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용 부원장과 이동진 교수의 즐거운 만남 [24년 겨울호]

편집부

| 2024-12-02 17:05:00

농촌과 환자들의 삶에 뿌리를 내린, 도전하는 신장내과 의사

홍세용 교수 / 중앙제일병원 부원장 및 신장내과 과장
이동진 교수 /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신장내과 전문의, 임상조교수1

신장내과 전문의인 홍세용 중앙제일병원 부원장은 풍부한 임상 경험과 함께 농약중독 분야에서 오랜 연구와 자문 활동을 위해 힘써왔다. 홍 부원장은 ‘농촌은 모든 이의 뿌리이며 돌아갈 고향’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농촌의학과 농약중독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있다. 맡은 분야에 대해 깊이 공부하며 열정적으로 탐구하는 자세는 많은 신장 전문의의 존경과 신뢰를 받고 있다. 후배인 이동진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홍 부원장의 의사로서의 소명과 신장내과에서 이루어 온 연구와 진료의 여정을 들어본다.

Q1. 이동진 교수
안녕하세요, 교수님. 순천향대 천안병원에서 근무 중인 이동진입니다. 교수님의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대학 생활을 보냈는데, 제가 천안병원에서 근무하기 전에 교수님께서 퇴임하셔서 지금까지도 아쉬운 마음이 큽니다. 퇴임 이후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합니다.

A1. 홍세용 부원장
저는 현재 충북 진천에 있는 중앙제일병원 신장내과에서 진료를 보며 지내고 있습니다.

홍세용 부원장과 이동진 교수

Q2. 이동진 교수
퇴직 후에도 진료를 보시고, 논문도 작성하시며 운동도 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열정의 원동력은 무엇이며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으신가요?

 A2. 홍세용 부원장
퇴직하고 지방 병원에 내려와 모든 것을 혼자 하게 되니 제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병원에 온 처음 1-2년 동안에는 여러 연수와 교육에 참석하며 배우고 익혔고, 다행히 지금은 그 옛날 수련의 시절로 돌아간 느낌입니다.

제가 현재 근무하는 이 곳은 200병상 규모의 준종합병원이고, 혈액투석 환자는 70명가량 됩니다. 수련병원은 아니지만 병원의 배려로 유능한 전담 간호사와 함께하고 있어 큰 불편 없이 진료하고 있습니다. 지역 특성상 중환임에도 대학병원에 갈 형편이 안 되는 환자들이 내원합니다. CRRT, ventilator care 등이 필요한 중환도 적지 않게 보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혼자 책임져야 하는 중압감으로 힘든 순간도 많았습니다. 특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수개월 사이에 투석 환자의 15%를 잃었을 때, 이러다가 투석 환자가 다 사망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에 떨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때 정신없이 COVID-19 감염에 대해 공부했고, 지난 4년간 관련 논문 3편을 SCI 국제 학술지에 발표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투석과 관련된 연구를 이어가며 논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투석 자체에 의한 개인별 blood loss가 얼마나 되나?’하는 연구 결과가 Blood Purification에 채택되었고, 현재는 ‘투석 중에 적절한 heparin 양은 얼마일까?’에 대해 탐구 중입니다. 중소병원에 있지만, 일선에서 임상의사로 활동하는 한 탐구를 멈추지 않겠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1-2년에 한 편씩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Q3. 이동진 교수
교수님께서 농약 음독 환자들을 위해 여러 방면으로 힘쓰시고, 연구와 자문 활동도 꾸준히 이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신장내과를 선택하시게 된 계기와, 농약 음독 치료에 집중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3. 홍세용 부원장
저는 신장내과 의사가 임상 독성학을 잘할 수 있는 분야라고 믿고 있습니다. 신장내과 의사는 uremic toxin과 싸우는 사람들입니다. 인체에서 생성되었든 외부에서 들어왔든 그것이 신장을 통해서 배설되어야 하는 것이라면 넓은 의미에서는 같은 요독이라고 생각합니다. Toxicokinetic, Toxicodynamic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고, 필요할 때 체외 배설요법을 가장 잘 적용할 수 있는 의사가 바로 신장내과 의사입니다.

제가 농약음독 진료를 시작했을 당시, 많은 환자가 발생했지만 의료계에서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치료가 간절했던 환자들을 보며 자연스럽게 농약 음독에 대해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Q4. 이동진 교수
올봄에 교수님께서 TV에 출연하신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기도 하고, 저 혼자 괜히 반가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교수님께서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당시 상황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 주실 수 있나요?

A4. 홍세용 부원장
저도 제 진료 경험이 완전 범죄가 될 수 있었던 범죄 사건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 사건 외에도 여러 범죄 관련 사건에 대하여 수사당국에 자문해 왔습니다.

만여 명 이상의 환자를 진료하다 보니 임상적 흐름을 통해 원인이 되는 약의 종류, 음독 시간, 음독 양 등을 추정할 수가 있는데, 이것이 수사에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충북에서 발생했던 노인정 집단 농약 중독 사건도 수사 초기에 저에게 자문 요청이 있었다면, 어떤 종류의 농약인지, 중독 증상이 발생하기 전에 얼마만큼 먹었는지를 추정해 드릴 수 있었을 겁니다. 


Q5. 이동진 교수
교수님께서 농약중독연구소 홈페이지를 통해 전문가와 환자 상담을 이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유독 기억에 남는 환자분이 있으신가요?

A5. 홍세용 부원장
저는 생사의 기로에 선 환자들을 많이 보아 왔습니다. 2-3일 후에 사망할 환자가 의식이 명료한 상태로 세상 사는 걱정을 하는 모습을 보며, ‘산다는 게 무엇일까’ 하는 자괴감도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또 유명한 병원에 와서 명의를 만났으니 꼭 살 것이라고 믿는 환자들을 보며 괴로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Q6. 이동진 교수
교수님께서 평소 등산을 좋아하신다는 말씀을 자주 들었습니다. 등산에 비유하자면, 교수님께서는 이제 정상에 올라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정상에서 풍경을 바라보며 앞으로 내려갈 길을 조망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의사로서 걸어오신 길 중 가장 어려웠던 순간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A6. 홍세용 부원장
한 고개를 겨우 넘으면 또 다른 봉우리가 앞에 나타나는 것이 등산이 인생살이와 비슷한 점 인 것 같습니다. 저의 한평생 유일한 취미가 바로 등산이었습니다. 지금도 산행일기를 쓰는데, 벌써 1,500회를 넘었습니다. 산은 지친 저를 어루만져주고, 때로는 영감을 주기도 합니다.

의사 생활 역시 등산과 마찬가지로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그럴 때마다 산은 늘 저에게 새로운 기운과 힘을 주었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산봉우리처럼 환자 치료의 길에서도 수많은 도전이 있었지만, 그 고비들을 넘으며 느끼는 성취감이 제가 이 길을 계속 걷게 하는 힘인 것 같습니다.


Q7. 이동진 교수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신장내과 의사의 매력은 무엇이고 갖추어야 할 소양은 무엇일까요?

 A7. 홍세용 부원장
신부전은 다른 장기 부전과는 다르게 대체요법이 있고 이식 수술이 보편화되어 상대적으로 돌파구가 마련된 셈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신장 환자는 투석을 하며 삶을 마무리하게 됩니다. 투석 환자를 잘 돌보는 일은 그들이 겪는 현실적인 고통에 동참하는 것인데 이 과정이 쉽지 않습니다. 요독 증세가 막연하고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소명 의식을 가지고 열과 성을 다해서 환자 개개인의 증상을 헤아려야 하고 끊임없이 탐구해야 합니다.

 

Q8. 이동진 교수
기억에 남는 학생이나 전공의, 전임의 등 후배 의사가 있으신가요?

A8. 홍세용 부원장
해마다 봄이 오면 새내기 수련의들이 병원에 들어오는데, 첫 몇 주 동안은 도망치듯 병원을 떠나던 친구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복귀하여 훌륭한 전문의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며 미소 지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에게 배우기 위해 우리 병원의 수련의가 되었다고 말한 사람이나, 강의 시간에 제가 “자네는 내과의사가 되어야 할 사람이네”라고 한 말을 듣고 내과를 선택했다는 후배를 보면 특별한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Q9. 이동진 교수
마지막으로 후배 의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A9. 홍세용 부원장
감히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가이드라인에 안주하거나 갇히지 말고, 신장내과 의사이기 때문에 더 잘할 수 있는 일에 정진하며 신장내과가 아닌 새로운 분야도 발굴해 나가자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홍세용 부원장(가운데)과 중앙제일병원 인공신장실 의료진

글-심소영, 사진-박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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