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CN 2024 유치위원회를 구성하다.
전임 이사장님 양철우 교수님으로부터 “2024 아시아태평양 신장학회 학술대회(Asian Pacific Congress of Nephrology 2024, APCN 2024)” 유치위원장을 맡아달라는 연락을 받은 지도 어느새 1년이 되었습니다.
공치사를 하는 것 같아 이번 특집기사를 작성하는 것이 망설여졌지만, 어찌 되었든 이번 APCN 2024 유치에 성공했던 과정에 대한 기록은 앞으로 대한신장학회가 해외 학회 유치를 할 때 중요한 가이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유치에 관한 기고문을 작성하기로 하였습니다.
아시아 태평양 신장학회(Asian Pacific Society of Nephrology, APSN)는 신장학 분야의 대표적인 국제학술단체로 회원국으로는 호주, 중국, 한국, 일본, 홍콩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40개국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번 APCN 2024를 유치하는 일은, 2010년 코엑스에서 APCN을 유치한 이후 오랫동안 한국에서 열리지 않았기 때문에 국제화를 추구하고 있는 대한신장학회에도 매우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2016년부터 대한신장학회를 국제학술대회로 치러왔으며, 오랜 숙원이었던 2021년 KRCP의 SCIE에 등재되는 등 대한신장학회의 저력을 보여줘왔으니, 이제는 국제사회에서 리더로 자리매김할 KSN의 가능성을 믿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일을 제가 주도해야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고,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심지어는 제가 성공할 수 있으리라고 믿지도 못했습니다.
이번 APCN 2024 유치 작전은 그동안 신장학회에서 쌓인 노하우와 도움을 얻기 위해 유치위원회를 꾸리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저희 유치위원회의 구성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민지원 교수(가톨릭의대)가 간사로 저와 함께 지근거리에서 계획과 세부 전략을 논의하고 발표를 준비하는 등 마지막까지 수고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김성균 총무이사(한림의대)와 김좌경 부총무이사(한림의대)가 총무단으로 참여하여 학술대회 규모, 장소, budget을 결정하고 해외 학회 학술단체의 지지 서한을 얻어내는데 고생해 주었습니다. 정병하 대외협력이사(가톨릭의대)는 대외협력위원회와의 소통 및 필요시 지원을 해주었고, 학술위원회와 소통을 위해 오세원 교수(고려의대)가 수고해 주었습니다.
또한 국내 학술 단체의 지지 서한을 위해 이정환 교수(서울의대), APSN과의 소통을 위한 창구로 지종현 교수(연세의대), 지역과의 연계를 위해 조장희 교수(경북의대)가 수고해 주었습니다.
3월에 유치위원회를 꾸린 후에는 4월부터 저희 위원회는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던 것처럼 비록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이전 임기에서 WCN과 APCN의 유치를 위해 준비했던 자료들로부터는 여러 노하우를 얻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일단 5월 중순에 유치의향서를 제출하였으며, 이후 우리나라 외에도 호주, 말레이시아, 인도, 대만 5개국이 경쟁에 합류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코로나로 인해 닫혀있던 국제 교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였습니다.

슬로건의 탄생 'Promoting Kidney Healthy: The Asia-Pacific and Beyond'
이후 7월 말 formal bidding proposal을 제출해야 했으며, 여기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내용들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면서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고, 우리의 우수성을 나타내야 했습니다.
김연수, 양철우 전임 이사장님께서 만들어 오셨던 여러 국제학술단체들과의 업무협약은 우수한 학술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고, 지지 서한을 확보하여 경쟁력에서 우선 순위를 점할 수 있게 해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김성균 교수님 등이 그동안 학술활동으로 쌓아온 국제 사회의 여러 인맥들은 우리의 훌륭한 후원자가 되었습니다. 모든 위원들이 한마음으로 애쓰고 움직였습니다.
서류 제출을 한 달 앞둔 6월 말에는 우리가 가진 경쟁력과 우수성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슬로건을 APCN 2024 유치위원, 대외협력위원, 학술위원들에게 공모하여 모집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우리의 슬로건이 'Promoting Kidney Healthy: The Asia-Pacific and Beyond'입니다.
한승혁 학술이사를 필두로 한 학술위원회에서는 그동안 국제학회로 진행해온 KSN 학술대회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한껏 이용하고 우리의 슬로건 'Promoting Kidney Healthy: The Asia-Pacific and Beyond'이 잘 반영된 학술 프로그램을 여러 차례 수정해가며 만들어 주셨습니다.
존경하는 신장학회 원로들이신 김용림, 양철우, 김연수, 박형천 교수님 등은 honorary advisor로서 유치를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우리는 7월 말 이렇게 완성된 final bidding proposal을 제출하였고, 약 한 달 여간의 심사 끝에 9월 초 제출한 5개국 중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는 좋은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차원이 다른 프레젠테이션을 향하여
최종 구두 발표는 11월 3일부터 5일까지 미국신장학회 기간 중 진행된 아시아 태평양 신장학회 집행위원회에서 진행하기로 결정되었으며, 최종 경쟁국으로는 우리나라 외에 호주와 대만이 포함되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우리가 제안서에 넣었던 내용을 잘 반영할 수 있는 발표 슬라이드를 제작하고, 발표 준비를 해야했으며, 선거인단을 다시 확인해서 투표에 참여할 가능성과 누구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높을지 등을 예상하고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선거권자들에게 지원을 호소하는 전략을 짜야 했습니다.
여기에는 위에 도움을 주셨던 교수님들 외에도 강덕희, 이상호, 이유호, 양지현 교수님 등이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서울관광재단과 한국관광공사에서 슬라이드 제작 및 발표 지원 등 여러 지원을 아끼지 않아 우리나라도 이제는 내용이나 외형 면에서 선진국 대열에 들어왔다는 것을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미국시간 11월 4일 새벽 6시 30분부터 올랜도에 위치한 오렌지 카운티 컨벤션 센터에서 구두 발표가 열렸습니다. 우리나라의 발표자로는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이제는 대외협력위원회와 APCN 2024 유치위원회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협력자인 가톨릭대학의 민지원 교수가 담당해 주었습니다.
언제나 국제학회 유치에 모든 열과 성의를 다하는 대만, 그리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영어를 원어로 쓰는 호주와의 경합은 치열할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실제 투표 결과는 11:4:2로 실로 압도적인 표 차이로 우리가 유치에 성공해 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내용면에서나 훌륭한 프레젠테이션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저만의 평가가 아니고, 그 자리에 참석해 축하를 보내주었던 모든 심사위원들의 평가였고, 자리에 참석했던 임춘수 이사장님과 김성균 총무이사 등에게 진심 어린 인사를 받았습니다.

마무리하며
3월부터 시작된 유치를 위한 8개월 간의 활동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대한신장학회에 정말 우수한 인재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고 대한신장학회가 한마음 한뜻으로 노력할 때 얻어지는 결과를 눈앞에서 경험한 순간이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한 팀으로 애써준 저희 유치위원들과 대한신장학회 임원들은 함께 느꼈고 함께 감사했던 순간이었을 것입니다.
이번 4월에 있을 KSN 2023이 끝나고 나면 이제는 APCN 2024를 성공시키기 위한 준비가 시작될 것입니다. 2024 아시아태평양 신장학회 학술대회는 2024년 6월 13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릴 예정이며 역대 최대 규모인 40개 회원국으로부터 약 3,500명의 국내외 연구자들이 모이는 국제 학술 축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APCN 2024는 모든 신장학회 회원들이 2002년 월드컵에서 온 국민이 함께 행복했던 것과 같이 함께 행복한 시간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뜨거운 경쟁을 뚫고 유치에 성공한 APCN 2024는 국제사회 속에서 대한민국 신장학의 역량을 도약시킬 수 있는 새로운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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