다. 아이들은 수영장에서 엄마 아빠와 함께 물놀이를 즐기느라 신난다. 한쪽에서는 고무보트를 타고 노를 저으며 뭐라고 외쳐대는 귀여운 아이가 보인다. 넓은 바위 위에는 갈매기들이 군대 열병식을 하듯 길게 늘어서 있다.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치지 않고 태연하게 그 자리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모습이 신기하다. 파도치는 모습을 배경으로 갈매기 독사진을 작품으로 만들고 행군을 이어간다. 별장 같은 집 담벼락에 아름답게 핀 열대지역 꽃들의 환호를 받으니, 발걸음이 가볍다.

시드니 해안 길 - 3

초록빛 초원을 가르며 끝없이 펼쳐지는 오솔길을 따라 걸으니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쿠지비치가 모습을 드러낸다.


신비하고 아름다운 천혜의 자연을 간직한 쿠링가이체이스국립공원

쿠링가이체이스국립공원(Ku-ring-gai Chase National Park)은 시드니 북쪽에 위치한 사암 산림지이다. 넓이는 무려 150 km2로 어마어마하다. 100km 넘는 해안선을 따라 산과 강, 바다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 쿠링가이체이스국립공원은 다양한 동식물을 보유한 천혜의 보고로 국가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거대한 암각화를 포함한 볼거리와 캠핑, 서핑 등의 즐길 거리가 다양하여 사랑을 받고 있다. 드넓은 쿠링가이체이스국립공원에 있는 트레킹 코스 중에 이번에 걸을 길은 기차로 갈 수 있는 ‘great north walk’이다. 인터넷 정보에 따르면 난이도가 좀 높은 코스지만 힘든 만큼 멋질 것을 기대하며 도전한다. 

쿠랑가이체이스 - 코원 역

기차로 이동해서 코스의 시작점인 코원역에 내리니 역무원 한 명 없는 한적한 시골 간이역이다. 건널목을 건너 great north walk 표지판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니 본격적인 걷기 코스의 시작이다.

이름을 알 수 없는 나무들이 손님들을 반기며 맞아준다. 강렬한 태양광을 받는 초록 나무들 사이로 작은 노란 꽃송이들이 주렁주렁 달린 나무가 눈에 띈다. 껍질이 벗겨져 탈피하는 듯한 고동색 나무는 피 같은 진한 수액을 내뿜으며 신기한 모습이다. 나무들을 친구 삼아 걷다 보니 길 옆으로 개천이 보이고 귀에 익숙한 매미 소리가 우렁차게 들린다. 개천이 점점 커지는 듯싶더니 예루살렘 하버가 모습을 드러낸다. 작지만 아름다운 코원강의 항구는 푸른 하늘과 강, 초록 빛의 숲이 합쳐져 멋진 작품을 만들어낸다. 이 코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었던 예루살렘 하버를 배경으로 가족여행 인증 사진을 남기고 트레킹을 이어간다. 

쿠랑가이체이스 - 예루살렘 하버

본격적으로 바위를 오르는 급경사의 시작으로 첫 번째 난코스다. 바위는 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보존한 채 돌을 깎아 만든 계단 길이 인상적이다. 걷다가 헷갈릴 수 있는 갈림길마다 표지목을 세워두어 길을 안내해 준다.

잠시 숨을 고르다가 길옆 나무에 붙어있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자세히 들여다본다. 꼼짝하지 않는 도마뱀이다. 피부색이 보호색이라 얼핏 보면 나무의 곁가지 정도로 보인다. 끝이 보이지 않는 오르막을 올라 출발 2시간 만에 첫 번째 정상 능선에 도착했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능선길 바닥에는 신기하게도 강이나 바다에서나 볼 법한 고운 모래가 깔려 있다.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며 커다란 바위 사이의 길을 걷기도 하고, 작은 개천의 징검다리도 건넌다. 침식으로 깊게 파인 바위 표면에 새겨진 아름답고도 기이한 무늬는 자연이 빚어낸 예술 작품이다. 남은 힘을 다해서 언덕을 오르니 산꼭대기에 만들어진 커다란 임도가 맞아준다. 산길을 따라 쭉쭉 뻗은 가로수들이 그늘을 만들고, 때마침 산바람이 불어와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다. 6시간의 걷기 도전을 무사히 마친 기념으로 기차역 앞 카페에서 시원한 생맥주로 갈증을 날려버리며 오늘을 축배 한다. 

쿠링가이체이스

여행 TIP. 블루마운틴 내 순환버스와 시닉월드 탈 거리를 맘대로 탈 수 있는 패스를 구입하는 것이 편하다. 순환버스로 정류장을 이동해서 전망대와 주변을 둘러보는 다양한 코스 선택이 가능하다. 시드니 본다이비치에서 쿠지비치까지의 거리는 6km, 3시간 정도 소요된다. 시간적 여유가 없으면 브론테비치까지만 걸어도 아름다운 경치를 맘껏 감상할 수 있다. 쿠링가이체이스국립공원에는 다양한 코스가 있으므로 동반자와 시간을 고려해서 선택하면 된다. 산행이 힘들다면 코원역에서 예루살렘 하버까지만 보고 돌아오는 것도 좋다. 

시드니 해안 길에서 본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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