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수내과의원 개원 [21년 겨울호]

편집부

news@ksnnews.or.kr | 2021-12-01 16:34:12

우리 동네 주치의를 향한 새로운 도전

김은영 / 다산수내과의원 원장

투석이 생명 유지를 위한 치료 뿐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일상 생활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환자와 함께 찾아보려 합니다.

2012년 신장내과 전임의를 마친 저의 첫 직장은 요양 병원 신장실이었습니다. 제한된 환경이었지만 급성 질환을 겪고 쇠약해진 환자들을 관리하며 비교적 건강한 상태까지 기능을 회복시켜 드리는 것도 보람 있는 일이었습니다. 또 충분한 영양과 재활 치료가 노인 환자와 신장병 환자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요양 병원의 시설적 한계와 포괄 수가제 등의 이유로 환자에게 충분한 치료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움이 생길 즈음 종합병원 신장내과 과장으로 이직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7년간 남양주 소재의 종합병원 신장내과 과장으로 근무하면서 인공신장실, 외래, 입원실, 중환자실, 응급실등 다양한 업무로 바쁘게 지냈습니다. 대학병원보다 접근성이 좋고 절차가 간소한 2차 병원 신장내과 의사로서 환자와 지역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며 열심히 일하며 저 또한 더욱 성장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종합병원에 근무하다 보니 주변 신장내과 의원에서 급성 질환으로 입원하는 환자들이 많았습니다. 입원 후 저의 진료로 회복하고 퇴원하는 환자들이 “과장님도 감사하지만 우리 원장님이 잘 챙겨주셔서 빨리 좋아진 것 같아요”하며 다시 가는 환자들을 몇 번 만나다보니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투석 환자에게 집중하는 신장내과 의원과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종합 병원 신장내과에서 환자가 느끼는 친밀감이 다르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동시에 인공신장실은 투석 환자에게 투석을 받는 공간 이상의 의미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은 투석 환자가 저혈당이 생겨 자세히 물어보니 술을 드셨다며, 신장실에서 중증의 환자와 같이 투석을 하게 되거나 응급 처치 하는 상황을 보면 마음이 불안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종합병원 신장내과의 장점이 분명히 있지만 입원 투석 환자가 많은 병원에서 외래 투석 환자가 함께 투석을 받는 것이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젠가 개원을 한다면 신장내과 의사로서 오랜 기간 동안 근무한 남양주에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작년부터 개원 장소를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다산 신도시는 투석 전문의가 운영하는 인공신장실이 없었고 아직 교통망이 완성되지 않아서 이곳 환자가 다른 지역으로 투석을 받으러 다니기가 불편할 것 같았습니다. 신도시라서 신축 상가가 많다는 점 또한 장점으로 생각되었습니다.

그러나 병원 위치를 정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고 6개월을 알아본 끝에 공원이 바라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인테리어, 직원 채용, 세무, 노무 등 개원을 위한 모든 과정이 낯설고 어려웠지만 먼저 개원한 선배님들의 생생한 조언과 따뜻한 격려 덕분에 예정한 일정보다 늦어지긴 했으나 2021년 8월 초 무사히 개원하였습니다. 

의과대학을 졸업한 이후 쉬지 않고 일했기 때문에 개원 준비하면서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예상과 달리 하루도 쉴 수 없었습니다. 개원 전날에도 밤늦게까지 모든 직원이 함께 나와서 개원 준비를 도왔습니다.

그러나 정작 개원 첫날은 조용했고 1호 환자는 고혈압 환자이신 아버지였습니다. 며칠 뒤 서울로 택시를 타고 혈액 투석을 하러 다니던 환자가 걸어서 올 수 있는 곳에 인공신장실이 생겨 다행이라며 내원했고 첫 환자로 투석을 시작했습니다.

신도시 안에서는 대부분 도보로 다닐 수 있는 거리지만 다른 지역으로의 교통이 불편한 다산 신도시에서 우리 병원만이 가지는 의미가 느껴져 뿌듯했습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거리가 멀어 따로 개원 소식을 알리지 않았는데 이전에 근무하던 병원 환자들이 ‘우리 과장님’을 찾아 와주셨고 이렇게 하루하루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유난히 덥고 뜨겁던 2021년 여름을 개원과 함께 정신없이 보내고, 날씨가 제법 차가우지면서 모르게 긴장하기도 하였습니다. 인공신장실에 근무하는 동안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폐렴, 심혈관 질환, 골절 등등 행여 환자분들께 합병증이 생길까 겨울이 끝날 때까지 항상 긴장하며 지내왔는데 올해는 개원 후 처음 맞는 겨울이라 마음가짐이 남다릅니다. 

개원 3개월차인 제가 개원가 소식을 전하는 원고를 준비하면서 고민이 깊어지기도 했습니다. 개원가 소식이라기보다 신장내과 전문의로서 저의 이력서가 된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신장내과 의사로 지내온 과정을 돌이켜보면, 신장내과 과장으로 근무하며 중환자의 바이탈을 안정시키는 일도, 흔치 않은 증상의 환자를 평가하여 진단하는 일도 의사로서 만족스럽고 보람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봉직의로서 쌓은 다양한 경험은 앞으로 환자 진료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신장내과 의사로 10년이 지난 지금, 만성 질환자의 트레이너로서, 언제든 의논 상대가 되어 주는 동네 의사로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였습니다. 

투석이 생명 유지를 위한 치료뿐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일상 생활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환자와 함께 찾아보려 합니다. 우리 환자들과 직원들에게 있어 투석을 하러 오는 길, 직장으로 출근하는 길의 발걸음이 조금이라도 가벼울 수 있도록 항상 정성껏 진료하고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이 저의 일차 목표이고 원장이 해야 할 책무라고 생각하며 부단히 노력할 것을 다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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