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하단제일내과 김태일 원장입니다.
부산대학교병원에서 전임의를 마친 뒤 빌리브세웅병원에서 근무하다가 2025년 4월, 부산 하단역 인근에 개원하여 진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개원 준비 과정에서는 예상치 못한 크고 작은 일들이 많아 어려움도 있었지만, 교수님들과 선배·동료 선생님들의 조언 덕분에 하나씩 해결하며 지금까지 걸어올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지역 환자분들께 도움이 되는 진료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
신장내과에 대한 꿈이 시작된 건 전공의 시절 신장내과를 돌던 때였습니다. 불과 한두 달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혈액투석 환자들을 만나며 자연스럽게 관계가 쌓였습니다. 해가 지나 다시 신장내과로 돌아왔을 때, 1년 전 그 환자들을 다시 만나 치료 계획을 함께 세우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사와 환자가 이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할 수 있는 진료 분야가 또 있을까?’ 그때부터 제 마음은 신장내과에 머물렀습니다.
저는 신장내과 의사가 환자의 일상에서 함께 살아가는 의사라고 생각합니다. 투석 환자분들은 일주일에 세 번, 수년 동안 병원을 찾아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우리는 일상의 많은 순간을 함께 나눕니다. 환자의 손자가 태어났다는 이야기, 혹은 새로운 요리를 시도해 봤다는 사소한 말들 속에서 저는 환자의 삶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이런 경험은 단순한 ‘치료’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긴 동행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긴 여정을 함께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꾸준히, 그리고 편안하게 투석을 이어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마음으로 2025년 4월, 부산 사하구 하단동에 하단제일내과의원 인공신장실을 열었습니다. 인공신장실은 혈액투석 환자들이 한 달에 50시간이 넘는 시간을 보내야 하는 곳입니다. 공간을 설계하는 과정은 결국, ‘환자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대한 저의 생각이 담기는 일이었습니다. 어둡고 갑갑한 공간이 아니라 밝고 환기가 잘 되는 아늑한 공간, 그 안에서 환자가 조금이라도 편히 쉴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리하여 3면이 통창인 건물을 선택했고, 일반적으로 혈액투석 침상을 2-3개 열로 길게 배치하는 대신 간호사 데스크를 중심으로 9개 열로 나누었습니다. 한 열당 침상은 3개 내외로 구성해 간격을 넓히고 소음을 줄였으며, 환자분들이 조금 더 조용하고 개별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표준은 같게, 처방은 다르게. 좋은 치료, 이로운 치료.” 이 말은 제가 진료하며 중심으로 삼고 있는 가치입니다. 투석 중·후의 불편을 줄이고, 식이·운동·약물 관리가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돕는 의사가 되고자 합니다. 때로는 환자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불편한 이야기를 해야 할 때 어려움을 느끼고 고민이 많아지곤 하지만, 그 과정을 함께 견디고 나서 환자의 검사 결과와 표정이 동시에 나아지는 순간을 마주할 때면 ‘이 일을 선택하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과정 하나하나가 저에게는 배움이자 보람이고, 또 동기가 됩니다.
오늘도 환자분들의 하루가 건강하고 편안하기를 바라며, 침상 곁과 차트 앞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신장내과 의사로서의 제 자신을 다시 돌아보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대한신장학회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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