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랑내과의원 개원 [22년 봄호]
편집부
news@ksnnews.or.kr | 2022-03-02 11:51:30
박성현 / 봄내랑내과의원 원장
오롯이 환자에게 집중하여, 환자를 열심히 진료하는 것이 병원을 성장시킨다는 나만의 경영철학을 지키며 춘천시민들의 건강을 지키고 인정받는 신장내과가 되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021년 3월 8일 봄내랑내과의원 부설 인공신장실(춘천시 후석로 318, 3층 4층)을 개원한 박성현입니다. 저는 강원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강원대학교병원에서 인턴, 내과 레지던트 수련을 받았습니다. 이후 서울성모병원에서 신장내과 임상강사 수련 후 원주에 있는 병원에서 1년 4개월 동안 봉직의 생활을 마치고, 2021년 3월 8일 드디어 저의 고향인 춘천에서 ‘봄내랑내과의원’ 이라는 이름으로 개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할 때부터 신장내과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여, 학생 때부터 일찍 진로를 정하였습니다. 저는 인공신장실을 운영하는 병원에서 봉직의 경험을 하면서 ‘나의 고향인 춘천에서 나의 병원을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COVID-19로 어려운 시기임에도 안정보다는 도전의 길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저의 마음을 담아 ‘봄내랑’ 이라는 이름은 ‘춘천(봄내)과 함께하는’ 그리고 ‘춘천(봄내)을 사랑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슬기롭고 싶은 의사생활
춘천은 인구가 28만 명 정도의 소도시이기에 혈액투석실이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작은 도시에 대학병원이 2곳이나 있고 대학병원에서 투석을 받는 환자들이 많기 때문에 신규 환자가 저희병원에 내원 할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 개원을 준비하였습니다. 이와 함께 이미 15년 이상 자리를 잡은 투석실이 3군데나 있었기에 개업 초기의 어려움이 예상되었습니다. 그러나 춘천은 저에게 고향 그 이상의 지역이라 춘천이 아닌 곳에서 개원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았고, 춘천에서의 개원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대학병원에서 근무할 때에는 개원가의 현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였습니다. 그나마 로컬병원에서 봉직의 생활을 1년 4개월 하는 동안 조금이나마 개원가의 상황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개원을 결정하기로 하고서는 퇴사 3개월 전에 로컬 병원에 사직의사를 밝혔고 퇴근 후와 주말에 개원하기 적합한 건물을 찾아다녔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춘천에 있는 기존의 신장실과 떨어진 곳에 위치를 정하는 것이었기에 마음에 드는 건물이 있어도 기존 신장실과 가까운 곳에는 절대 오픈하지 말자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개원할 곳을 알아보는 것을 가장 먼저 시작했지만, 부동산이나 인테리어 등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개원할 건물을 계약하고 이후 개원 준비 과정에서 컨설팅 회사의 도움 없이 스스로 모든 것을 준비했습니다. 진료에 필요한 의료기기를 포함하여 사무용품, 침구류, 전기장판 등등 병원의 크고 작은 집기류 하나하나 제 손이 거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함께 환자를 맞이할 신장실과 외래 선생님도 직접 공고를 내고 한분 한분 면접을 봤습니다.
말 그대로 슬기롭게 의사 생활을 하고 싶어 개원이라는 큰 도전을 하였는데, 슬기롭게 하기란 참 쉽지 않았습니다. 다만 지금 1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뒤를 돌아보니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혼자 고군분투 했던 모든 시간들이 값지고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슬기로운 봄내랑내과
그렇게 저는 우여곡절 끝에 개원했고 투석환자 4명과 외래환자 4명으로 첫날을 시작하였습니다. 초반에는 자신감이 넘쳐서 남들과 같이 홍보를 하지 않고 고향의 지인들의 입소문에만 의존하고, 투석도 새벽, 야간, 일요일에는 하지 않았습니다. 외래도 주3회는 오전 진료만 하며, 환자들이 자연스럽게 저희 병원을 들러주기를 기다리고 있었으나, 외래 환자의 증가세가 주춤하여 지금은 오전, 오후 모두 외래를 보고 있습니다. 개원 초기 생각만큼 외래 환자가 늘지 않아 당황스럽기도 하고, 제 준비가 부족했던 것 같아 후회가 들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투석 환자가 조금씩 늘어가고, 환자 한분마다 최선을 다해 진료하면서 환자와의 관계가 깊어지면서 병원에도 활기가 돌고 있습니다. 제가 지친 모습을 보이면 직원, 환자들이 불안하게 느낄 수 있기에 밝은 모습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신장내과 분과전문의를 취득하고 개원하였지만 일차의료에서 신장분과만을 진료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신장질환이 있는 분들이 일반 환자보다 매우 적으므로 다양한 일차진료 위주의 외래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의 만성질환자를 진료하는데 있어서는 신장내과가 매우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원 초기에 외래 내시경, 건강검진을 추가하고, 다양한 환자 유인행위를 추가하라는 조언도 많이 들었지만, 저는 그보다는 진정성 있게 환자를 대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환자를 열심히 봐서 환자 유인행위를 하지 않아도 환자가 찾아오고 싶어하는 슬기로운 봄내랑내과 신장실을 만들려고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신장내과 박원장에게
개원하신 원장님들의 노력을 듣고 보고 있으면 제 자신이 매우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다른 분들에 비해 준비도 적었고 ‘개원만하면 환자들이 오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던 것에 많은 반성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워라밸을 중요시하는 편이라 삶에 있어서 시간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신장실을 개원하니 설날인 지금도 출근하여 이렇게 글을 적고 있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신장실을 혼자 운영하면 시간이 부족하고, 두 명 이상이 함께 개원하면 각자 여가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의 병원장으로서 목표 중 하나로, 투석 환자가 많아지고 자리를 잡아 다른 의사 선생님과 함께 봄내랑내과를 이끌어 가는 것을 잡았습니다.
개원을 하면 가장 힘든 부분이 남과 비교를 하는 것입니다. 나만의 경영 철학대로 병원을 이끌어 가면 되지만 ‘다른 병원 환자가 많더라, 투석환자가 몇 명이더라, 대박이 났다더라.’ 등의 소문이 들리면 부럽기도 하고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것인지 불안하기도 합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그러한 소문에 마음이 흔들리고, 개원 초반이라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였기 이런 소문에 더 쉽게 불안해하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많은 이들이 겪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초심을 잃지않고, 남과 비교하기보다 자신의 병원을 만들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개원한지 1년이 다 되어갑니다. 개원을 하고 보면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러가고 야속하게도 직원들의 월급날이 금방 다가온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도 매달 매출이 늘어나고 제 환자들이 점점 생기고 저를 믿고 따라와 주는 환자들과 직원들이 있기에 자주 보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대학병원의 수련뿐 아니라 로컬 병원에서의 경험도 개원하고 환자를 진료하는 것에 있어 매우 큰 도움이 되었으며, 개원하기 전에 더욱 다양한 경험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먼저 개원한 새내기 원장의 입장에서 개원에 관심이 있거나 계획 중인 선생님들께 조언을 드리자면, 최대한 많은 경험을 쌓으시고 조급하게 개원을 결정하지 않으실 것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개원이라는 도전을 한 만큼 앞으로 더욱 많은 시련을 겪겠지만 춘천에서 인정받는 봄내랑내과가 될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 코로나 시기에 다들 건강하시고, 이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내어 슬기로운 의사생활 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또 다른 생존기를 만들어갈 미래의 박원장들을 응원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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