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24 고령 말기콩팥병 환자의 투석 유보와 중단에 대한 권고안의 제작 배경
우리나라는 빠른 속도로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어, 2025년에는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국내의 말기콩팥병 환자의 고령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65세 이상 고령의 투석 환자 비율은 1990년에 2.7%에 불과하였으나, 2021년에는 55.3%까지 증가했다. 고령 투석 환자의 사망률은 매우 높아 투석 시작 1년 후 생존율은 60-70%이며, 75세 이상의 초고령 환자 중 10% 이상이 투석 시작 후 3개월 이내에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치료 목표 설정 시 환자 본인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한 의사 결정권이 존중되고 있으며, 투석 치료를 원하지 않고 보존 치료를 원하는 환자도 생기고 있다. 따라서 투석을 시작하기 전 예후를 예측하고 환자 및 보호자와 충분히 공유하여 투석 치료를 시작할지, 아니면 투석을 유보하고 보존콩팥관리(Conservative Kidney Management)를 시작할지 결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유지혈액투석 중인 고령 환자는 자발적으로 투석 중단을 선택하거나, 임상적으로 투석의 위험이 이득보다 클 경우 투석 중단을 고려할 수 있다. 이러한 투석 유보 및 중단에 대한 결정은 생명과 직결되므로, 임상적·윤리적 측면을 고려하여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번 ‘2024 고령 말기콩팥병 환자의 투석 유보와 중단에 대한 권고안’에는 투석 유보 및 중단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대상과 논의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이 정리되어 있다.
2. 투석 유보(Dialysis withholding)
1) 고령의 말기콩팥병 환자에서 투석 유보를 고려할 수 있는 대상자는 다음과 같다.
- 의학적으로 투석 유보가 환자의 최선의 이익으로 판단되는 경우
- 투석 시작 후 기대 여명이 높지 않은 경우
- 노쇠(frailty)로 전신 위약감이 심한 경우
- 투석 중 환자의 이상 또는 위험 행동으로 투석이 위해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 환자가 투석 치료보다 보존적 치료를 원하는 경우
2) 투석 유보 논의 과정에서 고려 사항
2.1. 공유의사결정(shared-decision making)과 사전설명동의(informed consent): 투석 유보는 환자와 함께, 그리고 가능하다면 가족 및 주 돌봄자와 함께 공유의사결정과정과 사전설명동의를 통하여 결정하고 사전 돌봄 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권고한다.
2.2. 결정 철회: 투석 유보를 결정한 이후에도 언제든지 그 결정을 철회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투석 치료가 보존 치료에 비하여 생존 이득이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초고령군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연구도 있다. 그러나 최근 메타 연구에서는 나이에 상관없이 신대체요법이 보존 치료보다 생존 이득이 있다는 보고가 있어, 향후 대규모 전향적 연구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임상 지표를 정량화하여 투석 후 생존율을 예측하는 방법도 소개되고 있다.
Couchoud 연구팀은 75세 이상의 만성콩팥병 환자의 투석 후 3개월 생존율을 예측하는 REIN score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연령, 성별, 심부전 기왕력, 말초혈관질환, 부정맥, 활동성 암, 행동장애, 활동성(mobility), 알부민 수치 등 9개 변수를 점수화해 3개월 생존율을 예측하였다.
노쇠(frailty)는 체중 감소, 기운 감소, 보행 속도의 저하 등의 증상을 동반하며 투석 환자 중 67%에게서 발견된다. 노쇠는 입원율 및 사망률을 두 배 증가시킨다고 보고되었으며, 투석받는 환자에서 간략히 예후를 평가할 수 있는 좋은 임상적 지표이다. 의료진에게 환자의 상태를 묻는 간단한 질문이 노인 말기콩팥병 환자의 노쇠 평가 및 예후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인공신장실에 근무하는 간호사들에게 “이 환자가 1년 뒤에 사망하게 된다면 나는 놀랄 것인가”라는 깜짝 질문이 환자의 예후를 예측하는 데 유용했다. 147명의 투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전향적 연구에서는 “아니요”라고 대답한 환자군이 “예” 라고 대답한 군보다 고령이고 동반 질환이 많았으며 사망률이 더 높았다(29.4% vs 10.6%).
환자가 투석 중 이상 행동을 하면서 협조가 되지 않으면 투석 바늘이 빠지는 등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대한신장학회 소속 신장내과 전문의 369명이 응답한 설문 조사를 바탕으로 출간된 문헌에서는 협조가 되지 않는 경우에는 투석 유보 혹은 중단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중증 치매 역시 투석 유보를 고려해야 할 상황으로 언급되었으며, 치매 발생률이 높은 고령 투석 환자의 경우 사망률이 두 배 이상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투석 환자의 인지기능을 정기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말기콩팥병 환자의 예후를 예측하는 데 중요하다. 그러나 치매 등으로 인해 인지기능이 저하되면 본인이 투석 또는 보존 치료 등의 결정을 하기 어려울 수 있기에, 이러한 경우에는 가족 및 보호자들의 의견이 중요할 수 있다. 인지기능이 저하되기 전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는 것은 향후 치료 결정을 내리는 데 중요한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다.

3. 투석 중단(Dialysis withdrawal)
1) 투석 중단 대상
유지혈액투석 중인 고령의 말기콩팥병 환자에서 다음의 경우에 투석 중단을 고려할 수 있다.
- 의사결정능력이 있는 환자로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고 자발적인 선택으로 투석 중단을 결정한 경우
- 의학적으로 투석 중단이 환자에게 최선의 이익으로 판단되는 경우
- 기대 여명이 길지 않은 경우
- 기존에 심각한 기능적 또는 인지적 장애를 동반한 쇠약을 갖고 있거나 투석을 시작한 후 기능적·인지적 장애가 악화된 경우
- 투석 중 환자의 이상 또는 위험 행동으로 투석이 환자에게 위해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2) 투석 중단 논의 과정에서 고려할 사항
2.1. 결정 전 치료 가능한 요인 교정: 투석 중단을 결정하기 전에, 가역적인 사회적 요인이나 우울증, 통증과 같은 증상과 관련된 사항을 미리 교정
2.2. 공유의사결정과 사전설명동의
: 투석 중단은 환자와 함께, 그리고 가능하다면 가족 및 주 돌봄자와 함께 공유의사결정과정과 사전설명동의를 통하여 결정하고 사전돌봄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권고한다.
2.3. 임종 과정에 있는 유지투석 환자는 연명의료계획서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여부를 확인하고 연명의료결정법의 적법한 절차에 따라 투석 중단을 이행한다.
2.4. 결정 철회: 투석 중단을 결정한 후에도 언제든지 그 결정을 철회할 수 있다.
3) 투석 중단 후 치료
3.1. 투석 중단 이후 증상 관리와 고통 완화에 중점을 두며 콩팥지지의료에 준해 치료한다.
3.2. 투석 중단을 결정한 이후라도 증상 완화를 위해 투석을 고려할 수 있다.
투석 중단(dialysis withdrawal)은 유지혈액투석을 받고 있는 환자에서 투석 치료를 중단하는 것을 말한다. 말기콩팥병 환자가 투석을 시작하지 않고 보존콩팥관리를 선택하는 투석 유보와는 구별된다. 투석 중단은 말기콩팥병 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하며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하고, 임종 전 고통을 완화하며 죽음을 준비할 기간을 제공함으로써 생애 말기 존엄성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투석 중단으로 인한 사망은 말기콩팥병의 자연 경과에 따르고, 안락사와 달리 사망을 가속화하지 않기 때문에 연명의료 중단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에서 투석 중단을 고려해 볼 수 있는 경우는 의사결정 능력이 있는 환자가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은 후 자발적으로 투석을 거부하거나 중단을 결정한 경우이다. 또한, 의료진이 의학적으로 투석 중단이 환자의 최선의 이익이라고 판단하고 가족이 동의한 경우에도 고려할 수 있다. 투석을 지속하였을 때 의미 있는 생존 혜택이 없이 증상 부담이 높거나 기대 여명이 길지 않은 경우, 기존에 심각한 기능적·인지적 장애를 동반한 쇠약을 갖고 있거나 투석을 시작한 후 장애가 악화된 경우, 또는 투석 중 환자의 위험 행동으로 인해 투석이 환자에게 위해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투석 중단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때, 의료진은 환자의 임상 상황과 질병 부담에 대해 환자와 가족, 주 돌봄자의 이해 수준과 의사를 확인하고, 투석 중단과 연관된 요인들을 평가한다. 또한 환자와 가족, 주 돌봄자에게 투석 중단과 관련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며, 다학제 팀과 함께 공유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환자의 가치와 선호에 맞는 사전돌봄계획을 세우고, 투석 중단 결정에 대한 사전 설명 동의를 얻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의료진은 투석 중단이 환자에게 최선의 이익이라는 의학적 근거를 설명하고, 투석의 이득 및 위험, 투석 중단 후 경과와 예후, 선택 가능한 치료 옵션(이용 가능한 투석 방식, 콩팥지지의료, 시간 제한 투석, 투석 중단과 생의 말 관리)을 충분히 설명하고 기록으로 남긴다.
투석 중단을 논의 및 시행 과정에서는 환자의 건강 상태, 선호도, 치료 옵션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할 수 있으므로 추후 재평가하거나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환자가 투석 중단에 동의했더라도 이 결정은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음을 환자와 가족에게 알려야 한다.
4. 결론
<2024 고령 말기콩팥병 환자의 투석 유보와 중단에 대한 권고안>은 노인 환자가 급격히 늘며 초고령 사회를 앞둔 현시점에서, 실제 임상에서의 요구에 부응하고 진료에 도움을 주기 위해 개발되었다. 최근에는 의료 윤리의 4대 원칙 중 자율성 존중의 원칙이 강조되면서, 환자 본인의 가치관에 따른 의사 결정권이 존중되고 있다. 따라서, 말기콩팥병 환자에게 시행되던 고식적인 투석 치료 외에도 투석 유보 및 투석 중단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투석 유보 및 중단 후에 필요한 보존 콩팥 관리와 콩팥 지지 의료 등의 국내 표준 지침이 부족하여, 국내 실정에 맞는 권고안의 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권고안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 몇 가지 고려가 필요하다. 우선, 노인은 통상적으로 만 65세 이상으로 정의되나, 이번 권고안에서는 연령 기준을 특정하지 않았다. 이는 선정 문헌에서는 연령 기준이 다양하고 실제 나이보다 건강 상태가 예후와 생존율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의 연구가 외국에서 수행된 관찰연구이기에 비뚤거릴 위험이 높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향후 권고안의 개정 과정에서는 노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양질의 국내 연구가 수행되어 그 결과가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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