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잇는 4시간의 기록: 주내과의원이 머무는 따뜻한 숨결 [26년 여름호]

편집부

news@ksnnews.or.kr | 2026-05-26 14:17:32

이주경 / 주내과의원 원장

안녕하십니까? 양천구에 새로 개원한 주내과의원 원장 이주경입니다. 대한신장학회라는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시는 회원 여러분께 깊은 존경과 응원의 마음을 전합니다.


(사진 1) 주내과의원 입구

 

1. 신장내과, 그 숙명적인 이끌림

- CRRT에 매료되던 순간들

내과 전공의라는 명찰이 아직 낯설었던 1년 차의 봄, 저는 중환자실에서 처음으로 신장내과의 세계를 마주했습니다. 끊이지 않는 바이탈 알람과 인공호흡기의 숨소리, 그리고 쉼 없이 돌아가던 CRRT의 규칙적인 소음들. 그 소리들은 어느새 퇴근 후 꿈속까지 따라오는 일상의 배경이 되었습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환자들을 보며 매일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이분은 다시 눈을 뜨실 수 있을까. 나는 어떤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답은 현장에 있었습니다. 응급실에서 위태로운 상태로 실려 왔던 환자가 CRRT 치료를 통해 점차 회복되고, 마침내 제 발로 걸어 나가시던 뒷모습을 보았을 때의 전율을 잊지 못합니다. 치료란 단순한 처치가 아니라, 누군가의 끊어지려던 삶을 다시 이어주는 과정이라는 것을 깊이 실감한 순간이었습니다.

- “너도 할 수 있어”라는 담백한 응원

3년 차 시절, Septic AKI로 ECMO까지 필요했던 40대 남성 환자에게 시행된 ‘Double CRRT’는 제게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환자의 시간을 붙잡아두려는 마지막 보루처럼 돌아가던 두 대의 장비, 그리고 그 곁에서 침착하게 치료를 이끄시던 교수님의 모습은 제가 나아가야 할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신장내과라는 길은 제게 늘 어렵고 높은 산처럼 느껴졌습니다. 고민하던 제게 교수님께서는 짧지만 분명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도 할 수 있어.” 그날 함께 나누었던 커피 한 잔과 교수님의 담백한 격려는 제 망설임을 확신으로 바꿔주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신장내과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2. ‘문턱 낮은 병원’을 향한 첫걸음

대학병원 시절, 늘 마음 한편에는 환자와의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짧은 진료 시간 안에 많은 환자를 봐야 하는 구조 속에서, 수치 너머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지 못할 때마다 안타까움이 컸습니다. 환자를 이해하는 일은 단순히 랩 결과를 분석하는 것을 넘어, 그분의 삶을 들여다보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환자와 조금 더 긴 호흡으로 마주할 수 있는 ‘개원’을 선택했습니다. 환자들이 가장 먼저, 그리고 부담 없이 찾아올 수 있는 ‘문턱 낮은 병원’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몸이 불편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 의사를 만나는 일이 어렵지 않은 공간이 되고 싶었습니다.

개원 후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경영과 인력 관리라는 새로운 책임감은 때로 진료보다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묵묵히 자리를 지켜주는 직원들과 곁에서 힘이 되어주는 가족 덕분에, 저는 오늘도 ‘환자 한 분에게 더 집중하겠다’라는 초심을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사진 2) 주내과의원 인공신장실 내부 모습

 

3. 대학병원의 전문성을 잇는 정교한 파트너십

상급종합병원의 진료실과 투석실이 얼마나 치열하게 돌아가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회원 여러분께서 밤을 지새우며 안정시켜 놓으신 환자분들이 개원가로 향할 때, 그 소중한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저희가 그 바통을 이어받겠습니다.

주내과의원은 대학병원의 전문적인 치료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준수하며, 개원가만이 드릴 수 있는 세밀한 정서적 케어를 결합하고자 합니다. 저희에게 전원 된 환자는 단순한 환자가 아닌, 동료 의사로부터 전해 받은 ‘막중한 책임’입니다. 환자가 다시 대학병원 진료실을 찾았을 때, 몸과 마음이 모두 안정된 모습으로 인사를 건넬 수 있도록 세심하게 관리하겠습니다.

 

4. 수치 너머의 사람을 향하는 진료

저희 의원의 지향점은 화려한 겉모습이 아닙니다. 환자의 작은 신음에도 귀 기울이는 간호팀의 정성과 수치 너머의 표정을 읽어내려는 의료진의 진심입니다. 투석 효율을 높이는 기술적인 완성도는 기본으로 갖추되, 환자가 병원 문을 나설 때 “오늘도 참 잘 살았다”라는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앞으로도 환자 한 분과의 만남을 소중히 여기며, 신뢰받는 동료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바쁘신 진료 여건 속에서도 늘 건승하시길 빌며, 언제나 낮은 자세로 환자와 회원 여러분을 섬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대한신장학회 소식지.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