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맑은내과 개원 [23년 봄호]
편집부
news@ksnnews.or.kr | 2023-03-03 17:08:22
서윤성 / 더맑은내과 원장
안녕하세요. 저희 더맑은내과는 2022년 5월 전주시 서신동에서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개업한지 7개월도 채 되지 않아 부족한 것이 많지만 모교인 전북대병원 신장내과에서 수련 받을 때 교수님들께 받았던 가르침을 잊지 않고 매 순간 환자분들께 최선을 다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개원 과정과 더맑은내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1. 개원 과정
저는 전임의 2년 차에 개업을 결심하고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남들 다 하는데 못할 거 뭐 있겠어?’ 하며 호기롭게 생각했으나 큰 착각이었습니다. 우선 장소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부터 고려할 것이 많았습니다. 전북지역 내 각 도시별 투석실 및 투석 환자 현황부터 알아봐야 했고 전주에 개원하기로 결정한 이후에는 기존 투석실과 겹치지는 않는지, 투석실을 하기에 충분히 넒은 건물은 있는지, 추후 확장성은 있는지 등을 고민해야 했습니다.
두 달 여 간의 고민 끝에 어렵사리 장소와 건물을 정하고 건물주와 계약을 진행하던 중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투석 환자들이 4시간 동안 투석을 받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건물주가 주차장 문제를 내세우며 계약을 할 수 없다고 통보를 해 온 것입니다.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좋은 위치의 건물이라고 생각했기에 월세를 원하는 대로 주겠다며 건물주를 설득해 보았지만 요지부동이었습니다. ‘조물주보다 위대한 건물주’라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결국 다시 건물을 알아봐야 했고 다행히 인근 건물에 최근 크게 공실이 생겼는데 여러 가지 조건이 좋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러다 개업을 못 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며 걱정이 많았던 중에 구세주를 만난 기분이었고 건물주가 내과 입점을 강력히 원했기에 계약 과정도 순조로웠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건물 계약을 마친 이후 두 번째 과제는 인테리어였습니다. 수억 원의 큰돈이 들어가는 일이고 공사 이후에는 변경할 수 없고 기능적, 디자인적인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여러 업체와 미팅을 하고 견적을 받았습니다. 업체 선정 이후에는 투석실에 대한 특수성과 제가 원하는 투석실의 모습을 이해시키는데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인테리어 공사를 마친 이후에는 병원 운영에 필요한 장비를 구매해야 했습니다. 투석기, 침대, TV, X-ray, 초음파, 간판 등 큰돈이 들어가는 굵직한 것부터 진료 중에 쓸 볼펜 하나까지 스스로 결정해야 했습니다. 다양한 업체와 가격 협상할 때는 평생 처음 해보는 일이었기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모두가 본인 업체의 물건이 가장 좋다고 말하고 천차만별 금액이 적혀있는 견적서를 받을 때 제가 대학병원이라는 온실을 떠나 거친 야생에 홀로 서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사무장의 도움을 받아보라는 조언도 있었으나 장기적으로 병원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사소한 것들이라도 원장이 직접 알아야 된다고 생각했기에 치열하게 정보를 수집하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고민했습니다.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아 가면서까지 개원을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인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지만 그런 노력이 있었기에 비용도 절약할 수 있었고 현재 돌이켜 보았을 때 아쉬움이 남는 선택은 없습니다.
2. 개원 이후
6시 30분. 투석 시작 시간에 맞춰서 출근해서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저보다 바쁜 와이프를 대신해 퇴근 이후에 곧바로 육아를 하다 보니 운동할 시간이 따로 없어서 병원 내 남는 공간에 러닝머신을 들여놓았습니다. 아침에 운동을 해보니 잠도 깨고 운동하는 동안 잡념도 사라져서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입니다.
투석 환자를 대할 때는 ‘내가 이환자의 평생 주치의다’라는 생각으로 진료합니다. 혈압과 혈당, 혈액검사 결과 등 객관적인 지표뿐 아니라 일상생활습관에서 개선할 점은 없는지 중환자를 치료한다는 마음으로 꼼꼼하게 살핍니다. 또한 환자와 보호자에게 제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고 24시간 언제든 필요하면 전화를 하시도록 안내합니다.
일요일이나 비투석일에 환자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가 용이하고 불필요하게 대학병원 응급실을 방문하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특히 투석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환자들은 비투석일에 발생하는 신체적 변화에 대해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화로 직접 상담해 주니 의료진에 대한 신뢰 형성에 큰 도움이 됩니다.
사실 개원 전에는 외래 진료에 대한 걱정이 컸습니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신장내과라는 타이틀만으로 위/대장 내시경을 하지 않고 외래를 운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환자들이 내과의 세부 분과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신장 질환에 대한 개념과 중요성을 잘 인지하고 먼저 찾아오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제가 잘할 수 있는 신장내과라는 타이틀에 더 집중해서 진료할 생각입니다.
3. 글을 마치며
개업을 준비하고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은행 대출, 장소 결정, 직원 선정, 장비 구매 등 낯설고 모르는 일 투성이였습니다. 하지만 번거롭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소한 것 하나하나 제가 직접 챙기고 상황을 파악한 후에 결정을 한 것이 비용과 장기적인 운영의 효율 측면에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2022년 한 해를 돌아보니 열심히 달려왔고 현재는 안정적으로 운영해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이것은 저 혼자만의 힘이 아닌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청소 여사님, 의료기기/제약회사/투석기 직원분, 간호사 선생님 등 많은 인연이 계약관계로 시작했지만 그분들의 도움과 노력이 있었기에 점차 시스템을 갖추어 가고 있습니다. 특히 좋은 직원들과 같이 한다는 것은 큰 행운인데 부족한 원장을 잘 뒷받침해 주시는 투석실 수간호사/외래 선생님을 비롯한 직원분들에게 지면을 빌어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저는 진료 중에 전북대병원 전임의 시절에 입던 가운을 입습니다. 아직 부족한 것이 많지만 지금의 저를 만들어주신 전북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님들의 가르침을 잊지 않기 위함입니다. 어떤 신장내과 의사가 되어야 하는지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셨고 저는 배운 대로 했을 뿐인데 환자들에게 과분한 칭찬을 들을 때면 교수님들께 가르침을 받은 것이 큰 자산임을 느낍니다. 교수님들께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환자들의 진심이 담긴 ‘원장님 감사합니다’라는 말 한마디에 큰 힘을 얻습니다. 신장내과 의사로서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환자들의 평생 주치의 서원장’이 되기 위해 초심을 잃지 않고 한 걸음씩 천천히 걸어가겠습니다.
[ⓒ 대한신장학회 소식지.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