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Ei 및 ARB는 심혈관계 질환 위험도 감소로 인해 일반 인구에서의 일차 혈압 약제이자, 만성 콩팥병 환자에서, 특히 단백뇨를 보이는 경우 신예후에 유효한 약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IDNT, RENAAL, CAPTOPRIL, REIN trial 등 신예후를 확인하는 ACEi/ARB에 대한 주요 임상 연구들은 대개 만성 콩팥병 3단계 이상의 초기 환자들을 주로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4단계 이상의 진행된 만성 콩팥병 환자에서 신예후에 대한 이득이 있는지에 대한 근거는 적었다.
또한, 이들 진행된 만성 콩팥병 환자군에서는 고칼륨혈증으로 인한 약제 중단이 잦으며, 일부 연구자들은 초기 만성 콩팥병에 비해 진행된 만성 콩팥병은 허혈성 신손상으로 인해 ACEi/ARB의 신보호 효과가 적을 것이라 언급하기도 하였다. 진행된 만성 콩팥병 환자들에서는 여전히 많은 근거들이 관찰 연구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최근 발표된 무작위 임상연구인STOP-ACEi 연구를 소개하고자 한다.
STOP ACEi 연구는 다기관 오픈라벨 무작위 임상 연구로 영국 내 39개 센터에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총 411명의 환자가 등록되었다. 18세 이상의 eGFR<30ml/min/1.72m2이면서 투석이나 신장 이식을 받지 않은 환자가 등록되었으며, 등록 전 6개월 이상 ACEi 혹은 ARB를 투여 중인 환자를 대상으로 하였다.
일차 평가 변수(primary end point)는 3년 경과 시점에서의 eGFR이었으며 이차 평가 변수(secondary end point)로 말기신부전 발생, 크레아티닌 doubling과 말기신부전의 복합 평가 지표, 삶의 질, 심혈관 사건 및 사망이 평가되었다.
추적기간은 중간값 2.7년에 중간값 나이 63세였으며, 남성 68%, 당뇨병 환자 37%, 당뇨병성 신증 환자 21%를 포함하였다. 중간값 요단백-크레아티닌 비는 1018 mg/g Cr으로 확인되었으며, 기저 신기능은 중간값 18ml/min/1.73m2, 29%가 eGFR<15 ml/min/1.72m2이었다.
연구 시작 3년째의 약물 중단 군에서의 eGFR은 12.6 ± 0.7ml/min/1.73m2 이었으며, 약물 지속군에서는 13.3 ± 0.6 ml/min/1.73m2으로 양군에 통계적 차이는 없었다(Difference, -0.7; 95% CI, -2.5 –1.0, P=0.42).
말기 신부전은 약물 중단군에서 62%, 약물 유지군에서 56% 도달하였으며 역시 통계적 차이는 없었고(Hazard ratio, 1.28; 95% CI, 0.99-1.65), 크레아티닌 doubling과의 복합 평가 지표에 대해서도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Hazard ratio, 1.07; 95% CI, 0.94-1.22).
심혈관계 사건은 약물 중단군과 유지군에서 각각 26.1%, 21.3%였으며 유의한 차이는 나지 않았다. 하위군 분석에서도 당뇨 유무, 나이, 단백뇨, 신기능 등에 따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실제 임상에서 4단계 혹은 5단계의 만성 콩팥병 환자에서 조절되지 않는 고칼륨혈증으로 혹은 투석이나 이식까지의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ACEi나 ARB를 중단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STOP ACEi 결과를 볼 때, 진행된 만성 콩팥병 환자에서 ACEi/ARB의 중단은 신예후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전 일부 관찰 연구에서 진행된 만성 콩팥병 환자에서 투석까지 도달하는 기간을 지연시킨다는 보고가 있어왔으나 무작위 연구에서는 증명되지 못하였다.
또한, STOP ACEi 연구의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양군에 배정 후 약제 중단 군에서 ACEi/ARB를 중단한 후 1년간의 혈압이 유의하게 상승함을 보였으며 이를 조절하기 위해 이차 혈압 약제들이 추가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대규모 관찰 연구에서 4단계 이상의 만성 콩팥병 환자에서 ACEi/ARB를 중단할 경우 심혈관계 사건 및 사망이 증가한다는 보고들이 있기 때문에 약제의 중단에는 보다 신중한 고려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더욱이, STOP ACEi에서 평가된 심혈관 사건은 이차 평가 지표이며 통계적 결론을 내기 위한 검정력을 확보하지 못하였음을 고려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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