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라 / 신앤장서울내과 대표원장
안녕하세요? 서울 강북구에 2023년 4월 신앤장서울내과를 개원한 신나라입니다. 저는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서울대병원에서 인턴, 내과 전공의 및 신장내과 전임의를 마치고 외래 및 인공신장실이 있는 투석병원에서 근무 후 2023년 4월 강북구에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대한신장학회 회원 여러분께 지면으로나마 인사드릴 수 있는 기회를 주시어 정말 감사드립니다.
“도대체 먹을 게 하나도 없는데, 이제 뭘 먹고 살라는 거예요?” 회진을 돌면서 환자들에게 늘 듣는 말이지요. 우리나라는 먹는 게 참 중요한 민족이다 보니 회진 때마다 이건 먹어도 되는지, 저건 먹어도 되는지 이런 질문에 대답하는 시간이 회진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먹는 것만큼 또 중요한 게 없기 때문에 이런 식사 교육 하나하나가 환자들에게 참 중요한 부분이라고 느낍니다.
특히 대학병원 외래를 꾸준히 다니면서 잘 준비하여 시작한 투석 환자들보다, 급작스럽게 입원하게 되어 투석이라는 치료에 대해 아직 부정의 단계를 다 지나지 못하고 로컬 투석실에 온 환자들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교육을 받고 나오셨거나 받지 않고 나오셨거나 모두 하나같이 어떻게 먹어야 할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너무 막막해하시며 힘들어하실 때,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집니다.
어떻게 하면, 투석이라는 치료를 잘 받아들이고 지금 생활을 지켜나가게 도와드릴 수 있을까, 환자와 보호자분을 만날 때마다 충분한 공감과 지지를 해드리고, 우리가 살아왔던 생활을 최대한 지켜드리겠다고 말씀드리는 것이 저의 첫 번째 약속이며,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세심하고 따뜻한 진료”가 이러한 생각으로부터 나온 저희 병원의 진료 철학입니다.

저는 평소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으려 노력하고 공감을 잘하는 성격으로, 만성질환으로 지속해서 병원을 드나들어야 하는 환자들의 주치의로서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해주는 경험들이 저에게는 보람있게 느껴져 투석실에서 근무하는 길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대학병원에서 나오고 나서 약 9년간 지역사회에서 환자들의 주치의가 되어 투석실 근무를 하였는데, 그러는 동안 서로 다른 두 지역에 근무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지역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도 많이 느끼게 되어, 내가 생각하는 신장내과 의사로의 역할을 잘 펼쳐볼 수 있는 지역을 많이 고민해 보았고 그런 고민의 과정에서 현재의 자리로 개원 장소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전부터 개원을 생각하며 많은 자리를 알아보면서, 모든 것들이 다 맞아도 사람의 마음이 맞지 않아 그 계약이 성사되지 않고 물거품이 될 때도 있었고, 도장만 찍으면 되는 단계까지 갔을 때도 있었지만, 알고 보니 사연이 있었던 자리여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몇 번의 계약 불발을 겪으면서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내 자리를 찾아보자 하던 것이 코로나19가 발생함으로써 잠시 멈춤이 되었습니다.
이 시기에는 현 자리에서 역할을 다하는 하루하루도 쉽지 않아서 무얼 더 생각하기 어려운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저는 어쩌면 이 시기에 어디에 속해 있었던 것이 다행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 개원해서 보니 한 치 앞을 바라보기가 힘들었을 이 시기를 무사히 잘 이겨내고 환자와 병원을 지켜내신 모든 원장님이 정말 다시 한번 존경스러운 생각이 듭니다.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저 역시 제가 속해있는 병원과 환자, 직원들과 안전한 하루하루를 지켜나가기 위해 애를 쓰며 지냈고, 이와 더불어 저의 건강을 위해 매일 새벽 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코로나 당시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전염병의 대유행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 생활을 지켜나가는 작은 행동 하나하나였고, 그중에 하나가 나를 위한 운동의 시간이어서 많은 사람이 SNS에서 '오늘운동완료 #오운완 챌린지'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그 목적으로 사람들을 마주치지 않고 내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운동을 생각하다가 새벽부터 동네 뒷산을 오르게 되었습니다. 한여름 아침 시작했던 아침 등산 운동은 10월이 되니 수많은 낙엽이 쌓여있는 길로 미끄러워 넘어질 뻔도 해보고, 11월이 되니 어두컴컴한 새벽을 나서기가 여간 무섭지 않았으나, 함께하는 등산 메이트가 있으니 어려움과 무서움을 극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아침 등산과 함께 만 2년을 보내고 코로나19의 긴 터널 끝에 다다르니,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기나긴 투석실의 여정도 함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개원을 준비하게 되었고, 병원의 진료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분들과 함께 진료를 시작하였습니다.
평소에도 투석실 회진 시간을 길게 잡고 도는데, 이틀에 한 번 보는 환자분들이어도 매일매일 새로운 질문과 각기 다른 증상들로 질문을 하시기 때문에 그걸 다 듣느라 꽤 많은 시간을 소요하게 됩니다. 뒤에 함께 회진을 도는 직원들의 분주한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환자들이 호소하는 여러 증상과 표현 사이에 답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기꺼이 듣고 또 듣습니다.
전공의 때 교수님께서 회진 중 이 환자에게 이게 지금 중요한 문제가 될까 싶었던 주치의에게는 다소 사소해 보였던 증상을 다 들으시더니 “OO약 있는지 한번 확인해 보게. 그걸 빼면 좋아질 부분이네.”라고 말씀하시고는 문제를 해결해 주시는 것을 보면서 '환자의 말을 허투루 들을 게 아니구나!' 하고 느꼈던 경험으로 회진 시간 동안 환자들의 말을 경청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최근 연구의 트렌드 중 좋은 투석치료의 방법과 약제들로 환자들의 Hard Outcome만을 보아왔던 과거의 연구들에서 이제 환자들의 주관적인 증상 완화, 삶의 질 개선 등을 outcome으로 환자가 중심이 되는 연구의 방향으로 가는 부분을 보면서, 우리의 방향이 틀리지 않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좋은 투석치료와 약제들은 원장인 제가 공부해서 해드리면 되는 부분이고, 환자들이 느끼는 여러 가지 증상들, 아직 다 해결해드리지 못하는 주관적인 부분들에 대해서도 귀 기울여 듣고, 개선해드리고자 하는 우리의 노력이 시대의 큰 흐름과 같다는 것을 느끼며, 환자들 개개인의 생활에 맞추어 식이 교육과 약물 교육을 해드리고 하는 시간이 환자들의 더 나은 투석생활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많은 분과 중 신장내과를 선택했던 것도, 이러한 진료 철학을 가지고 진료에 임하게 되는 것도, 사실 수련을 받으면서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님들과 많은 선배님의 발자국을 따라가며 배웠던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개원 하기로 마음먹은 저에게 큰 용기와 응원을 주셨던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님들, 그리고 의국 선후배님들, 도와주신 여러 선생님께 정말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항상 함께 같은 방향을 보며 걸어주고 페이스를 맞춰 뛰어주는 내조의 왕, 장 원장님과 가족들,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기꺼이 함께 해주며 함께 울고 웃는 병원 직원들에게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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