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삶을 지탱하는 ‘해결사’로 서다 [26년 여름호]
편집부
news@ksnnews.or.kr | 2026-05-26 14:30:50
안녕하십니까. 대한신장학회 선후배, 동료 선생님들께 인사 올립니다. 2025년 9월,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삼성동작내과의원'을 개원하여 인공신장실과 내과 외래진료실을 운영 중인 이세훈입니다. 2023년 삼성서울병원 전임의 과정을 마치고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에서 근무하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동작구에 저만의 진료 공간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개원가 소식을 통해 제 이야기를 전할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신장내과, '묶여 있음'의 미학을 발견하다
보통 신장내과는 복합 질환자가 많아 진료가 까다롭고, 의료진이 투석실과 병동에 묶여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기피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에게 그 '묶여 있음'은 구속이 아니라, 환자의 삶에 밀착해 그들의 일상을 지탱하는 '책임감'의 다른 이름이었습니다.
제가 신장내과에 매료된 결정적 계기는 생사의 기로에 선 환자들이 극적으로 회복하는 순간을 목격하면서였습니다. 심한 폐부종으로 고통받던 환자가 지속적 신대체요법(CRRT)을 통해 안정을 되찾는 모습은 마치 꺼져가던 생명이 다시 피어오르는 '부활'의 장면 같았습니다. 복잡하게 얽힌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해결사'의 임무. 그 과정에서 느끼는 보람은 제가 신장내과 의사라는 길을 확신하게 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종합병원에서의 치열한 기록과 예상치 못한 전환점
전임의 수련 후 양지병원에서 보낸 시간은 제가 꿈꿔왔던 '해결사'로서의 역량을 마음껏 펼친 시기였습니다. 수준 높은 중환자실 시스템을 갖춘 환경 덕분에, 다양한 환자들을 가리지 않고 진료하며 매 순간 치열하게 임했습니다. 물 만난 물고기처럼 즐겁게 환자를 돌본 결과, 다행히 병원에서도 그 노고를 인정받아 2024년 '우수닥터상'을 받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사실 당시 저는 아내의 고향인 처가 지역으로 내려가 봉직의 생활을 이어갈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해당 지역에 신장내과 수요가 마땅치 않아 계획이 무산되면서, 인생의 항로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지인을 통해 전임 원장님의 건강 문제로 급하게 나온 지금의 의원을 소개받게 되었습니다.
개원 준비는 그야말로 폭풍우 같았습니다. 애초 3개월로 예상했던 인수 기간이 전임 원장님의 사정으로 인해 한 달로 줄어들더니, 최종적으로는 계약 후 불과 2주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모든 양수 절차를 마무리해야 했습니다. 행정적 절차부터 진료 시스템 파악까지, 정신없는 나날의 연속이었습니다.
위기를 넘어 단단해지는 과정
돌이켜보면 삶의 고비는 늘 예고 없이 찾아왔습니다. 개원 과정에서의 금융 위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갑작스러운 인수 일정 변경으로 인해 대출 심사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으나, 상황을 정면으로 돌파하며 은행 측에 진심 어린 소명을 전한 끝에 무사히 개원을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양수 일정이 급격히 당겨지는 가운데, 보건소에서 양수 완료가 통보된 날, 기존 근무 중인 대진의 선생님에게서 갑작스러운 사직 의사를 통보받은 일도 있었습니다. 다음날까지 근무할 의사를 구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양지병원 동료 과장님들의 이해 및 배려로 원장으로의 근무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국제 정세의 불안으로 인해 주사기를 비롯한 각종 의료 소모품 수급에 차질이 생기며 또 다른 위기감이 엄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믿습니다. 원장인 제가 중심을 잡고 흔들리지 않는다면, 이 또한 훗날 웃으며 이야기할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될 것임을 말입니다.
감사와 다짐: 지역사회의 든든한 건강 파수꾼으로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서기까지 도움을 주신 많은 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신장내과 의사로서의 근간을 만들어 주신 삼성서울병원의 모든 교수님, 그리고 개원가의 생리를 전혀 모르던 제게 조언과 운영 비결을 전해주신 신앤장서울내과 신나라 원장님, 민사랑내과 김민영 원장님께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무엇보다 양지병원의 오윤정 과장님과 이효상 과장님께서 힘든 상황을 용인하고 보내주지 않았다면 저는 이 자리에 없었을 겁니다.
앞으로 삼성동작내과의원은 동작구 지역 주민들의 신장 건강을 책임지는 든든한 보루가 되겠습니다. 단순히 투석을 하는 공간을 넘어, 환자들이 삶의 활기를 되찾고 다시 희망을 꿈꾸는 공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한신장학회 회원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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