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강산과 한적한 풍광이 함께 하는 '겨울 풍경 여행' [22년 겨울호]

편집부

news@ksnnews.or.kr | 2022-12-05 11:42:41

김진국 /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신장내과

겨울이 되면 추위와 함께 세상이 모두 얼어버리고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은 주변 풍경을 바라보면서 쓸쓸함과 외로움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오솔길을 한적한 겨울 풍경을 즐기며 걸어보면 겨울 걷기만의 새로운 매력에 흠뻑 빠져들 수 있다. 아름다운 겨울 풍경을 음미하며 여유로움과 함께 걸을 수 있는 회룡포 강변길, 대부해솔길, 산막이옛길로 여행을 떠나본다.

겨울의 산막이 옛길

황금빛 모래밭과 강산의 아름다운 비경으로 이어지는 회룡포 강변길

비룡산

회룡포(回龍浦)의 지명은 청룡과 황룡이 이곳에서 만나 승천하였는데 서로 휘감으며 빙글빙글 돌아 올라가는 모습을 보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이 350° 휘돌아 가면서 만든 육지 속의 섬인 회룡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빼어난 풍경을 자랑하는 아름답고 소박한 강변 마을이다. 작가나 사진작가가 선정한 ‘가보고 싶은 곳’으로 모두가 찬사를 보내는 마을이기도 하다.

회룡대가 있는 비룡산은 용이 나는 모양으로 해발 189m의 산이지만 얕보고 오르면 큰코 다친다. 첫 번째 고개까지는 나무들과 함께 건강한 공기를 마시며 멀리 바라보이는 풍광도 즐기며 오른다. 잠시 숨을 고르고 천천히 오르는데도 숨이 턱까지 차오르니, 신라의 마지막 경순왕의 마의태자가 금강산으로 울며 걸었을 이 길의 슬픈 역사가 떠오른다. 마지막 고개라고 생각되는 계단을 넘어 오르니 장안사가 우리를 반겨준다. 북쪽의 금강산과 남쪽 부산 불광산의 장안사와 함께 3대 장안사 중에 하나로 용의 허리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200여 계단만 더 오르면 오늘의 목표인 회룡포 전망대다.

연인들이 서로의 사랑을 약속하는 '사랑의 자물쇠'

언덕 위에 다다르니 나란히 선 ‘사랑의 자물쇠’ 조형물이 눈에 들어온다. 연인들이 변치 않을 서로의 사랑을 약속하며 이곳에 자물쇠를 채우면 사랑이 영원토록 유지되어 행복한 가정을 꾸린다고 한다. 또 하나 사랑의 징표로 마을 건너편 산들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면 하트(♥) 모양의 산이 있다. 남성과 여성을 상징하는 산 사이에 있는 하트산의 정기를 받아 인연을 맺으면 백년해로하며 잘 살 수 있다고 전해져 내려온다. 연인들이 이곳에 와서 사랑의 자물쇠를 채우고 하트산의 정기를 받는다면 사랑과 행복은 보증수표다.

회룡표 강변길과 뿅뿅다리

능선길을 따라 걷다 보니 봉수대가 우뚝 서서 맵시를 자랑한다. 통신시설이 여의치 않던 옛날 빠르게 소식을 전해주던 일을 다하고 지금은 외로이 남아있는 모습이 쓸쓸하다. 작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다 보니 또 다른 전망대인 용포대가 우리를 반겨 맞아준다. 삼삼오오 모여 앉자 저마다 가져온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즐겁게 담소를 나눈다. 용포대에서 내려와 마을 둑방에 올라 황금빛 모래사장의 갈대와 어우러진 풍광에 감탄이 절로 난다. 

제2 뿅뿅다리 위에 색색 옷을 입고 건너는 사람들의 활짝 웃는 표정을 보니 행복의 나라로 건너가는 길임에 틀림없다. 구멍이 뚫린 공사용 철판으로 만들어져 강물이 불으면 이 다리를 건널 때 물이 퐁퐁 솟는다고 하여 퐁퐁다리로 불렸다가 뿅뿅다리로 바뀌었다고 한다. 지금은 콘크리트 다리로 바뀌어서 아쉽지만 기분을 느끼도록 구멍은 퐁퐁 나 있다. 내성천을 따라 마을을 반 바퀴 돌아보니 추억을 그대로 간직한 제1 뿅뿅다리가 멀리 보인다. 넘어질 듯 휘청거리는 구멍 뚫린 철판을 사뿐사뿐 밟으며 건너자니 개구쟁이 시절의 추억이 떠오른다. 예천의 명물인 용궁면 순대국밥을 먹는 것으로 오늘의 걷기 일정을 마무리한다.

바다 내음 가득한 소나무 오솔길과 붉은 노을이 어우러진 대부해솔길

대부해솔길과 소나무 오솔길

시화방조제와 탄도방조제가 들어서면서 이제는 육지가 되어버린 대부도의 섬 주변을 따라 걸으며 멋진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이다. 특히 낙조전망대에서는 서해안의 아름다운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명소다. 한국관광공사로부터 ‘2월 좋은 걷기 여행길’로 선정된 대부해솔길 중 구봉도를 한 바퀴 둘러보는 1코스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솔숲 속의 산길과 파도치는 해안길을 모두 경험해 볼 수 있는 환상적인 코스다. 

숲길의 시작점인 구봉공원 주차장에서부터 나지막한 언덕을 천천히 오른다. 나무 사이로 멀리 시화호 전경이 보이면서 가슴이 확 트인다. 길가에 가족 조각상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지나는 사람들을 반겨 맞아준다. 능선길을 지나 해안가에 있는 구봉 약수터로 내려가 거북이의 입에서 나오는 약수로 목을 축이고 낙조전망대로 향한다. 소나무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걸으니 꼬깔섬으로 넘어가는 개미허리 아치교의 모습이 눈앞에 다가온다. 만조 시에 물이 차면 마치 개미허리처럼 가늘게 보여 붙여진 재미난 이름이다. 바다로 향하는 나무데크의 끝이 바로 이곳의 명소인 낙조전망대다. 매서운 겨울 칼바람에도 사람들은 전망대의 상징적인 조형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에 바쁘다.

해안길에서 만난 코끼리 열차에는 부모님과 함께 온 아이들이 손을 흔들며 모두 행복한 표정이다. 멀리 선재교가 보이는 지점에 바다 위로 두 바위가 서로 마주 보며 사랑스럽게 서 있다. 사이좋은 할매할아비 바위로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켜왔던 선돌이다.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님의 모습과 어우러져 더욱 정겹게 보인다. 종현어촌체험마을에 다다르니 아이들이 갈매기들에게 과자를 주며 신기해한다. 마치 훈련된 새들처럼 잘도 받아먹어 아이들 옆에서 지켜보던 어른들의 눈도 휘둥그레진다.

북망산으로 향하는 길옆 바닷가에 외로운 소나무는 미인송이라는 이름처럼 예쁜 자태를 자랑하며 당당히 홀로 서 있다. 캠핑장을 지나 해솔길의 리본을 따라 한 걸음씩 오르니 구봉도가 조금씩 얼굴을 드러낸다. 숨을 고르고 조금 더 오르니 멀리 시화호와 송도의 전경이 멋지게 펼쳐진다. 몸이 날아갈 듯한 세찬 바람을 헤쳐가며 마침내 정상에 다다른다. 사방이 확 트인 정상의 풍광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영흥도에 전기를 공급해 주는 송전탑들과 섬들이 어우러진 낙조의 장면이 정말 절경이다. 점차로 붉게 물들어가는 노을의 아름다움을 시시각각 사진에 담다 보니 추위는 어느새 사라진다.

어느덧 주변이 어두워져 가는 것을 감지하고 더 늦기 전에 하산 길을 재촉한다. 마을길을 따라 걷다 보니 포도 농장의 포도나무들이 쓸쓸히 가지만 남아서 늘어서 있다. 갑자기 대부포도의 새콤달콤한 포도향을 상상하며 나도 모르게 입안 가득 침이 고인다. 최종 목적지인 대부 관광안내소에 무사히 도착하여 4시간여의 겨울 걷기를 마감한다. 

아름다운 호수 풍경과 재미있는 이야기 명소가 숨어 있는 산막이옛길

산막이 옛길 출렁다리

충북 괴산에 있는 산골 오지 마을인 산막이 마을까지 이어지는 총 길이 10리의 옛길을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공법으로 복원하여 자연미를 그대로 간직한 고향마을 산모롱이 길이다. 1957년에 우리의 기술로 국내 최초 준공한 괴산댐은 이 지역의 상징이자 자랑이다. 댐 주변의 자연 생태계를 고스란히 간직하며 만들어진 아기자기한 길을 따라 펼쳐지는 숲속의 나무들과 호수의 풍경과 함께 옛이야기가 숨겨진 26개의 명소를 만나다 보면 이곳을 찾아온 사람들은 누구나 반하게 된다.

옛길의 시작은 사랑의 징표인 연리지이다. 뿌리가 서로 다른 나무가 서로 합쳐져서 만들어진 연리지 앞에서 지극 정성으로 기도를 하면 두 사람의 사랑이 이루어진단다. 이곳의 명물인 소나무 출렁다리, 소나무 숲에 나무 사이사이로 길게 출렁다리를 만들어 짜릿하게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특히 징검다리처럼 나무판이 서로 떨어져 있어 더욱 흥미 만점이다.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남녀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정사목, 두 소나무가 만들어낸 작품을 보고 위대한 자연의 신비에 감탄한다. 여우비 바위굴 앞에서 어린 형제의 모습이 제법 진지하다. 형이 동생에게 여름철 갑자기 내리는 소낙비인 여우비의 의미를 열심히 설명하니 동생은 그제야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잠시 호수를 감상하며 걷다 보니 스핑크스 바위와 옷 벗은 미녀 참나무가 반긴다. 미녀 참나무의 엉덩이는 지나는 사람들의 사랑스러운 손길로 반들반들하다. 앉은뱅이를 걷게 했다는 약수가 졸졸 흘러나오는 앉은뱅이 약수터를 지나서 여름에도 시원한 바람이 분다는 얼음 바람골이다. 

한자어 뫼 산(山) 자를 연상시키는 괴산바위를 지나니 호수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는 고공전망대다. 깎아지른 듯한 40m 절벽 위에 세워진 망루로 바닥이 유리면이라 지상낙원 속 공중에 떠 있는 느낌이다. 하얀 호수와 어우러진 멋진 풍경을 사진에 남기고 우리 부부의 추억도 사진으로 담는다. 옛길 중에 가장 높은 40계단을 오르는 마흔 고개를 넘으며 낙엽이 수북이 쌓인 바위 절경을 감상한다. 진달래동산에는 아직은 꽃망울을 터뜨리지 못한 진달래들이 간절히 봄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가재들이 살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가재 연못에는 소원을 빌며 던져진 동전들이 가득하다. 얼어붙은 물레방아 옆에서는 떡메 치는 소리가 요란하다. 시장한 터에 이곳에서 방금 만들어져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인절미로 요기를 한다.

산막이 나루터를 지나 호수 위에 연꽃바위와 거북바위를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을 나눈다. 소달구지 길을 따라 여정의 종점인 노수신 적소(귀양살이 집)인 수월정으로 간다. 옛날 선비 한 분이 한적한 이곳에서 풍월을 음미하는 모습이 상상 속으로 떠오른다. 빠른 속도로 온 길을 되짚으며 돌아가니 시간이 반 밖에 안 걸린다. 괴산의 맛거리 중에 하나인 올갱이 해장국으로 속을 든든히 채우고 오늘의 걷기를 마무리한다. 

여행 TIP. 회룡포 강변길은 시간 여유가 있으면 예천의 관광 8경 중에 하나인 금당실 전통마을에서 하루를 묵어가는 것도 좋다. 대부해솔길에서 어르신이나 어린이를 동반한 경우에는 코끼리열차로 낙조전망대까지 이동해서 아름다운 석양을 감상할 수 있다. 산막이옛길은 겨울철 빙하기가 아니면 산막이 선착장에서 괴산호 유람선을 타고 풍경을 감상하며 돌아오는 것도 추천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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