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 단풍의 아름다움과 함께 즐기는 가을 단풍명소 나들이 [23년 가을호]
편집부
news@ksnnews.or.kr | 2023-09-01 17:54:00
가을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오색 단풍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길은 금수강산인 우리나라에는 셀 수 없이 많다. 오래전부터 단풍 성수기가 되면 전국적으로 유명한 단풍명소에는 몰려든 인파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잘 알려진 단풍명소 중에 북한산 우이령길, 남이섬 단풍길,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을 걸으면서 가을 분위기를 함께 만끽해본다.
아름다운 단풍 숲길을 따라 시대의 아픔이 스며있는 북한산 우이령길
서울이라는 번잡한 도심의 북쪽에 자리 잡은 북한산은 거대한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암봉 사이로 맑은 계곡이 만들어져 산과 물의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 명산이다. 북한산 둘레길은 사람과 자연이 하나가 되어 걸을 수 있도록 만든 산책로로 1코스 소나무길부터 마지막 우이령길까지 전체 71.5km, 21개 코스로 구성되었다.
우이령은 소의 귀를 닮았다는 북한산 우이암을 지나는 고개라서 붙여진 이름으로 우이령길은 도봉산과 북한산이 맞닿은 곳에 위치한 총 6.8km의 길이다. 1968년 무장공비의 청와대 침투사건으로 인하여 40여 년간 일반인의 출입이 전면 금지되어 자연생태가 잘 보존되어 있다. 2009년부터 개방하여 하루 1,000명만 예약을 통해 걸을 수 있어 여유롭게 자연을 음미하며 걸을 수 있다.
단풍이 아름다운 숲길로 가까운 서울에 있지만, 예약을 한 소수정예만이 걸을 수 있다는 말에 마음이 끌린다. 북한산 단풍이 가장 예쁘리라 했던 11월 초로 서둘러 예약을 마치고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집을 나서니 걷기 딱 좋은 선선한 가을바람이 얼굴을 간질인다. 버스와 지하철을 번갈아 타고 내리니 북한산 둘레길을 알려주는 푯말이 전봇대 위에서 반갑게 맞아준다.
탐방지원센터에서 신원 확인 후 30여 분을 걸어 오르자 단풍나무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예쁜 산책길이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다. 새빨간 단풍나무와 황토빛의 떡갈나무, 고고히 푸른빛을 유지하는 소나무들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든다. 멋진 풍경화 같은 장면을 놓칠 수 없어 잠시 쉬면서 열심히 사진기에 담는다.
다시 걷기를 시작하고 얼마 후 말로만 듣던 우이령 고개가 나타났다. 6.25 전쟁의 부산물로 남아있는 대전차장애물이 욱뚝 서 있는 곳이 말로만 듣던 우이령 고개다. ‘시대의 아픔을 같이 한 우이령길’이라는 설명이 마음속 깊이 와닿는다. 고개를 넘어서자 멀리 5개의 봉우리가 오색찬란한 단풍을 배경으로 우뚝 서 있었다.
조금 아래에 있는 오봉전망대에서 오봉의 유래를 읽고 다시 바라보니 웅장한 규모와는 달리 정겨움이 느껴졌다. 오봉을 뒤로하고 중간중간 숲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적힌 안내판들을 읽으면서 걷다 보니 어느새 숲이 내게 말을 걸어오는 기분이다.
여러 나무가 섞여 있던 숲이 어느덧 푸른 숲으로 색을 달리하는가 했더니 솔향 가득한 길로 접어들었다. 길가 안내도에는 ‘숲이 주는 혜택, 천연의 공기 청정기’라고 쓰여있다. 과연 이것이 복잡한 서울 도심의 공기인가 싶을 정도로 맑고 건강하다. 나도 모르게 머리가 맑아지고 가슴이 확 트이는 느낌으로, 잠시 멈춰서 심호흡을 하며 좋은 공기를 몸 안 가득 담는다.
여유롭게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여러 풍경을 사진 속에 담으며 걷다 보니 종점인 교현탐방지원센터다. 점심을 갓 넘긴 시간, 기분 좋은 허기를 느끼며 2시간 반의 숲길 여행을 마무리한다.
곱게 물든 단풍과 멋진 강변 풍경을 만끽하며 걷는 남이섬 단풍길
나미나라공화국은 생명의 섬이자 문화의 섬인 남이섬을 찾는 관광객들이 상상의 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 들도록 하려고 국가 개념을 도입하여 붙여진 독특한 이름이다. 남이섬의 유래는 남이섬 북쪽 언덕 돌무더기에 남이장군이 묻혀있다는 오랜 민간전승에 기인하여 자연스럽게 정착된 것이다.
인기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로 아시아권역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문화관광지로 탈바꿈하였고 지금도 사계절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단풍이 아름다웠던 남이섬에서의 옛 추억을 떠올리며 정말 오랜만에 남이섬으로 향한다. 이른 시간이라 막힘 없이 고속도로를 지나 국도로 들어서니 가로수의 은행나무들이 노랗게 물들어 가을의 정취를 풍긴다. 조조할인을 해준 표로 남이섬으로 건너가는 배 안에는 외국인을 비롯해 다양한 사람으로 대만원이다.
예전보다는 화려해진 입구의 조형물들을 보니 나미나라공화국이라는 이름처럼 또 다른 동화 속 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다. 남이섬 가을 단풍을 대표하는 은행나무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니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들과 주변의 조형물들이 조화를 이뤄 멋진 풍광으로 나타난다. 출사를 온 작가들은 서로의 의견을 나누며 작품 사진 완성을 위한 셔터를 누르기 바쁘다.
옆길로 방향을 틀어서 한적한 단풍나무길로 들어서니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인 단풍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삼각대를 꺼내서 구도를 잡아 부부 기념사진을 여러 컷 찍고 섬 끝에 있는 전망대 방향으로 전진한다. 강가 숙소 주변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토끼들과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는 공작새들이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먹고 있던 과자를 나누며 이들과 뛰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말 행복하고 정겹다.
오솔길을 따라 섬 끝 전망대에 도착해서 보니 짙은 새벽안개로 풍경이 가려져 있지만 가끔 안개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받아 나타나는 풍광이 아름답다.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나무데크를 걸어가니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가 안개와 어우러져 만든 한 폭의 산수화 풍경이 우리를 기다린다.
출발점으로 돌아와서 강변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니 강물 위로 하얗게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곱게 물든 강변 풍경이 어우러져 더욱 멋진 작품으로 다가와 감탄을 연발한다. 강변을 따라 만들어진 또 다른 은행나무길에는 노란 은행잎이 깔린 단풍길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느라 모두 열중이다. 그중에서도 중국에서 온 젊은이들의 활기찬 목소리가 두드러진다.
다시 전망대를 거쳐 중간길을 따라가니 아름답게 물든 메타세콰이어 나무들이 반겨 맞아주고 인공으로 만든 멋진 하늘폭포가 오는 손님들을 기다리며 우렁차게 폭포수를 하늘에서 날린다. 주변을 보니 이른 아침과는 다르게 사람들이 많아져 섬 길이 가득 차고 더욱 활기찬 느낌이다. 배를 타고 나와서 이곳의 명물인 숯불닭갈비를 먹으며 오늘의 남이섬 나들이를 행복하게 마무리한다.
새벽 물안개와 멋진 은행나무 단풍이 어우러진 문광저수지 둘레길
자연 호수 같은 문광저수지는 농업용수 저장 목적으로 1978년에 만들어진 인공저수지로 다음 해인 1979년에 마을의 한 주민이 은행나무 300그루를 기증해서 저수지 둘레에 가로수로 심어져 완성된 곳이다. 은행나무길과 함께 저수지 둘레로 산책길이 만들어져 많은 사람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고, 특히 가을에는 호수의 아름다운 은행나무 풍광으로 사진작가들의 출사지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일교차가 심한 가을 날씨 덕분에 단풍이 더욱 예쁘게 물들어가고 있는 시기에 맞춰 단풍이 아름다운 문광저수지로 출발한다. 새벽 물안개와 황홀한 일출 풍경까지 담을 목표로 일찌감치 새벽에 출발해서 막힘 없이 고속도로를 달린다. 2시간여를 운전해서 성공적으로 해 뜨기 전에 도착해서 보니 벌써 출사를 나온 사진작가들이 수없이 많다. 호수 수면 위로 모락모락 올라오는 새벽 물안개와 수면에 비친 나무의 풍광이 해님의 붉은 노을과 조화를 이뤄 한 폭의 멋진 수채화를 만든다.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여러 장의 작품을 사진기에 담고 은행나무 입구로 가서 천천히 걷기를 시작한다. 길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은행나무들은 가을을 상징하는 노란 가을옷으로 예쁘게 단장하고 오는 손님들을 반갑게 맞아준다. 저수지 주변으로는 아직도 많은 사진작가가 열심히 셔터를 눌러대며 흡족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은행나무길이 끝나고 저수지를 따라 잘 정비된 나무데크길로 이어진다. 데크길에서 보이는 은행나무들과 저수지의 풍경이 또 다른 멋진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데크 반대편으로 살며시 떠오르는 해님의 햇살을 받으며 걸으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데크가 끝나고 오솔길을 따라가니 정자 쉼터가 나타나고 둑방길로 이어진다. 둑방길에도 여지없이 또 다른 출사팀이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서 준비가 한창이다. 반대편으로 멀리 보이는 은행나무길과 울긋불긋 물든 산들의 모습이 수면 위에 비쳐 또 다른 명장면을 제공해 준다.
바람을 타고 수면 위로 피어나는 물안개의 황홀한 모습은 이번 코스의 절정이다. 저수지 반대편 논 위에는 누렇게 잘 익은 벼를 바탕색으로 재미있는 그림이 유색벼로 멋지게 그려져 있다. 마치 대규모 응원단이 카드섹션을 해서 멋진 그림을 만들어 보여주는 듯하다.
둑방길이 끝나고 오솔길로 들어서 나무와 나무 사이로 보이는 아름다운 호수 풍경을 훔쳐보며 걷다 보니 어느덧 출발점이다. 입구에 있는 데크에서 바라본, 은행나무들이 수면 위에 비친 저수지의 풍광은 햇살의 조명을 받아서 그런지 처음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고 더욱 멋지다. 강아지나 아이들과 함께 산책 나온 가족들이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대기 중이다.
잠시 풍경을 감상하고 길게 늘어선 은행나무들의 호위를 받으며 주차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순대집에서 맛있는 아침과 함께 50여 분의 짧지만, 행복한 단풍길 나들이를 마무리한다.
여행 TIP. 우이령길은 인터넷 예약(https://reservation.knps.or.kr)이 필수이고, 최근 개통한 우이신설선 북한산우이역에서 접근하기 쉽다. 나미나라공화국(https://www.namisum.com)을 방문하면 남이섬에서 개최되는 다양한 공연, 전시, 행사와 체험 프로그램을 확인할 수 있다. 문광저수지에는 단풍 절정기에 인파가 몰리므로 가능하면 일출 시각에 맞춰 일찍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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