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창한 숲길과 아름다운 해안 비경이 이어지는 ‘섬길 걷기’ [24년 여름호]

편집부

news@ksnnews.or.kr | 2024-06-04 14:12:59

김진국 /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신장내과

바다와 산으로 여름휴가를 떠나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가져본다. 힘든 의료 상황으로 모두가 지친 몸과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가며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재충전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금오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운 해안 비경과 초록 숲 오솔길이 이어지는 섬 둘레길을 걷는 코스로 여수 금오도 비렁길, 울릉도 해안산책로와 독도 탐방, 인천 무의도 무의바다누리길로 함께 출발한다.

울창한 숲길과 해안절벽의 아름다운 풍광이 끝없이 펼쳐지는 금오도 비렁길

‘비렁’은 절벽을 의미하는 ‘벼랑’의 여수 사투리로, 비렁길은 금오도 해안가의 절벽을 따라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보면서 천천히 걸을 수 있게 조성된 섬길이다. 비렁길은 함구미에서 시작하는 1코스부터 이어져서 장지로 끝나는 마지막 5코스까지 5개의 코스로 총 길이 18.5km다. 이번에 도전한 길은 비렁길 3코스의 시작점인 직포에서 4코스의 종점인 심포까지 걷는 길로 아름다운 바다와 울창한 숲길을 모두 경험해 불 수 있는 코스다.

금오도 비렁길

돌산도 신기항에서 첫배를 타고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서 섬과 바다를 바라보니 가슴이 확 트이는 느낌이다. 어디선가 날아온 갈매기들이 사람들이 던져주는 맛있는 과자를 기다리는 듯 우리 주변을 계속 맴돈다.

여천항에서 택시를 타고 아름다운 해안도로와 마을길을 따라 이동하면서 주변에 대한 기사님의 설명을 들으니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국내 최대의 자생 동백섬으로 풍광이 아름다워서 언제 와도 좋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기사님의 얘기가 지금도 귀에 생생하다. 

직포항에서 오솔길을 따라 오르니 바다 내음이 어우러진 건강한 공기가 우리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나무 사이로 힐끔힐끔 보이는 푸른 바다를 곁으로 오솔길을 따라 걷다 보니 갈바람통전망대가 우리를 기다린다.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을 배경으로 망망대해에 떠 있는 섬들이 멋진 자태를 뽐낸다.

금오도 전경

다시 숲길을 따라 매봉 전망대에 도착해서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천천히 감상하고 계단을 따라서 아래쪽 전망대로 옮긴다. 마치 신선이 되어 하늘에 떠 있는 천국의 계단을 조심스럽게 밟아가는 느낌이다. 마지막 볼거리인 비렁다리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절벽을 연결해 주는 다리로 이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짜릿하다. 

비렁길 안내 표지판

숲길을 벗어나 3코스의 종점이자 4코스의 시작점인 학동마을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비렁길 여행을 이어간다. 울창한 나무들이 만든 숲 터널을 따라 걷다 보니 길가에 붉은 보랏빛 엉겅퀴들이 반갑다며 손짓한다. 사다리통전망대에서 멋진 바다 풍경을 감상하고 다시 섬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오솔길 중간에 바위가 솟아올라 눈길을 끄는데 마치 입을 크게 벌리고 웃고 있는 물고기의 얼굴 형상이다. 이번 코스의 마지막 뷰포인트인 온금동전망대에서 물 한 모금의 여유와 함께 황홀한 해안 절경을 천천히 둘러본다. 

금오도 비렁길 대나무 숲

산길 가장자리로 쭉쭉 뻗은 대나무들이 햇살을 받아 연초록으로 주변을 물들게 한 비렁길의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 초록의 상큼함에 감탄을 연발하며 걸으면서 숲길을 벗어나 바다가 보이고 작은 어촌 마을로 들어서니 종점인 심포항이다.

비렁길 3코스와 4코스의 걷기를 마치고 택시를 불러 여천항으로 향한다. 입담이 대단하신 또 다른 기사님의 비렁길과 금오도에 대한 자랑이 섞인 이야기 속에 금방 항구에 도착한다. 이곳의 신선한 재료로 만든 맛있는 물회를 먹으며 오늘의 비렁길 걷기를 행복하게 마무리한다.

멋진 해안 비경과 고귀한 자연환경을 보유한 울릉도 해안산책로와 독도 탐방

울릉도는 동해 유일의 도서군으로 옛날에는 무릉, 우릉 또는 우산국이라 불렀다. 도둑, 공해, 뱀이 없는 3무(無)와 향나무, 바람, 미인, 물, 돌이 많은 5다(多)의 섬이다.

울릉도

아름다운 숲길로 이어지는 둘레길인 해담길이나 멋진 해안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해안 산책로는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청정지역인 울릉도의 산과 바다에서 나는 다양한 특산품으로 만든 먹거리들도 필수 코스다. 

새벽 3시부터 짐을 싸서 바쁘게 출발해서 후포항에 가까워지니 예상치 못했던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무사히 승선 후 꿈나라로 빠져들었다가 꿀잠에서 깨어보니 비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푸른 하늘과 바다가 우리를 반겨준다. 사동항에 도착해서 울릉도의 대명사인 오징어로 만든 물회로 점심을 먹고 독도행 배를 기다린다.

동해에 우뚝 솟은 섬, 독도는 천연기념물 제336호로 다양한 해양생물이 살고 있는 아름답고 고귀한 섬이다. ‘독도는 우리땅’의 노래 가사에서 나오듯이 신라가 우산국으로 지배한 이래로 우리 고유의 영토다.

독도

창문 너머로 지루하게 푸른 바다만이 바라보이는데 선장님의 안내 방송이 나온다. 앞으로 30분 후면 도착하지만, 무사히 내려서 독도의 땅을 밟아볼 수 있을지는 하늘의 뜻이란다. 무사히 내릴 수 있기를 손꼽아 기다리다 보니 어느덧 눈앞에 독도의 자랑스럽고 웅장한 모습이 다가온다.

하늘이 도와서 무사히 접안에 성공하자 배 안의 모든 사람이 큰 함성과 함께 박수를 친다. 배에서 나와 독도의 땅을 밟는 순간 묘한 느낌과 함께 기쁨과 행복이 가득하다. 서도 옆에 나란히 서 있는 촛대바위와 삼형제굴바위를 보고 동도 내에 일반인에게 개방된 길을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독도의 모습을 되새겨본다.

울릉도 해안 산책로

다음 날 아침 이곳의 별미인 따개비밥을 먹고 행남 해안산책로의 출발점인 도동항 여객선터미널로 향한다. 해안산책로의 시작점부터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기암괴석과 에메랄드빛 바다색이 어우러져 모두 감탄의 연속이다. 절벽으로 이어지는 바위와 바위 사이로 오랜 파도의 위력으로 만들어진 해식동굴이 눈길을 끈다.

안내 표지판

산책로 다리 밑으로 여유롭게 노니는 물고기들을 보니 당장이라도 스킨스쿠버를 해서 바다 속을 들여다보고 싶다. 바위와 바위를 이어주는 현수교 앞에서 사진을 찍고, 다리를 건너니 해안산책로의 종점에 다다른다. 도동등대로 향하는 마을길을 따라 오르니 초록 숲길이 우리를 반겨준다.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늘어서 있는 오솔길의 끝으로 등대 표지판이 보인다. 등대 뒤편 전망대로 가니, 수채화처럼 그려진 저동 촛대바위와 항구의 풍경이 멋지게 펼쳐진다.

울릉도 행남옛길

도동항까지 가는 행남옛길은 처음에는 약간의 언덕이려니 생각했는데, 가도 가도 끝없는 오르막의 연속이다. 용암이 분출해서 만들어진 가파른 산악지형 때문인지 내려가는 길도 만만치 않다. 마을 어귀에 도착해서 행남옛길 기념문에서 사진을 남기며 2시간여의 걷기 일정을 마무리한다. 

커피 한 잔의 여유 속 멋진 바다 풍광과 섬마을 추억을 쌓는 무의바다누리길

무의도(舞衣島)의 유래는 옛날에 선녀가 내려와서 춤을 추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큰 섬은 대무의도로, 작은 섬은 소무의도로 불린다. 인천 영종도에서 대무의도로 연결되는 다리가 완성되어 바로 차로 갈 수 있는 육지가 되면서 트레킹 명소로 더욱 사랑받고 있다. 소무의도를 한 바퀴 둘러보는 무의바다누리길은 1구간 ‘소무리인도교길’을 시작으로 8구간 ‘키작은소나무길’까지 2.5km로 구성되어 있다. 

무의바다누리길

영종도에서 무의도로 넘어가는 다리를 건너는 동안 주변 풍광은 하얀 안개로 가득하여 마치 구름 위에 떠 있는 느낌이다. 섬으로 들어서서 마을 도로를 따라가니 어느덧 주차장이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서 소무의도 인도교에 들어서니 조금씩 안개가 걷히며 아치형 다리의 아름다운 풍광이 모습을 드러낸다.

창고 벽면에 쓰여있는 별이 빛나는 소무의도 글귀

다리를 건너면서 보이는 섬들의 풍경도 자욱한 안개와 어우러져 멋진 작품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다리를 건너 마을 입구 창고 벽면에 그려진 주인공이 오는 손님들을 반겨 맞아준다. “별이 빛나는 소무의도”라는 글귀를 보니 갑자기 오늘 밤 이곳에서 묵고 싶어진다. 작은 섬 소무의도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별 헤이는 밤을 상상하니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그려진다.

마을 끝에 서 있는 빨간 느린 우체통을 만나보고 계단에 오르니 본격적인 숲길의 시작이다. 예쁜 초록 옷으로 새 단장을 한 떼무리길은 지나는 사람들을 혈기 왕성하게 만든다. 이름도 재미있는 부처깨미길로 이어져 이곳의 명소인 전망대로 향한다. 부처깨미는 주민들의 만선과 안전을 기원하기 위해 당제를 지내던 곳이란다.

무의바다누리길 전망대 전경

전망대에 서니 바다 위의 배를 주인공으로 하고 섬과 물안개를 조연으로 해서 만들어낸 화면이 영화 속 명장면으로 그려진다. 둥근 자갈돌인 몽돌로 만들어진 몽여해수욕장은 아담하면서도 운치가 있다. 커피숍 2층 옥상에 올라가니 휴식하기 좋은 의자들이 일렬로 늘어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시원한 냉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담소를 나누니 시간이 훌쩍 지난다.

해당화

해수욕장 마을 길가에 핀 강렬한 붉은빛의 해당화가 지나는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나도 모르게 “해당화가 곱게 핀 바닷가에서”를 흥얼거리며 제일 예쁜 꽃을 골라 사진에 남긴다. 본격적인 등산코스의 시작으로 한 고개를 넘으니, 명사의 해변에서 귀여운 석상이 우리를 기다린다. 썰물로 빠져나간 해안가와 바위를 한 바퀴 둘러보고 정상으로 향한다. 안산 정상으로 한 계단씩 오르면서 나무 사이로 보이는 해녀 섬의 모습이 신비롭고 아름답다.

해녀들이 물질을 하다가 잠시 쉬어가는 쉼터의 역할은 끝났지만, 지나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휴식을 주는 곳으로 손색이 없다. 작은소나무길을 따라 조심조심 내려오니 저 멀리 다리와 함께 무의도의 풍광이 가까워진다. 커피 한 잔의 여유와 함께한 2시간의 걷기를 마치고 칼국수와 맛있는 전으로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작은 소나무길

여행 TIP. 금오도 내에서 이동은 마을에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1박 2일로 1코스에서 5코스까지 전체 코스를 도전해 보는 것도 좋다. 독도행 선박은 예약이 필수이며 선박 탑승권으로 독도 관리사무소 홈페이지에서 독도명예주민증을 신청할 수 있다.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경우에는 울릉도 해안산책로만 걸어도 좋다. 무의도 썰물 시기에 맞춰 가면 푸른 바다와 함께 하는 해안트레킹 코스를 걸을 수 있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국사봉과 호룡곡산으로 이어지는 대무의도 등산 코스도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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