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혁신 선도연구센터(RLRC) 탐방 [26년 봄호]

편집부

news@ksnnews.or.kr | 2026-03-04 15:47:50

신장질환의 미래를 설계하다: ‘신장질환 제어 및 투석기기 고도화 선도연구센터’
AI 기반 정밀 의료와 국산 휴대형 투석기기 개발로 만성콩팥병 극복의 새 지평을 열다

서상헌 / 전남대학교병원 신장내과

들어가며: 만성콩팥병의 위협과 시대적 소명

현대 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만성콩팥병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위중한 만성질환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우리나라는 말기신부전 환자 발생률이 인구 100만 명당 360명으로 세계 최상위권을 기록하고 있으며, 단일 질환 중 가장 많은 의료비가 지출되는 등 사회경제적 부담이 막대하다. 콩팥은 한 번 기능을 잃으면 회복이 어렵고, 보존치료 외에 뚜렷한 대안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국가적·지역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3년 7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지역혁신 선도연구센터(RLRC, Regional Leading Research Center)’ 사업으로 ‘신장질환 제어 및 투석기기 고도화 선도연구센터’가 닻을 올렸다.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김수완 교수가 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7년간 총 136억 원의 대규모 연구비를 투입하여 신장질환의 전주기 관리 플랫폼과 차세대 투석 기술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역량의 결집: 산·학·연·병이 함께하는 혁신 생태계

본 센터의 가장 큰 특징은 전남대학교를 주축으로 광주과학기술원(GIST), 전남대학교병원이 긴밀하게 연결된 거버넌스에 있다. 여기에 지역 내 3개 핵심 기업이 참여하여 연구 성과가 단순히 논문에 머물지 않고 실제 산업화와 고용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센터는 크게 두 개의 연구 그룹으로 나뉘어 전문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제1그룹에서는 신장질환 표적 치료기술개발, 인공지능(AI) 기반의 디지털 치료제개발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으며, 제2그룹에서는 투석기기 고도화 및 이동성을 극대화한 휴대형 투석기기 원천기술 확보를 목표로 연구 및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러한 협력 연구 모델을 구축함으로써 임상 현장의 미충족 수요(Unmet Needs)를 공학적 솔루션으로 해결하고, 이를 다시 병원에서 검증하고자 하였다.

핵심 연구 목표 1: 신장질환 치료제 원천 기술 개발 및 AI 기반의 치료기술 고도화

제1그룹은 신장질환 치료제 원천 기술 개발을 위해 기초 연구와 임상 연구를 아우르는 신장학 전 분야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만성콩팥병에 대한 병태생리 규명, Drug repurposing, 나노의학 기술을 이용한 신장-특이적 약물 전달 기술, 줄기세포치료제 개발 등 기존의 임상 영역에서 시도하지 못했던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고자 기초 연구를 수행 중이며, 임상 연구를 위해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이 보유한 방대한 국가 의료 데이터를 활용하여, 만성콩팥병의 악화 요인을 조기에 발견하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개발하고자 한다. 최종적으로는 AI 기술을 이용하여, 환자 개개인의 위험 인자를 정밀하게 분석하여 신장 기능 저하를 예측하고 차단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 중이며,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를 개발하여 기존의 약제 치료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다.


핵심 연구 목표 2: 투석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휴대형 투석기기 개발

제2그룹은 말기신부전 환자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투석기기 국산화와 첨단화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국내 투석기기 시장은 외산 의존도가 매우 높으며, 거대한 장비와 긴 투석 시간으로 인해 환자들의 사회활동이 크게 제약받고 있다. ‘투석기 소형화 및 휴대화’를 목표로, 기존의 혈액투석기기를 소형화하여 여행이나 이동 중에도 사용 가능한 휴대형 혈액투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요독 물질 제거 효율을 극대화하는 신소재 필터와 펌프 제어 기술 연구가 전남대학교병원과 광주과학기술의 협력 연구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또한, ‘웨어러블 기술과의 접목’을 통해 실시간으로 체내 수분 상태와 노폐물 수치를 모니터링하여 투석 강도를 자동 조절하는 스마트 투석 시스템을 개발하고자 한다.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궁극적으로는 환자의 심혈관계 부작용을 줄이고 안전한 투석 환경을 보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지역 혁신의 거점: 미래 인재 양성과 산업화의 요람

선도연구센터는 단순히 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미래 먹거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의 전략 산업인 의료 및 헬스케어 분야와 연계하여, 석·박사급 전문 인력을 배출하고 이들이 지역 기업으로 유입되어 기술 혁신을 주도하도록 돕고 있다.

참여 기업들은 센터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확보한 지식재산권(IP)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으며, 이는 지역 경제 활성화와 고부가가치 의료 기기 산업의 자립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결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미래 비전: 전 세계 신장 환자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

김수완 센터장은 “우리 센터의 최종 목표는 신장질환 환자들이 질병의 굴레에서 벗어나 일상을 되찾게 하는 것”이라며, “기초 연구의 성과가 임상 현장에서 환자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중개 연구(Translational Research)’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신장질환 제어 및 투석기기 고도화 선도연구센터’가 만들어갈 미래는 명확하다. AI가 질병을 예측하고, 작고 똑똑해진 투석기가 환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며, 지역 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세상이다. 전남대학교 신장내과학 교실이 쌓아온 탄탄한 기초 연구 역량과 임상 경험은 이제 이 센터를 통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신장학 연구의 메카로 도약하고 있다.


대한신장학회 회원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격려가 이 혁신의 여정에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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