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잡시대] 임상에서의 아이디어, 창업의 아이템이 되다 [21년 겨울호]
편집부
news@ksnnews.or.kr | 2021-12-01 17:23:01
저는 응급의학과 전문의이자, 이제 막 설립된 회사의 CEO입니다. 일반인과 보건의료인이 심폐소생술을 좀 더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증강현실을 활용하는 스마트글래스와 소프트웨어를 개발 및 연구하는 회사로, 제가 그간 배우고 머릿속에 생각해왔던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 창업을 생각했고, 실행에 옮기게 되었습니다.
창업의 과정
어떠한 가이드나 지원 없이 회사설립부터 제품 제작, 투자유치까지 진행하는 것은 창업의 경험이 전혀 없다면 쉽지 않은 일입니다. 특히 진료를 주 업무로 하고 있는 의사에게, 좋은 사업 아이디어가 생각났다고 해도 회사를 설립하고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잘 모른다면 그 아이디어는 세상에 빛을 보지도 못하고 묻히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외부의 기관에서 지원해주는 창업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예비 창업과정에서, 혹은 초기 창업 과정에서 도움을 받는 것은 창업의 성공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정부 부처, 지자체, 대학 등에서는 매년 일정 기간에 창업프로그램을 공고하고 많은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예비창업인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예비창업패키지에 선정되어 초기 회사 및 법인설립에 도움을 받고, 사업화 자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또한,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기창업자, 벤처투자자 혹은 대학교수 중에 멘토-멘티 관계를 맺고 주기적인 지도와 조언을 통해 회사의 미래 방향성, 시제품의 제작 방법, 투자 유치를 위한 전략 등에 대해 큰 도움을 받게 됩니다. 창업을 기획하고 회사를 설립한지 몇 개월 지나지 않았지만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아이디어는 곧 시제품 형태로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특허의 진행
아이디어로 시작하는 스타트업에게 특허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창업을 하기위해 가지고 있던 아이디어를 가지고 특허로 출원하며, 추가로 창업과정 중 나온 제품 및 시스템에 대한 세부 기술 역시 출원 진행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출원 후 심사를 통해 등록이 진행됩니다.
너무나도 좋은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그에 대한 특허권이 없는 상태에서는 가치를 가질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창업을 고려하신다면 특허와도 친해지셔야 할 것입니다. 사실 특허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중복된 특허의 검색, 특허출원명세서의 작성은 너무나 어려워 보이지만, 실제 발명자가 모든 진행과정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구체적이고, 독보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면, 대학 혹은 기업에 소속되어 있다면 담당 변리사를 통해서, 아니면 직접 특허사무소를 통해서 체계적으로 진행을 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제품에 대해서 특허를 진행할 수 있지만, 그 시스템과 알고리즘, 그리고 아이디어 단계에서도 특허 진행이 가능합니다.
저는 대학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에 특허 진행 과정에서 지원과 창업 패키지 예산을 활용하여 어렵지 않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대학을 통해 특허 출원을 하고 창업 기업에서 기술이전을 해와야 하는 번거로움을 있지만 전반적인 과정에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교직과 진료, 그리고 기업의 병행
실제의 창업 과정이 그렇게 어렵지 않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대학 교수, 병원에 진료를 임해야 하는 입장에서 시간이 많이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나 코로나시대의 응급실은 기존보다 업무가 가중되어 있고, 병원 및 학교를 비울 수 없는 입장에서 기업활동을 병행하는 것은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저녁시간 혹은 주말시간을 통해 회사 업무의 회의를 진행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틈틈이 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고 있습니다.
창업을 준비하면서 지금까지 자는 시간 이외에는 계속 일을 하고 바쁘게 지내지만, 아이디어를 제품화하면서 중간 성과를 확인할 때는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시제품 및 상품을 제작하고 사업이 궤도화에 오르고 투자유치를 이뤄낼 때까지는 당분간은 바쁜 일상을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창업과 미래
창업은 국내외에서 그 열기가 지속적으로 고조되고 있고, 특히 최근에는 그 숫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물론 코로나 시대에서 일반인의 생계형 창업이 상당히 늘었지만, 대학교수, 의사, 연구원 등의 고급 기술 인재들의 기술 창업 또한 과거보다는 점차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창업을 위한 환경도 과거보다 훨씬 좋아졌습니다. 제도적으로 창업을 위한 규제가 완화되고 있고, 대학과 기업들도 스타트업의 육성을 위해 적극적인 참여를 하며, 다양한 펀드가 창의적이고 새로운 기술에 언제든지 투입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창업은 제도적인 지원을 넘어서 하나의 문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창업은 누구나 성공을 할 수는 없으며, 2년이 지난 시점의 창업지속률은 50%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패를 딛고 재도전할 수 있는 분위기와 격려하는 창업 문화의 확산은 그 도전의 두려움을 한층 낮춰주고, 새로운 기술의 발굴과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나 의료인 창업가의 증가는 새로운 의료 기술 및 의료 기기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글을 마치면서
저와 공동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CEO는 나의 학창시절을 함께 보냈던 친구로서 지금은 공대교수로 재직중이며, 항시 보고 배울 점이 많고 옆에 있어 든든합니다. 회사가 단기적으로는 현재 진행중인 심폐소생술 피드백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생산을 목표로 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의료 컨텐츠와 기기들을 계획하고 연구 개발하여 우리의 일상과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유익한 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합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기술과 아이디어로 여러분도 도전하시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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