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맑은내과의원 개원 [22년 가을호]
편집부
news@ksnnews.or.kr | 2022-09-12 16:23:44
이주학 / 늘맑은내과의원 원장
늘맑은내과의원 대표원장 이주학입니다. 대한신장학회 “KSN NEWS”를 통해서 병원 소식을 전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2008년 한양대학교 구리병원에서 신장내과 전임의를 시작으로 2021년 2월까지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신장내과 교수(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신장내과 분과장)로 재직하다가 퇴직하여 2021년 3월 15일에 늘맑은내과의원을 개원하였습니다.
아마도 대학의 교수님 중에 교수직을 끝으로 이후에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개원을 결심하기 몇 년 전부터 대학에서 정년을 마치고 나와서 제가 생각하고 온전하게 기획한 인공신장실을 만들기에는 나이와 체력에 대한 부담이 클 것 같았고, 어차피 대학에서 나와서 계약직 의사나 봉직의가 아닌 나만의 인공신장실을 꾸미고 싶다면 경쟁력이 있는 나이에 나와서 개원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어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그런 생각과 계획을 실행에 옮기게 되었습니다.
개원을 준비하는 과정과 개인 의원 원장의 삶은 대학에서 보낸 시간과는 색다른 경험이었고,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되는 것에 대해 어렵고 힘들다고만 느끼기보다는 모든 것이 새롭고 흥미로웠으며 팽팽한 긴장감 속에 심지어 즐겁기까지 했습니다.
인공신장실 도면을 기획할 때, 근무했던 대학병원 인공신장실에서 느꼈던 부족함을 수정 보완을 하고 싶었고, 가장 중요시했던 것이 투석간호사의 근무환경과 닭장 같은 침상 간격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20년 이상 경력의 수간호사가 도면작업에 참여하여 간호사실을 가장 병원에서 채광이 좋은 곳으로 선정하고 넓은 공간으로 마련하였고, 수간호사의 개인 오피스를 만들어서 환자 상담 및 서류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투석간호사의 동선을 고려한 침상 배치 및 간격을 충분히 조정하여 투석 받으면서 답답함이나 개인 공간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하고 투석간호사가 일하기에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누워서 투석 받는 환경에서 투석 환우분들의 조명에 의한 눈부심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명 색깔 및 배치 그리고 간접등 사용에 정성을 쏟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운 인테리어 및 공간 배치가 나왔고, 구리/남양주 지역에서 차별화된 인공신장실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개원 후에 대학에서는 전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서울의 한 개 구 정도로 작은 구리시에 소재한 의원급 인공신장실들은 모두 차량을 운행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구리시 내에서 차량 제공은 기본적인 것이고, 전원 문의를 주시는 투석환자들 중에서 코로나 때문에 인공신장실에서 식사를 못하게 되어서 ‘식대’를 현금을 받고, 차량을 못 타고 다니면 ‘교통비’를 현금으로 받았는데 늘맑은내과에서도 똑같이 해줄 수 있으면 전원하겠다는 황당한 문의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대학에 있는 동안, 구리시에 소재한 인공신장실들에 투석을 새로 시작한 분들을 수없이 의뢰해드렸었는데, 이렇게 암암리에 불법적으로 운영되는 인공신장실인지 몰랐고, 믿기 어려웠습니다.
앞서 상담 온 투석환자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개원하여 지금까지 늘맑은내과에서 구리시에 타 인공신장실로 전원을 희망하는 10명 이상의 투석환자 혹은 보호자의 면담에서 코로나 시국에서도 모두 다 ‘차량 지원’을 포함한 불법적인 환자 편의 제공을 받기 위한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원 가는 투석환자들이 하나같이 말하는 것은 “이 병원도 차량 운행하면 연락주세요. 차량 운행하면 다시 올게요.”였습니다.
“차량 지원 같은 환자 편의 제공 때문에 10명 이상이 전원하는 믿지 못할 심각한 상황에서 우리도 차량을 운행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되었고, 고심 끝에 늘맑은내과는 “차량 운행”을 포함한 모든 불법적인 환자 편의 제공을 안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다른 의원급 인공신장실에서 어떤 불법을 저지르든 신경을 안 쓰고 제가 생각한 기준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전문적인 투석 혈관 초음파 시행, 투석 혈관 전문병원과 연계 진료 등 차별화된 의료서비스를 개발 및 운영하여 언제나 안전하고 편안한 투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앞으로도 불법적으로 운영되는 타 인공신장실과 상생이 아닌 경쟁과 대결을 하면서 지내야겠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처음 생각한 대로 정직하게 질 높은 의료 서비스 제공에 초점을 맞추고 늘맑은내과가 지속적인 발전을 할 수 있게 헌신하고 있는 투석간호사의 복지에 신경 쓰며 정진하는 늘맑은내과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늘맑은내과를 믿고 많은 투석환자를 의뢰해 주신 여러 대학의 교수님들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표하고, 다시 한번 KSN NEWS를 통해 저희 늘맑은내과의원을 소개해 줄 수 있게 해주신 신장학회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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