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돈 / 울산대학교병원 신장내과
한국 사회는 이미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투석 인구에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2020년을 기점으로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투석 환자가 증가한 국가 중 하나로, 인구 고령화 속도에 비례해 말기콩팥병(ESKD) 유병률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급속한 고령화는 의료 시스템에 구조적인 부담을 주며, 치료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하고 있습니다. 또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와 2019년 신종 감염병의 대유행은 투석 환자 집단의 취약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켰습니다. 혈액투석 환자들은 면역이 저하되어 감염 위험이 크고, 주 3회의 병원 방문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감염 확산기에는 의료기관 방문 자체가 새로운 감염 경로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인공신장실 중심의 주 3회 혈액투석(In-center hemodialysis) 모델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말기신부전 환자 치료 체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재택혈액투석이란 무엇인가?
재택혈액투석(Home Hemodialysis, HHD)은 병원이나 인공신장실이 아닌 환자 자택에서 시행하는 혈액투석 방식으로, 의료진의 지도 아래 환자와 보호자가 투석기기 운용 교육을 받은 뒤 직접 치료를 수행하는 형태입니다. 이는 단순히 투석 장소만을 변경한 것이 아니라, 투석의 빈도와 강도, 그리고 삶의 질 전반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모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혈액투석(in-center HD)은 주 3회, 4시간 내외로 정형화되어 있지만, 재택혈액투석은 Short Daily HD(단시간·고빈도) 또는 Nocturnal HD(야간 장시간) 두 형태로 시행되며, 환자의 생리적 상태와 생활 리듬에 맞춰 더 자주, 더 천천히 체액과 요독소를 제거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이 지닌 체액·혈압 조절의 안정성, 심혈관계 부담 완화, 삶의 질(QOL) 향상 등의 임상적 이점을 다양한 연구에서 확인한 바 있습니다.
현재 재택혈액투석은 전 세계 40개국 이상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으나, 실제 이용률은 아직 제한적입니다. 이러한 원인을 고찰하고 각 국가의 투석 치료 발전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2025년 9월 일본에서 국제혈액투석학회와 일본재택혈액투석학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ISHD & JSHHD Joint Meeting with KDIGO가 열렸으며, 대한신장학회 박형천 이사장과 대한신장학회 산하 재택혈액투석연구회(회장 서울의대 김동기) 회원분들과 함께 참석하였습니다.
ISHD & JSHHD Joint Meeting with KDIGO
학회 첫 이틀 동안은 세계 각국의 연자들이 “Home Hemodialysis and Personalized Dialysis for the Future”라는 주제로, 각 나라의 말기신부전 치료 현황과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 발표를 진행하였습니다. 특히 KDIGO는 학회 마지막 날을 따로 배정하여 “KDIGO workshop on implementation and expansion of home hemodialysis in East Asia: A focus on Hong Kong, Japan, Korea and Taiwan”이라는 제목의 토론 워크숍을 마련하였으며, 이를 통해 동아시아 의료진들의 현장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시노펙스사의 세션 후원(좌장 범일연세내과 이동형, 도쿄프론티어그룹 마사키 하라) 아래 서울대학교 병원 강은정 교수의 노인신대체요법의 현황,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김성근 교수의 혈액투석기 국산화 사업 발표가 이루어졌습니다. 또한 KDIGO 워크숍의 Patient advocacy시간에서는 현재 복막투석을 유지하고 있는 권기정 환우가 참석해 자신의 재택복막투석 경험을 직접 나누어 주셨습니다.
홍콩에서는 PD first policy를 주도한 필립 리 교수가 참여하여 홍콩신대체요법의 발전사를 공유했습니다. 특히 홍콩의 ‘PD-First 정책’을 국가 차원에서 제도화하게 된 배경과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 홍콩은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ESKD 환자 폭증을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도시 구조상 병원을 확장할 공간이 부족했고, 높은 인건비 등의 이유로 혈액투석 병상을 늘리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환경 요인은 복막투석을 1차 치료로 적극 권장하는 정책으로 이어졌고, 이후 이 정책은 세계적 모델이 되었습니다.
이후 2006년에는 야간 HHD(Nocturnal HHD) 프로그램이 도입되었습니다. 홍콩의 투석 정책 발전을 정리한 연구에 따르면, 정부는 단일 보험 시스템 내에서 HHD를 PD와 동등한 선택지로 만들기 위해 수가 체계와 장비 보조금 제도를 우선적으로 마련했습니다. 그 결과 2006년 이후 야간 HHD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였고, 2024년 기준으로는 약 187명이 등록된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홍콩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단시간 내에 HHD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킨 국가이며, 이는 높은 재택복막투석 비율, 경제활동을 지속하고자 하는 환자들의 동기, 미국에서 개발된 카트리지형 HHD 기기인 NxStage의 적극적 도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됩니다.
일본의 HHD는 2010년 이후 도입률이 상승하고 있으며, Assisted HHD 모델과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이 제도권 안으로 편입되면서 2022년 기준 약 827명의 환자가 HHD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학회를 주도적으로 개최한 일본재택혈액투석연구회의 이쿠토 마사카네 교수는 발표에서 “일본의 HHD는 서구처럼 특수한 가정용 기기를 사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병원에서 사용하는 동일한 기계를 환자 자택에 설치하는 형태로 발전해 왔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초기 설치 비용과 인력 부담이 크고, 병원과 환자 간의 원격 모니터링 체계 구축이 어려워 제도적 확산이 더디게 진행되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2010년, 2022년 두 차례의 주요 급여 개정을 단행했습니다. 2010년에는 환자 교육과 시설관리 수가가 신설되었고, 2022년에는 환자 교육 및 관리비(월 10만 엔), 기기 임차료(월 10만 엔)를 추가로 인정하여 병원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였습니다. 마사카네 교수의 발표 중 기억할 만한 내용은 일본HHD 자체의 안전성이었습니다. JSHHD사고보고서에 따르면(302명, 70,878세션 중 289건) 전체 사고의 96%가 경미한 사건이었으며, 중대한 사고는 바늘 이탈 5건, 저혈압 5건, 공기색전 1건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HHD가 안전성 측면에서도 안정된 치료임을 보여주는 결과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사카네 교수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역 간 격차(일부 현에서는 HHD 환자가 전무), 젊은 신장내과 의사의 참여 부족 등을 꼽았습니다. 실제로 일본 내 4,459개 투석시설 중 HHD를 시행하는 곳은 약 180개(4%)에 불과하며, 그중 20명 이상 HHD 환자를 보유한 기관은 단 7곳뿐입니다. 마사카네 교수는 “적절한 보상체계와 공적 지원이 HHD 확산의 핵심 열쇠이며, 환자와 가족의 불안감을 줄이고 젊은 의사들의 참여를 확대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강조하였습니다.
캐나다 모델의 적용 가능성
아시아 지역에서는 주로 홍콩과 일본의 모델이 발표되었다면, KDIGO East-Asia 모임을 주도한 국제혈액투석학회(ISHD) 회장 크리스 챈 교수의 캐나다 모델 발표가 주목받았습니다. 챈 교수는 토론토대학(UHN, Toronto General Hospital)을 중심으로 구축된 캐나다형 모델을 소개하며, HHD 비율은 전체 투석 환자의 약 6% 수준(재택복막투석은 약 20%)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재택혈액투석의 성공은 기술이 아니라 팀워크와 체계적인 교육에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챈 교수는 “Expanding Home Hemodialysis in East Asia: Economics, Policy & Adoption”이라는 기조 강연에서 HHD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정책과 보건경제의 혁신 과제임을 강조했습니다.
토론토대학에서 시행된 연구에 따르면 HHD는 초기 비용은 높지만, 장기적으로 병원 내 혈액투석보다 15-25%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으며(QALY당 7만 달러 vs 12만 달러), 입원율과 응급실 방문 또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Komenda 등의 캐나다·호주·영국의 경제모델 분석에서는, 재택혈액투석이 장기적으로 인센터HD 보다 더 낮은 비용 구조를 갖는다는 결과가 제시되었으며, 챈 교수는 “경제적 절감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환자에게 선택권을 돌려주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캐나다는 주정부 단위의 공공보험체계와 표준화된 교육시스템을 기반으로, 전국적으로 일관된 품질관리를 유지하면서 환자 자율성과 삶의 질을 동시에 높이는 정책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자평했습니다.
캐나다의 HHD 프로그램은 크게 두 단계로 구성됩니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신장클리닉(Kidney Care Clinic, KCC) 팀이 재택투석에 관심을 보이는 환자를 선별하고, ‘Transitioning to Home HD’ 안내서를 통해 기본 개념을 소개합니다. 이후 환자는 HHD팀으로 의뢰되어 적합성 평가를 받고, 이와 동시에 혈관접근로 준비가 이루어집니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환자의 실제 자택 환경에서 투석이 가능한지를 평가하기 위해 주거환경 조사가 진행됩니다. 환자의 건강 상태, 가족 지원 여부, 전기·배관 구조 등을 검토한 뒤 약 6주간의 집중 교육훈련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 기간 동안 환자와 보호자는 도관 천자, 투석기 조작, 소독 절차, 수질 모니터링 등을 익히며, 마지막에는 실제 가정환경과 유사하게 구성된 Innovation Room에서 독립적으로 첫 투석을 시행합니다. 이와 같은 교육 방식은 일본 이케부쿠로의 도쿄프론티어 그룹 산하 병원들의 HHD교육프로그램도 유사합니다. 도쿄프론티어 그룹은 평균 연령 50세 전후의 30명 이상 HHD환자를 유지하고 있으며, CCTV가 설치된 독립 투석실에서 투석Finish 부터 기계 이탈, 도관 천자 등의 과정을 단계적으로 교육하고 있었습니다.
캐나다HHD팀의 교육을 마친 환자는 이후 매월 1회 Home Hemodialysis Clinic을 방문하여 의사·간호사·영양사·약사·사회복지사로 구성된 다학제 팀의 점검을 받습니다. 특히 BC Renal에서 제시한 ‘Care Team Guide’는 이러한 교육·관리 절차를 표준화하여, 각 지역 의료기관이 동일한 과정을 따를 수 있도록 단계별 지침(Step 1–4)을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챈 교수는 “동아시아는 이미 충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앞으로 필요한 것은 정책적 의지와 인식의 전환”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의 강연은 재택혈액투석을 단순한 치료기법이 아니라, 의료시스템의 구조적 혁신과 환자 자율성 회복의 과정으로 바라본 점에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캐나다의 경험은 기술보다 사람과 교육을 중심으로 접근하여 구축된 성공적인 HHD 모델로 평가되며, 향후 우리나라가 재택혈액투석을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참고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마치며: 한국형 HHD 도입을 위한 시사점
이번 학회를 통해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재택혈액투석의 확산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 제도와 시스템의 준비가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는 점이었습니다. HHD는 인센터HD를 대체하기 위한 모델이 아니라, 환자에게 치료 선택권을 넓혀주는 하나의 방안으로 고려되어야 합니다. 특히 국내에서 적절한 생체 기증자를 찾기 어려운 젊은 환자들에게는, 경제적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만성콩팥병을 가진 가임기 여성에게는 임신을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선택지, 소아에게는 성장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치료 환경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이번 학회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일본은 긴 혈액투석의 역사 속에서 제도적 개선과 수가 개정을 통해 서서히 HHD 기반을 구축해 왔고, 캐나다는 체계적인 교육과 다학제적 관리 체계를 바탕으로 공공보험체계 내에서 환자 중심의 모델을 성공적으로 확산시키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러한 제도적·교육적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지만, 감염병 이후 의료환경 변화와 환자의 자율성 확대의 흐름을 고려할 때, 재택혈액투석은 언젠가 반드시 준비해야 할 다음 단계임을 느꼈습니다. 향후 대한신장학회 차원에서 일본과 캐나다의 경험을 참고하여 파일럿 연구 및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표준화된 교육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우리 현실에 맞는 한국형 HHD 모델이 적합한 환자군을 대상으로 시작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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