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교수로 연구와 환자 진료가 천직이라고 생각하던 제가 회사를 설립하고 리터러시-M 플랫폼 개발을 시작한 지 벌써 훌쩍 1년이 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의사 창업에 대한 호기심에 질문을 많이 주시기도 하고 저의 짧은 경험이 N잡을 준비 중인 동료, 선후배님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간단히 정리하고자 합니다.

Q. 창업 아이템인 리터러시-M을 소개하신다면?
저는 2020년 1월 환자가 생산하는 데이터에 대한 개인 건강기록(personalized health record)과 이에 기반한 메디컬 리터러시와 스마트 헬스케어를 제공하고자 (주)K바이오헬스케어를 설립하였습니다. 우리의 가치는 '모든 환자는 이해하기 쉽고 동시에 검증된 의료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입니다. 환자들은 국내외 검사 결과나 약물을 리터러시-M 플랫폼에 사진을 찍어 올리면 이해하기 쉬운 차트로 확인할 수 있고, 플랫폼 내에서 건강보험공단이나 심평원의 데이터를 같이 모아서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환자가 동의하면 약물 사용이나 검사결과의 이상 소견에 대한 리터러시를 제공하며 특히 개인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맞춤 유튜브 동영상을 추천해드립니다. 물론 병원 진료 시 의사는 환자의 약물 사용력이나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리터러시-M 서비스는 금년 3월 중순부터 앱으로 공개예정입니다.
Q. 창업을 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창업 전에 진료하면서 느낀 점 중 하나가 만성질환자 대부분이 의학적 지식이나 상식이 부족하다는 점이었습니다. 또 유튜브나 온라인에서 얻는 정보의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안타까웠습니다.
처음에는 막연히 환자가 가지고 있는 의료 data를 환자 주도로 저장할 수 있는 웹하드를 제공하고 여기에 알기 쉽게 설명을 곁들이면 좋겠다는 간단한 생각으로 회사를 구상했습니다. 더욱 구체적인 사업화를 위해 1년 가까이 선배 창업자, 의료정보 업체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고, 해당 분야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올바른 정보의 콘텐츠를 평가시스템에 기반하여 플랫폼을 통해 추천하고, 추천된 콘텐츠들을 전문가가 큐레이션 할 수 있도록 하여 환자에게 올바른 의료 콘텐츠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여기에 환자의 건강상태에 따른 맞춤 유튜브 큐레이션을 제공하기 위해 '개인건강기록 기반 맞춤 의료정보 제공'이라는 해결 방안을 찾게 된 것입니다. 의료 리터러시에 대한 문제 인식 그리고 환자 맞춤 의료정보 제공이라는 해결 방안을 의료 현장에서 구현하고 싶은 열망이 제가 회사를 설립한 이유입니다.
Q. 현재 진행 상황과 앞으로의 계획은?
지난 1년간 서비스 개발팀과 프로그램 개발팀에 속한 10명의 동료 직원과 리터러시-M 앱을 만들고 3월중 출시 예정입니다. 이는 초기 스타트업의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엔젤투자를 다행히 지난 9월에 유치할 수 있어 가능했습니다.
리터러시-M 앱 출시후 바로 DAICOM 파일을 저장, 교류할 수 있는 리터러시-M 웹 플랫폼과 영어, 러시아, 중국어 버전을 개발하여 해외 거주 환자들에게도 금년 1년안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최근 TIPS 운용사 투자를 유치하였고 연계된 해외 투자를 유치 중이며 본격적인 해외 서비스 개발을 위해 올 7월경 시리즈A 투자 유치를 계획 중입니다.
Q. 의사가 IT 분야에서 창업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요?
아직 시작 단계지만, 저의 경험을 비춰보면 그동안 의료계에서 얻은 다양한 경험과 성취가 가장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요즘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해 미국 로드아일랜드주의 엑셀러레이터 기업인 New England Medical Innovation Center의 bootcamp에 참여하여 매주 교육과 발표를 하고 있습니다. ‘좀 더 일찍 시작했으면 더 좋았을까?’ 이런 푸념이 들기도 했지만, bootcamp가 진행될수록 환자진료에서 축적된 경험들로 문제를 해결해가면서 새로운 기회를 얻기도 했습니다.
두번째는 명확한 문제인식과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solution이 확실히 정립되었을 때 사업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사업을 시작하고난뒤 돌아보니 문제의 해결방안이 잘못되었고 뒤늦게 이를 해결하고자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 성공이라는 기차는 떠나고 남들에게 사업 아이디어만 제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Q. 앞으로 의사도 N잡 시대에 살게 될 것으로 보시나요?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는 N잡러가 아닌 것이 오히려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세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습니다. 현재까지 투잡조차 일반적이지 않은 의료계가 이렇게 변할 수 있을지는 과연 모르겠습니다.
최근에는 전문직인 의사 또는 의료인의 경우에 부업으로 의료 경험을 살린 콘텐츠(웹툰, 유튜브 등)로 수익을 얻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으며, 의과대학 졸업생이나 재학생 중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고민하는 제자들이 많이 증가하고 있는 것 같아요.
경제적인 이유에서 N잡러로 내몰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생각한 가치를 실현하기위해 다른 직업을 같이 활용한다면, 그리고 그동안 의료계에서 축적한 경험과 성취가 이차적인 경제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여러 기회를 접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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