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우 교수와 조아진 부교수의 즐거운 만남 [22년 겨울호]
편집부
news@ksnnews.or.kr | 2022-12-01 17:50:03
노정우 교수 / 제중요양병원 신장내과 진료원장
조아진 부교수 / 한림대학교 의료원 신장내과 부교수
노정우 교수는 한림대학교 의과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대한민국의 의학 발전을 위해 힘써왔다.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신장연구소 소장, 한림신장연구사업단 단장,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강남성심병원 진료부원장, 한림대학교 의료원 신장내과분과장 등을 거쳐 현재는 제중요양병원에서 진료원장과 신장내과장을 겸하며 투석 및 신장 환자들을 만나고 있다. 진료와 함께 꾸준한 연구를 통해 국내 신장내과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Q1. 조아진 부교수
안녕하세요, 교수님. 저는 현재 한림대학교 의료원에서 신장내과 부교수로 근무하고 있는 조아진입니다. 즐거운 만남 자리를 통해 국내 신장내과 분야를 개척하신 교수님을 직접 만나 뵙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영광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2018년 2월 한림대학교 의료원에서 퇴임하신 이후에도 일선에서 환자 치료에 전념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퇴임 이후의 시간은 어떻게 보내고 계신 지 궁금합니다.
A1. 노정우 교수
조아진 교수님 안녕하셨어요? 저는 퇴임 후 처음에는 전로원내과에서 신장내과 환자를 보고 건강검진도 맡아서 하며 일반 환자도 같이 진료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한 요양병원 인공신장실을 맡아서 근무를 시작했는데, 근무하고 보니 요양병원 인공신장실은 이전까지 근무했던 대학병원, 개인 투석의원의 인공신장실과, 환자군도 그렇고 진료와 운영도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2022년부터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는 제중요양병원 신장내과로 옮겨와 제중요양병원 진료원장과 신장내과장을 겸하면서 투석 및 신장환자분들을 진료하고 있습니다. 물론 입원환자 인공신장실을 운영하지요. 요양병원 투석환자군은 대학병원 및 일반 병원이나 의원의 투석환자분들과 다른 면이 있어서 투석치료 및 약물 치료 등, 진료 시 따로 주의할 점도 적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요.
그리고 대학병원에만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퇴임하여 나와보니 우리나라의 병원 시스템이 상당히 잘 되어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신장내과 진료와 관련하여 각 병원의 역할이 상당히 충실하게 나누어져 있고, 상급병원 및 중소병원 신장내과와 인공신장실, 투석의원, 요양병원 인공신장실 등 각 병원과 의원의 신장내과(인공신장실)들이 유기적이고 밀접하게 협조가 되어서 진료가 원활하게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하나하나의 병원이 모든 환자분들께 정말 중요하고 필요한 병원이라고 생각합니다.
Q2. 조아진 부교수
교수님께서 신장학을 선택하실 때는 연구와 진료 영역에서 지금과 많은 점이 달랐을 것 같습니다. 과거와 비교하여 현재 달라진 점이 궁금합니다.
A2. 노정우 교수
저의 신장학 연구는 1989년 미국 연수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 이전에도 임상적 연구나 석사, 박사학위 논문을 위한 연구를 조금 했으나, 1989년 미국 미시간대의 Roger C. Wiggins 교수님 lab에 가서 동물실험에도 참여하며 연구에 눈이 조금씩 뜨이기 시작했지요.
요즘 국내 연구환경은, 제가 1989년 미국에 처음 연수 가던 때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달라진 것 같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의학, 신장학에도 정말 큰 발전이 있었고, 특히 대한신장학회 및 대한신장학회 임원 및 회원 여러분들께서, 각 의과대학 신장내과와 중소병원 신장내과 및 개원하신 투석의원과 신장내과 회원들과의 깊은 협력을 통해 임상적 및 기초의학 연구의 깊은 발전을 이끌어 내었습니다.
최신의 신장관련 의학과 의술을 도입하면서 이제 우리나라의 신장학 진료 연구 수준은 세계 어디와 비교해도 크게 뒤처지지 않는 정도의 수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신장학회가 여기에 작은 기여를 했다는 것에 대해 대한신장학회의 원로 회원으로서 마음이 뿌듯합니다.
이제는 국내에서 신장학의 모든 방면에 정말 훌륭한 임상적 및 기초과학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서, 그것도 우리 대한신장학회지(KRCP)가 SCIE에 등재되면서 훌륭한 의학잡지의 반열에 올랐고 그 잡지에 여러 국내 논문들이 외국에서 투고된 좋은 논문들과 경쟁하듯 실리는 것을 보면 정말 큰 발전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구 여건도 1989년 당시와 비교해 보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지요. 각 병원과 국가 및 대한신장학회를 포함한 여러 학회, 대한신장학회 연구재단 등에서 연구를 시작하고 지속할 수 있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한신장학회 후배분들이 꾸준히 연구하면 좋은 결과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Q3. 조아진 부교수
한림대학교 신장병 연구소 소장을 역임하시면서 다양한 연구 업적을 남기셨는데요, 교수 재직 시절 가장 관심있으셨던 연구 분야가 궁금합니다.
A3. 노정우 교수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신장내과에는 교육, 연구, 진료와 관련된 학문적으로 체계화된 모임이 없어서 구심점을 만들어야겠다 생각하고 신장연구소를 설립했지요. 설립할 때 방법을 잘 몰라서 연구소 설립 경험이 있는 타 대학 여러 교수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지금도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당시 제대로 된 폴리클리닉 의과대학생, 인턴, 레지던트, 펠로우 시스템에 대한 공통의 임상 교육자료가 없는 것 같아서 최신 신장학 임상학 진료 매뉴얼을 연구소의 교수님들이 참여하여 발행한 후 계속 보완하며 수준을 높여서 진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침서를 만들었지요.
퇴직 얼마 전부터는 한림대 연구소와 식이요법에 관심이 많으셨던 타 대학의 여러 교수님들과 함께 만성신장질환자의 식이요법 및 전반적 진료에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음료전해질분석’이라는 앱을 만드는데 주력했지요. 연구소의 일이라기보다는 이에 관심 있었던 여러 타 대학 교수님들과 제가 함께 만든 앱인데, 저는 매우 유용하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많이 사용되고 있지는 않아서 아쉽네요.
퇴임 전까지 완성을 못하여 퇴임하며 가지고 나와서 제가 정리하고 완성하여 사용 중인데 아직도 계속 기능과 정보를 추가하며 개선하고 있습니다. 아직 세계 어디에도 이런 앱이 없다는 것에서 이 앱을 더욱 발전시켜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자부심도 느낍니다.
Q4. 조아진 부교수
25년 이상 한림대학교 의료원에서 재직하시면서 신장내과 주임교수로서 학생교육에도 힘써주셨는데요. 학생 교육과 환자 진료 중 어느 분야가 더욱 신장내과 의사로서 보람을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A4. 노정우 교수
학생교육은 의과대학교수에게는 물론 대한민국의 의학 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항목이지요. 폴리클리닉 학생과 인턴 레지던트 펠로우 그리고 교수들이 쉽고 편리하게 사용하게 하기 위하여 가운 포켓에 넣어 다닐 수 있는 임상 매뉴얼도 계속 업그레이드해가며 만들었습니다.
신장 병리 교수님과 5개 병원 신장내과 전체가 참여하는 Renal pathology conference도 계속 해오며 저희는 물론 폴리클리닉 의과대학 학생과 인턴 레지던트까지도 계속 참여를 독려하며 유지해왔었습니다. 학생 강의에서 저는 1차성 사구체 질환의 전체를 맡아서 강의했습니다.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제가 만들었던 동물모델 등을 이용하여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결론적으로 교육, 진료, 연구 모두 성실함이 꼭 필요한 항목이지요. 진료에서 보람을 느낄 때는 환자를 잘 치료해서 좋아지거나, 환자 질환을 잘 감별하며 질환의 발생기전을 닥터 하우스처럼 밝혀낼 때지요.
Q5. 조아진 부교수
30년 이상 신장내과 의사로서 여러 환자를 만나시고, 현재도 환자들의 건강을 위해 진료를 계속하고 있으신데요, 진료하시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이 있으시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A5. 노정우 교수
진료와 관련해서는 진단이 안되어 괴로워하던 환자가 제게 와서 진단이 이루어지고 진단에 따른 치료가 되는 경우는 보람이라기보다는 진단하였다는 안도의 기쁨이 있었지요. 기억나는 한 환자가 있었는데 너무 발과 온몸의 통증이 너무 심하여 cancer bone metastasis impression으로 oncology에서 계속 진료받는데도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SCr 농도가 1.5mg%로 조금 높고 urins albumin이 +/++ 보인다고 하여 전과 받았던 환자였는데 history하다 보니, 처음부터 r/o Itaitai disease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어서 스터디해보니 type II RTA를 확인할 수 있었던 케이스였습니다.
Bicarbinate를 투여하여 serum bicarbonate 농도를 22mEq/L 이상까지 올린 후 fractional excretion of HCO3 실시하여 확진하였고 환자가 먹었다는 건강식품의 중금속 함량을 측정하여 Cd(카드뮴) 중독까지 확인하였습니다.
1g/D 정도의 albuminuria의 원인을 찾지 못해 kidney biopsy까지 시행하였는데 역시 사구체 질환이 없음을 확인하고 의아했습니다. 그러던 중 Fanconi syndrome과 type II RTA 같이 proximal tubule이 망가진 경우, 사구체에서 filter된 albumin이 proximal tubule에서 거의 100% 재흡수 되던 것이 proximal tubule이 큰 손상을 입어 albumin이 전혀 재흡수 되지 않고 빠져나가는 것이 이 환자에서 1-2g albuminuria 발생 기전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몸의 오묘하고 정밀한 기전에 대해 놀랐던 것이 기억에 남아있네요. 이후 신기능이 갑자기 나빠져서 원인을 찾아보니 발의 fracture 때문에 제대로 치료받지 않으며 NSAID만 복용하며 버티다가 투석치료를 받으러 온 환자를 진통제 변경과 fracture에 대한 적절한 치료로 투석을 수년간 늦출 수 있었던 경우 등 ARF on CRF(CKD)의 원인 확인 후 적절한 치료로 신기능 악화를 효과적으로 지연시켜 투석 치료 시기를 크게 늦춘 환자들이 적지 않게 있었던 것이 신장내과 의사로서 느꼈던 작은 보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제가 나이가 들어 정년 퇴임하였지만, 지금 이 요양병원에는 오직 제게 의지하며 치료를 받는 여러 신장 환자 및 일반 환자분들이 있습니다. 이분들을 위해 제가 이제까지 경험한 모든 것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여 열심히 치료해 패혈증 및 여러 종류의 폐렴 등을 초기에 발견하여 좋아지시는 분들을 보면서 작은 보람을 느끼기도 합니다.
Q6. 조아진 부교수
교수님께서는 퇴임 이후에도 환자 진료에 지속적으로 전념하고 계신데요. 현재 대학병원에 근무하고 계신 여러 선생님들 중에는 정년이 되기 전 퇴직을 고민하고 있는 분들이 계실 것 같습니다. 교수님의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A6. 노정우 교수
목적에 따라서 달라지겠지요. 본인이 지금 받는 봉급 또는 연봉이 너무 적다고 생각하고 생활이 힘들다면 이직을 고려할 수 있겠지요. 옮기는 병원마다 큰 차이가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신장내과는 대학병원 봉급보다는 퇴직 후 봉직의가 봉급을 더 받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봉급을 상당히 많이 주는 병원도 있고 봉급을 그리 많이 주지 못하는 병원도 있어서 이것은 저의 단순한 조언이 큰 도움은 안 될 것 같습니다. 각 선생님들의 상황에 따라 여러 병원을 잘 알아보시고 이직을 고려하셔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재정적 문제와 별개로 신장학이 싫지 않고 좋으시다면, 젊은 날은 대학병원에서 계속 봉직하시며 현재 근무를 하는 곳에서 정년까지 나름 대로의 만족을 찾으시면서 열심히 근무하시고 정년 후 새 삶을 찾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Q7. 조아진 부교수
마지막으로 지난 2년간 COVID-19를 겪으면서 많은 의료진들이 고민하고, 고생하면서 환자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올바른 의료 행위’에 대해 고민이 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미래의 의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7. 노정우 교수
올바른 의료 행위에 대해서는 대한신장학회에서 윤리 위원회가 주축이 되어 회원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불법 의료 행위 의료기관에 대한 차등 수가제를 도입하여 그 평가 권한을 대한신장학회에서 갖고 이를 통한 지속적인 교육과 계도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후배 신장내과 의사분들께는 의사는 어느 직업보다 좋은 일을 많이 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의사의 일을 숙명이라고 생각하고 인식하며 조금이라도 환자와 의료진들이 덜 고생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며 성실하게 또 가능하면 즐겁게 진료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환자분들에게 최대한의 도움을 드리며 하루하루를 지내다 보면 어느새 코로나도 지나가고 힘든 세월도 빠르게 지나가지 않을까 생각하고 그렇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마지막으로 숭고한 의료 행위를 시행하는 의사로서 살아가면서 쌓여가는 스트레스와 말로 설명하기 힘든 어려움을 풀어가는 지혜도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각자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를 가지시기를 권유하고 싶습니다. 자기 자신과 주위 사람들 특히 가족을 위해 자기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흥미가 있는지 잘 살펴보고 그것에 매진하려는 노력이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런 것이 사소해 보일지라도 의사들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매우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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