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대 수 내과의원 개원 [21년 겨울호]

편집부

news@ksnnews.or.kr | 2021-12-01 16:40:16

김민정 / 경대 수 내과의원 원장

개원 준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의 결정'을 믿는 것입니다. 그를 위해 철저하게 조사하고, 다양한 의견을 들으며 나 자신의 결정에 힘을 보태는 것이죠.

2019년 봄, 대구광역시 북구 칠곡에 경대 수 내과 의원을 개원한 원장 김민정입니다.

저는 경북대학교병원에서 인턴, 레지던트, 신장내과 전임의로 6년을 수련 과정을 거쳤고, 이후 개원가에서 봉직의 생활도 해보았습니다. 칠곡 경북대학교병원에서 혈액투석실 전담 진료교수로 1년간 생활한 후, 2019년 봄에 경대 수 내과 의원을 개원하였습니다. 개원을 생각하시는 선생님들께는 이런 과정을 소개하고, 이미 개원을 하신 선생님들과는 그때의 추억을 공유하고자 글을 씁니다.

좌충우돌 개원 준비기

2018년 5월, 개원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위치가 매우 중요하다는 선배님 조언에 따라 저는 좋은 자리를 보러 다녔습니다. 가로수에 가려지지는 않는지, 교통은 좋은지, 주차는 편한지 등 여러 요소를 따져보고 고심한 끝에 결정하였습니다.

여러 과정과 고민을 거쳐 병원 자리를 결정하고 나니, 더욱 바쁜 나날의 연속이었습니다. 인테리어 업체와 투석 기계 회사, 수탁 업체, 의료폐기물 업체 등을 선정해야 했고, 정수기와 TV를 비롯한 가전제품도 사야 하는 등 수많은 결정을 해야 했습니다. 그중 가장 결정하기 힘들었던 것은 심전도와 소독기 등 의료기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워낙 종류도 다양했고, 가격도 천차만별이었습니다. 

제약회사 소개로 만난 ‘병원 개원 베테랑’이 알고 보니 병원 개원 브로커였던 적도 있고, ‘이 정도 기계는 있어야 내과 외래에서 감기 환자를 볼 수 있다면서 100만 원이 넘는 이비인후과 기계를 사야한다’는 업체의 말에 예정에 없던 고민을 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가장 높은 가격을 불렀던 업체에서 나중에는 다른 업체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여 황당한 적도 있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겪어보니 개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조심해야 하는 부분으로 거래하는 사람을 꼽고 싶습니다. 

또, 준비 과정에서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싸다면 의심해봐야 합니다. 개원 전에 불안한 이들의 마음을 이용하여 ‘이건 꼭 필요합니다’라는 식으로 무언가를 판매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의 거래는 다시 한번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그리고 최소한 2~3군데의 업체를 서로 비교해보시고, 유독 다른 말을 하거나 거짓말이 섞여 있는 것 같다면 조심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거 해야 외래 환자 모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야 잘됩니다.’ 주변에서 업자들이 하는 이런 말에 흔들리실 필요 없습니다. 주변의 이런 의견을 듣고 충분히 검토해보신 다음 판단은 스스로 하셔야 한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할 수야 없겠지만, 그 과정에서 누구보다도 깊게, 더 많이 고민한 사람은 나 자신이니 스스로를 좀 더 믿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말에 너무 흔들리지 마세요.

개원 후, 마음에 새긴 ‘일희일비하지 말자’

개원 후, 마음에 가장 많이 새겼던 말은 ‘일희일비하지 말자’였습니다. 처음 시작은 환자 네 명에 불과했습니다. 처음 몇 달은 이대로 괜찮을지, 잘할 수 있을지 늘 걱정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환자가 차츰 늘어나기 시작했고, 이제는 오히려 간호사 인력 부족을 걱정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환자가 적으면 운영이 안 될까 걱정, 또 너무 많으면 인력 부족을 걱정하게 되는 것이지요.

어느날, 한숨 돌리며 생각해보니 환자가 늘면 늘어난 대로 감사하면 되고, 환자가 줄면 인력 문제가 없으니 괜찮다고 감사하면 될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 것이지요. 물론 저는 여전히 일희일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다시 마음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요. 병원이 잘되고 성장하는 데 중요한 것은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이라고 항상 되새깁니다.

직원들과의 관계, 책을 통해 지혜를 얻다

병원에서 함께하는 직원이 늘어날수록 겪어보지 못했던 일들도 생깁니다. 직원들과의 관계, 직원들끼리의 관계와 갈등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한번은 선배님께 고민을 상담한 적이 있습니다. 조직이 잘 형성되고 굴러가려면 원칙이 있어야 하고 그 원칙을 지켜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 때문이었습니다. 선배님의 조언은 ‘끝까지 함께할 직원이면 너무 원칙을 따지지 말고, 끝까지 함께할 직원이 아니라면 원칙대로 하라’였습니다. 그 무렵, 가야 할 길이 보이지 않아 큰 고민을 하던 저에게 방향을 알려준 말씀이었습니다.

이후 좋은 리더가 되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우연히 "리더는 하루에 백 번 싸운다(저자 조운성)"라는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그 중 '작은 조짐을 꿰뚫어보는 힘'에 대한 부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작은 조짐의 첫 번째는 좋은 직원이 회사를 떠날 때이고, 두 번째는 거래처의 불만이 계속될 때이며, 세 번째는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연이어 성공할 때라고 했습니다.

책에서는 특히 세 번째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일이 잘 안 될 때는 더 신중하게 되지만, 일이 잘될 때는 자만에 빠지기 쉽고 신중함이 덜해져 놓치는 것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인생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중요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병원을 운영하면서, 병원 직원들과의 관계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여러 부분에서 하나하나 고민하고, 고치고, 노력하고, 채워 나가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병원도 저도 조금씩은 성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완벽한 사람이 없고 완벽한 병원도 없겠지만, 부족한 부분을 파악해 고쳐나가고 잘하는 부분은 성장시키면서 그렇게 걸어가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고 늘 생각보다 행동이 힘든 법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지 말아야 할 부분임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그 성장을 함께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개원 초기부터 지금까지 열심히 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환자, 직원과 함께 성장하길 꿈꾸는 병원

개원을 준비하던 과정을 돌이켜보면, 힘들 것임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막상 겪어보니 제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힘들었습니다. 내과 레지던트 생활을 하면서 감기 한번 걸린 적 없었는데, 개원을 준비하던 동안에는 독감으로 고생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전에는 접해보지 못했던 분야의 사람들도 만나야 했고, 크고 작은 결정을 해야 했으며, 직간접적으로 계약할 일도 많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은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한 분 한 분 찾아뵙고 인사를 드려야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COVID-19로 인해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이지만, 선생님들 모두 힘내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2021년 마무리 잘하시고, 다가오는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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