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진 /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 신장내과, 대한신장학회 진료지침위원회 이사
우리나라 말기신부전의 유병률은 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말기신부전의 대표적인 원인 질환들에는 당뇨병, 고혈압 및 사구체질환 등이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볼 때 그중 당뇨병이 가장 흔한 원인이며, 대한신장학회 등록자료(Korean Renal Data System, KORDS)를 분석해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당뇨병이 말기신부전의 원인 질환의 1위(2020년 기준 49.8%)를 차지하고 있다.
당뇨병 환자의 약 1/3에서 경과 중 콩팥병을 동반하게 된다고 알려져 있어서 당뇨병의 유병률이 감소하지 않는 한 당뇨병과 연관된 만성콩팥병과 말기신부전 발생은 향후에도 고령화 및 초고령화와 함께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만성콩팥병과 말기신부전 환자의 증가는 콩팥병 자체와 연관된 합병증 증가, 생존율 감소, 삶의 질 저하, 심혈관계 사고 증가 및 콩팥병 치료에 따른 의료 비용 상승 등으로 이어져 개개인의 건강한 삶 영위에 있어 큰 걸림돌이 될 뿐 아니라 지역, 사회, 경제 및 정책 등 다양한 방면에서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당뇨병 질환 자체의 진단, 치료 및 예방에 대하여는 모든 내과 및 소아청소년과 의사들과 일차의료기관 의사들이 다루고 있지만 환자별로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발생할 수 있는 당뇨병의 각 합병증들에 대한 예방, 진단, 치료 및 관리 면에 있어서는 특성화 및 전문화된 진료가 요구될 수 있다. 특히 콩팥병과 동반되어 있는 당뇨병은 환자 개개인의 모든 요소들을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질환이며, 따라서 모든 당뇨병 환자들에서는 콩팥병 징후를 조기에 인지하고 진행을 억제하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가 중요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콩팥병 진단이 늦어지기도 하고 콩팥 기능이 비가역적으로 저하된 상태에서 신장학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의 진료를 뒤늦게 받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이렇게 당뇨병콩팥병이 미치는 의료 및 의료 외적 영향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신장학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의 관점에서 제시되는 당뇨병콩팥병의 예방, 진단 및 치료를 아우르는 전반적인 진료에 대한 표준화된 지침이 존재하지 않아 당뇨병콩팥병 진료지침에 대한 관심과 임상적인 요구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2020년 KDIGO (Kidney Disease: Improving Global Outcomes)에서는 당뇨병을 동반한 만성콩팥병에 중점을 둔 ‘KDIGO Clinical Practice Guideline for Diabetes Management in Chronic Kidney Disease’를 발표하였고, 최근에 다시 당뇨병콩팥병 치료 분야의 빠른 발전에 빠른 변화에 발맞추어 2022년 개정판을 새로이 발표하였다. 신장학 연구 단체들의 이러한 빠른 대처는 오랜 기간 답보 상태에 이르렀던 콩팥병 치료제 분야에서도 새로운 약물들이 등장하고 적응증들이 확대됨에 따른 조치이기도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당뇨병과 연관된 만성콩팥병은 의료보건 분야에 있어 전 세계적인 공통 관심사로서 향후 인류 건강에 있어 가장 위협적인 질병들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국제적인 진료지침의 개발과 배포 자체도 중요하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만의 신체적인 특성, 생활습관, 문화 및 의료 제도를 고려하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당뇨병콩팥병이 끼치는 심각한 보건의료 상황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우리나라 자체의 임상진료지침도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어 왔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여 대한신장학회(이사장 임춘수 서울의대 교수)에서는 “대한신장학회 당뇨병콩팥병 진료지침”을 발간하기로 결정하였고, 학회 산하 진료지침위원회를 통하여 2022년 6월부터 진료지침 개발에 착수하였다. 콩팥병 위험도가 높은 당뇨병 환자들부터 당뇨병이 동반된 말기신부전 환자들까지 모든 당뇨병콩팥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당뇨병콩팥병의 예방 및 진단과 치료에 대한 각 전문가들의 의견을 선별하고 관련된 국내외 최신 표준 진료지침과 최신 의학적 근거들을 바탕으로 개발 중에 있다(표 1).

이상적으로는, 당뇨병콩팥병의 적절한 치료를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다학제 진료팀이 관여하는 것이 필요하므로 당뇨병에 의한 각 장기의 합병증 관리를 위하여 각 장기질환별 전문 의사들도 개입해야 하며 더 나아가 간호사, 영양사, 약사, 사회사업가, 교육가 및 의료 정책 입안자 등이 함께 당뇨병 환자들에 대하여 전방위의 의료 서비스 및 의료 외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제도적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엇보다도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신장학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들을 위하여 당뇨병콩팥병 환자들에게 적용해야 할 최신 진단, 치료 및 예방에 대한 지견과 향후 다 함께 고민해야 할 의료 현안들에 대해서 정리하여 먼저 제시하고자 한다.

2023년 3월 세계 콩팥의 날(World Kidney Day)에 맞추어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인 이 진료지침이 일선 진료 현장의 의료진들에게 당뇨병 환자들에서의 콩팥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각 단계별 최적의 치료와 관리법을 제공하는 데 있어 실제 도움이 될 수 있는 임상진료지침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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