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단어가 단풍과 갈대라는 것에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끝없이 펼쳐지는 황금빛 갈대밭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길은 전국적으로 여러 곳이 있다.
오래전부터 가을이 무르익으면 전국적으로 유명한 갈대밭 명소에는 몰려든 인파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잘 알려진 갈대밭 중에 신성리 갈대밭, 을숙도 생태공원, 안산 갈대습지를 같이 걸으면서 무르익은 가을 분위기를 맘껏 즐겨본다.

늦가을 황금빛 물결의 갈대와 푸른 금강이 어우러진 신성리 갈대밭
신성리 갈대밭은 충남 한산 금강 하구에 1.5km 길이로 펼쳐져 있는 드넓은 갈대밭으로 한국의 4대 갈대밭으로 꼽힌다. 아름다운 풍경 덕분에 사진작가들이 출사를 나오는 장소로 인기가 높으며,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등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역사적으로는 고려 말 최초로 화약을 가지고 왜구를 소탕시킨 진포해전이 있었던 곳이다.
순차적으로 도시를 벗어나 늦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주변 풍광을 감상하며 한산의 신성리 마을로 들어선다. 아침 일찍 도착하여 아직은 한산한 주차장에 여유롭게 차를 세우고 오늘의 걷기 코스를 구상한다.
하늘을 향하는 느낌의 계단을 천천히 올라서 제방에 다다르니 황금빛 갈대와 푸른 금강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잠시 명상에 잠겼다가 나도 모르게 사진기를 꺼내서 셔터를 쉴 새 없이 눌러댄다.
제방에서 내려와서 갈대들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어른 키 높이의 갈대들이 바람에 몸을 맡기듯 흔들거리며 오는 사람들을 반겨 맞아준다.
개천을 건너는 다리 위에서 바라보이는 제방길과 어우러진 갈대들의 풍광이 색다르다. 갈림길에서 금강 쪽으로 방향을 틀어 스카이워크로 올라가니 푸른 금강이 햇살을 맞아 반짝반짝 찬란하게 빛난다. 자연이 만들어준 찬란히 빛나는 금강과 황금빛 갈대들의 아름다운 조화를 천천히 감상하며 잠시 여유를 갖는다.
강가를 따라 이어지는 수변데크 산책로에는 추억의 사진을 남길 수 있는 세트장이 설치되어 지나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다시 오솔길로 이어져 갈대를 친구 삼아 걷다 보니 반대쪽 갈대밭 끝자락이다.
지그재그로 재미있게 설치한 나무데크를 따라 걸으면서 햇살에 반사된 갈대들의 아름다운 모습에 매료된다. 멀리 산들의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부부 기념사진을 남기고 제방길을 따라 출발점에 와보니 이른 아침보다는 방문자 수가 늘어서 북적이는 느낌이다. 엄마의 손을 꼭 잡고 다른 한 손에는 먹거리를 쥔 아이가 빨리 가보자며 아빠를 재촉한다. 신성리 갈대밭 표지 앞에서는 연인들이 행복 가득한 표정으로 셀카를 찍느라 바쁘다.
갈대밭을 가로지르는 스카이워크를 따라 천천히 걸으면서 보는 갈대들이 만드는 황금물결의 아름다운 풍경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스카이워크를 내려와 갈대밭 중심의 아기자기한 오솔길들을 미로찾기 하듯 걷다가 전망대로 향한다. 둥근 모양의 전망대에 올라가니 갈대밭 너머로 보이는 푸른 금강과 산봉우리들이 한 폭의 풍경화를 만든다. 주차장으로 돌아와서 100분 8천 보의 걷기를 마치고 유경 씨가 다녔던 초등학교를 찾아 출발한다.
이제는 갈숲마을 체험 학습장으로 변신한 학교지만 교실 하나에는 옛날에 쓰던 책상과 걸상, 난로, 교과서 등을 그대로 남겨서 오랜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교실 창가에서 연봉국민학교 현판을 발견하고 기쁜 마음으로 사진으로 남기며 오늘의 추억 여행을 마무리한다.
낙동강 풍경과 갈대가 빚어낸 멋진 정취를 즐기는 을숙도 생태공원
을숙도는 새가 많고 물이 맑다고 이름이 지어졌으며,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는 천혜 자원 보고로 동양 최대의 철새 도래지다. 안타깝게도 도시개발과 함께 분뇨처리장 등으로 훼손되었다가 친환경적 을숙도 생태공원 조성 사업을 추진하여 오늘날의 철새공원과 생태공원으로 복원하였다. 계절별 철새 탐조와 함께 봄에는 벚꽃, 가을에는 갈대 군락으로 가족 나들이의 최고 장소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생태공원에 주차하고 피크닉광장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소풍을 나온 가족들이 여기저기 모여서 여가를 즐긴다. 산책로를 따라 서로 경주하듯 킥보드를 타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공원 한가운데에 곱게 물든 나무의 자태가 정말 아름답고, 금상첨화로 푸른 하늘이 배경이 되어 멋진 작품이 되어준다.
멀리서 가을바람에 맞춰 손 흔들며 지나는 사람들을 반겨 맞아주는 갈대들이 빨리 오라고 한다. 늦가을의 정취에 흠뻑 빠져들 수 있는 황금 갈대밭으로 들어서니 나도 모르게 카메라 셔터를 바쁘게 눌러댄다.
을숙도를 가로지르는 도로를 건너가는 생태다리 앞에서 다리 위를 바라보니 푸른 하늘 위 천국으로 오르는 느낌이다. 다리 위 정점에 다다르니 을숙도 주변 사방을 둘러볼 수 있는 멋진 전망대다. 가깝게는 가을의 운치가 가득한 을숙도 풍경을 보고 멀리는 을숙도 주변 산세들의 풍광이 멋지게 다가온다. 아름다운 풍경 감상을 마치고 천천히 둘레길 산책로로 발길을 옮긴다.
강가를 따라 넓고 길게 뻗은 산책로에는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서 길을 걸으며 가을 정취를 즐긴다. 이제는 잎이 거의 떨어지고 가지만 남은 벚나무 가로수들은 봄에 다시 오라고 우리에게 속삭인다. 낙동강 풍경과 함께 연분홍 벚꽃이 만발한 봄 벚꽃길을 상상하니 꼭 다시 오고 싶어진다.
중간쯤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생태공원 안쪽으로 들어서니 나무와 풀들이 풍성해서 건강한 숲길의 맑은 공기가 가득하다. 나무데크 산책로를 따라가서 쉼터에서 물 한 잔의 여유와 함께 잠시 휴식의 여유를 즐긴다.
반대편 강가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수면 위에 비친 아름다운 풍광에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춘다. 강가 동백나무에는 오는 겨울을 기다리며 붉은 꽃망울들이 여러 개 맺혀있고 일부는 벌써 꽃을 피워서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한다.
하굿둑 전망대를 지나서 철새공원으로 조금 빠르게 이동하여 입구에 들어서니 모여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한 방향으로 향한다. 도도한 자태를 유지하며 한 자세로 서서 자리를 지키는 왜가리를 모델로 모두 사진을 찍기에 바쁘다. 카메라 줌으로 당겨서 찍은 수면에 비친 왜가리의 자태가 멋진 작품으로 완성된다.
큰 호수에 있는 철새들을 숨어서 볼 수 있는 탐조대에서 텔레파시로 새들과 인사를 나누고 출발점으로 돌아간다. 에코센터를 가로질러 주차장에 도착해서 100분, 9천 보의 을숙도 갈대 여행을 마무리한다.
아름다운 갈대 풍광과 푸른 가을 하늘이 함께 하는 안산 갈대습지
안산갈대습지공원은 시화로로 유입되는 하천의 수질 개선을 위해 30여만 평에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국내 최초의 대규모 인공습지다. 시민들에게는 자연 속 휴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동식물들이 어떻게 서식하는지를 관찰하고 학습할 수 있는 자연생태공원으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입구로 향하니 습지공원으로 건너가는 생태다리 앞에 이곳을 상징하는 인형 캐릭터들이 오는 손님들을 반겨 맞아준다. 공원에 들어서니 아침부터 가족과 함께 방문한 아이들이 즐겁게 뛰놀고, 다른 한편에서는 탁자에 앉아 무언가 열심히 하는 아이의 표정이 진지하다.
입구에 있는 환경생태관에는 이곳에서 볼 수 있는 새와 동물들의 박제가 전시되어 있고 사진과 함께 자세한 설명이 붙여져 있다. 2층으로 올라가니 창문 너머로 황금빛 갈대 습지의 풍경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안내 지도를 보면서 오늘의 걷기 코스를 구상한 후 첫 번째로 물소리 길로 향한다. 개천을 따라 길이 이어져서 물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는 길로 철새를 관찰할 수 있는 탐방대가 길가에 여러 곳 설치되어 있다. 조용히 탐방대로 발걸음을 옮겨 창문 너머로 시선을 돌리니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철새들이 패션쇼의 모델처럼 서로 경쟁하듯 유유히 냇가를 거닌다. 물소리길 끝으로 더 이상 갈 수 없는 보호구역 안 나무 위에는 새 떼들이 모여 앉아서 서로의 안부를 묻듯 지저귀며 노래한다.
바람소리길로 들어서니 가로수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 소리와 습지의 갈대들이 만드는 바람 소리가 어우러져 멋진 하모니가 된다. 갈대 습지 사이로 만들어진 습지관찰로로 방향을 트니 물 위에 비친 하늘과 갈대들의 풍광이 조화를 이뤄 멋진 작품으로 다가온다. 습지에는 나들이를 나온 철새 가족이 물 위를 여유롭게 유영하며 여유를 즐긴다. 가운데 오솔길인 새소리 길을 따라 풍경에 심취해서 걸으니 어느덧 출발점이다.
갈대습지와 함께 안산의 걷기 좋은 코스인 안산호수공원으로 차로 이동하여 걷기를 시작한다. 주차장에서 조금 이동하여 갈대밭 사이로 나무데크 길을 따라 걸으니 이곳이 도심의 중심이라는 것이 전혀 믿기지 않는다.
나무 위로 보이는 빌딩들을 보고서야 도심임을 깨닫고 산책로를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길게 늘어선 메타세쿼이아 가로수들이 예쁘게 붉은 옷으로 갈아입고 오는 손님들을 환영한다. 한 폭의 풍경화처럼 곱게 물든 단풍의 풍광을 작품 사진으로 남기고 공원의 중심인 호수로 향한다.
호수 옆 넓은 광장에서 바라보는 호수와 물을 뿜어내는 분수의 모습이 푸른 가을 하늘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아름다운 가을 호수 풍경을 배경으로 붉게 물든 나무들의 모습이 더해져 절경을 만든다. 산책로에는 운동을 나온 사람들과 소풍을 나온 가족들이 밝은 미소를 지으며 열심히 오간다. 천천히 고개를 넘어 최종 목적지인 주차장에 도착해서 2시간, 만 보의 안산 걷기를 마무리한다.
여행 TIP.
신성리 갈대밭의 노을은 갈대를 낭만으로 물들게 하는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므로 시간 여유가 있다면 낙조를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을숙도 생태공원 내 낙동강하구에코센터에서 다양한 생태체험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니 미리 예약해서 즐겨 보면 좋다.
안산갈대습지공원은 시간 여유에 따라 다양한 코스를 걸어 볼 수 있고 홈페이지 예약으로 다양한 체험교육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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