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장학회 인공신장실 감염관리지침 발간 [24년 겨울호]

편집부

| 2024-12-03 10:21:40

이영기 / 강남성심병원 신장내과, 대한신장학회 재난대응이사

투석은 말기콩팥병 환자의 생명을 유지하는 필수적인 치료이다. 투석 과정에서 기본적인 감염예방과 관리수칙의 준수는 투석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중요하다. 

말기신부전 환자에게 감염질환은 두 번째로 흔한 사망 원인으로 일반인보다 발생 빈도와 중증도가 높다. 요독증으로 인해 면역기능이 저하되고, 발열을 유발하는 병리기전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중증 감염이 발생해도 발열 등의 임상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진단이 늦어지고 중증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혈액투석 과정에서 바늘천자, 투석막, 수혈, 카테터 사용은 감염 질환에 노출될 위험을 증가시킨다. 혈행감염의 위험성 또한 높기 때문에 인공신장실 내에서 감염예방과 전파 위험 차단은 매우 중요하다. 혈액투석 치료는 보통 가정이 아닌 의료기관에서 집단으로 이루어지며, 침상 간격이 대부분 1 m 이내이다. 환자와 의료진이 같은 공간에 모여 있기 때문에 코로나19를 비롯한 각종 호흡바이러스 및 항생제내성 감염 등에 취약할 수 있다. 따라서 인공신장실 내에서 감염 위험을 낮추기 위한 체계적인 예방 및 관리 활동은 필수적이다. 

COVID-19 팬데믹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투석 환자들은 COVID-19에 감염될 경우 다른 환자들과 별도로 격리투석을 시행해야 한다. 적절한 투석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환자 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 또한 COVID-19 유행 초기 우리나라 코로나19 확진자의 전체 사망률이 0.3%였던 반면, 혈액투석 환자들의 COVID-19 감염 시 사망률은 22.4%로 월등히 높았다. 투석 환자들이 코로나19와 같은 신종감염병에 확진될 경우 신속히 격리투석을 받을 수 있도록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인공신장실 감염관리를 통해 안전한 투석치료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대한신장학회에서는 2015년 메르스 유행 이후 투석 환자들의 감염 위험을 낮추고 체계적인 감염예방과 관리를 위해 2017년 “인공신장실 감염관리지침”을 발간한 바 있다. 이 지침은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제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고, 투석 과정의 세밀한 부분까지 언급하고 있어 각 인공신장실에서 활용도가 매우 높았다. 그러나 각 지침 내용의 근거 수준이 높지 않았고, 대부분의 연구가 해외에서 이루어졌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COVID-19 팬데믹으로 의료 환경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으며, 대한신장학회에서는 이를 반영한 “2024 인공신장실 감염관리지침”을 새로 개발하였다. 이번 지침 개발은 대한신장학회 진료지침위원회와 재난대응위원회가 주도했고, 감염내과 전문의가 자문 역할로 참여하였다. 지침 개발을 위한 회의는 1~2달마다 열렸으며, 핵심 질문을 중심으로 2023년 12월까지 출간된 국내외 문헌들을 검토하여 지침의 초안을 작성하였다. 내부 검토를 통해 내용을 수정한 후 대한내과학회, 대한투석협회, 대한복막투석연구회, 병원투석간호사회 등의 외부 검토를 진행하였으며, 최종적으로 2024년 7월에 지침을 발간하였다. 대한신장학회 인공신장실 감염관리지침의 목차는 표 1과 같으며, 지침의 주요 사항은 표 2와 같다.

표 1. 대한신장학회 인공신장실 감염관리지침 목차

제1장 인공신장실 감염예방과 관리의 기본 


제2장 전파경로 및 특수 상황에 따른 관리 


제3장 혈액매개 감염관리 


제4장 혈액투석 과정관리 


제5장 투석용수 및 투석 장비 관리 


제6장 환경관리 


제7장 예방접종 


제8장 복막투석 관리 


제9장 해충 관리 


표 2. 인공신장실 감염관리지침의 주요 사항

 감염원의 전파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인공신장실 내에서 표준주의는 항상 적용되어야 한다. 의료진은 혈액투석 과정 중 손위생이 필요한 상황에서 적절한 방법으로 손위생을 시행해야 한다.  손위생이 필요한 시점은 1) 환자 접촉 전, 2) 청결/무균 처치 전(투석 준비, 투약, 피부 통합성이 손상된 부위에 대한 관리, 침습적인 시술), 3) 체액/분비물에 노출될 위험이 있는 행위를 하고 난 후, 4) 환자 접촉 후, 5) 환자 주변/물품 접촉 후 등이다.

의료진과 직원은 혈액, 체액 및 기타 감염성 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을 때마다 장갑, 보호가운, 앞치마, 마스크, 보안경 및 안면 가리개를 포함한 개인보호구를 착용하도록 한다.

감염원의 전파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인공신장실 내에서 표준주의는 항상 적용되어야 한다.

접촉주의가 필요한 경우 가능하면 1인실 격리투석을 시행하며 1인실이 없는 경우 코호트 격리를 하거나 또는 맨 마지막 순서로 투석을 시행한다.

비말주의가 필요한 경우 가능하면 1인실 격리투석을 시행하며 1인실이 없는 경우 코호트 격리를 하거나 또는 비감염 환자와 다른 시간대에 투석을 시행한다.

공기주의가 필요한 환자는 음압격리실에 배치하며, 음압격리실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 다른 공간과 공기의 흐름이 연결되지 않는 방에 배치한다.

B형간염 환자는 별도의 투석기를 사용하여 투석을 실시해야 하며, C형감염과 HIV 감염 환자를 위한 전용 혈액투석기의 사용은 권장되지 않는다.

투석 환자 사이에 공용물품을 사용하지 않고, 가능한 각 환자 전용 장비 또는 일회용품을 사용하며, 일회용품은 사용 후 폐기한다.

투석용수에 대해 정기적으로 미생물학적, 화학적 검사가 이루어져야 하며, 투석용수의 미생물학 검사는 적어도 1개월마다, 내독소 검사는 3개월, 화학적 검사는 연 1회 시행하는 것을 권장한다. 투석용수와 투석액은 국제 기준에 부합하여야 하며, 허용치를 초과한 경우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다.

각 투석치료가 끝날 때마다 기계 외부 표면을 소독하여 환자 간 교차감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투석환자는 B형간염, 폐렴구균, 인플루엔자, COVID-19 예방접종을 권고한다.


이번 지침에서는 기존에 수행해왔던 손위생과 환경관리 등에 있어 최근 변경되었거나 발표된 문헌들이 있는지 살펴보았고, 투석 환자와 의료진의 역할을 좀 더 명확히 다루고자 하였다. 혈행감염 예방을 위한 혈관통로와 도관 관리는 강조하여도 지나치지 않으므로 이에 대해서도 자세히 제시하였다. 또한 인공신장실에서 사용하고 있는 각종 의료장비나 기구 등은 감염원에 노출될 우려가 있으므로, 정해진 절차에 따른 환경 관리를 수행해야 한다. 환자와 의료진은 백신접종을 통해 각종 감염병에 대비해야 하며, B형간염, 폐렴구균, 인플루엔자, COVID-19 등에 대해 지침에 따라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한편 이번 지침에서는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내용도 포함되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복막투석’과 ‘해충’에 대한 관리이다. COVID-19 팬데믹은 전세계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투석 치료 분야에서도 복막투석과 같은 재택치료가 강조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요양시설 등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던 옴과 최근 국내에서 확산되고 있는 빈대 등 각종 위생해충에 대한 예방 및 대응책을 추가하였다. 인공신장실 내 위생해충에 대한 예방 및 관리수칙을 제시함으로써 인공신장실을 안전하고 청결한 치료환경으로 유지하는 데에 기여하고자 하였다. 

본 지침의 일차적인 목적은 예방 가능한 감염병을 억제하고 감염으로 인한 이환율과 사망률을 낮추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인공신장실의 감염관리와 예방을 통해, 우리나라 말기콩팥병 환자들이 안전한 치료를 받으며 궁극적으로 삶의 질까지 향상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대한신장학회 2024 인공신장실 감염관리지침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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