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맑은내과의원 개원 [24년 봄호]
편집부
news@ksnnews.or.kr | 2024-03-04 17:03:16
김준현 / 양산맑은내과 대표원장
안녕하세요? 양산시 물금읍에 위치한 양산맑은내과의원 원장 김준현입니다. 저는 양산부산대학교병원에서 인턴, 레지던트, 전임의, 진료 조교수를 지내고 부산의 한 종합병원에서 봉직 후, 2023년 7월 약 200평 규모의 혈액투석 및 만성질환을 다루는 의원을 개원하였습니다. 소식지를 통해 인사드릴 수 있는 영광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공의 1년 차 시절 신장내과 환자를 처음 인계받던 날, 차트 한 바닥 가까이 되는 환자의 병력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신장 환자들은 여러 동반 질환을 가지고 있어 진료 보기가 어렵지만, 그렇기에 계속 공부하게 되고 그 결과로 환자들의 건강이 좋아질 때는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신장내과는 어려운 만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분과인 것 같습니다.
투석 환자들은 보통 한 군데의 인공 신장실이 정해지면 정기적으로 오랜 시간 다니시기 때문에 의료적 상담 외에도 개인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사람 대 사람으로 정이 생기고 환자에 대한 진료 이력이 쌓여 주치의로서 책임도 커지곤 합니다.
저의 경우에 수련과 봉직 기간에 병원을 옮기면서 정들었던 환자와의 rapport나 진료의 연속성이 끊기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고, 고민 끝에 한 곳에서 꾸준히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자 개원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막상 개원 준비를 시작하고 나니 하나부터 열까지 쉬운 게 없었습니다. 입지 선정부터 각종 업체 결정과 장비 및 소모품 구입 외 여러 행정적인 절차까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지만 또 쉽게 결정해서는 안 되는 일들의 연속이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꼭 한 가지 정해 두었던 것은 안락한 인공신장실을 만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일생의 많은 시간을 병원 침대에서 보내는 투석 환자들이 투석 받는 시간 동안 평안하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인테리어도 ‘병원’ 하면 떠오르는 화이트 톤을 배제하고 다크월넛을 주 색상으로 사용해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하였고, 침대 간 간격도 가능한 한 많이 띄워 보다 개인적인 공간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신경을 썼습니다.
개원 준비 과정에서 가장 저를 마음 아프게 한 것은 불법적인 투석 문의였습니다. ‘차량 지원은 가능한지, 본인부담금 면제나 감면은 가능한지’를 물어보며 타 병원과 비교하는 일이 제법 있었고, 요청에 응하지 않는 저희 병원을 비싸고, 환자를 생각하지 않는 병원이라며 불만을 표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동안 대한신장학회와 여러 선생님의 노력으로 불법적인 환자 유인 행위의 개선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나, 아직도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환자의 금전/편의적 요청을 불법적으로는 도울 수는 없지만 왜 그런 요청이 있는가에 대해 개인적 이유를 들어보면 안타까운 경우도 있어, 합법적으로 도움을 드릴 방법을 생각하였습니다.
국가나 지역사회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투석 환자의 복지 정책에 대해 상세히 찾아 알려드리고, 교통약자 환자분들의 이동 편의를 위해 관련 부서에 민원 제기를 해 드리기도 하였습니다.
한 번은 토요일 오전 투석을 마친 고령의 환자와 보호자가 진료를 마친 지 2시간이 지난 시간에도 병원 앞에서 교통약자 차량을 기다리고 계신 것을 보았습니다. 상황을 알아보니, 주말에는 교통약자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객들이 교외로 이동하는 등 사용량과 장거리 운행이 늘어나는 데에 비해 차량 공급은 한정되어 있어 차량 탑승 대기 시간이 길어졌던 것입니다.
그날 이후 저는 관련 부서에 연락해 문제를 제기하고, 교통약자 차량 서비스의 개선 필요성을 호소하였습니다. 그동안 투석과 관련된 환자의 고충만 생각해 왔는데, 이번 일을 겪으면서 병원 밖에서 환자가 겪는 어려움을 일부분 알 수 있었고, 신장 장애인의 복지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있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진료 철학은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고 환자에게 해가 되지 않는 진료를 하자’입니다. 근거와 의사 윤리에 맞게 소신껏 진료하면 환자분들도 다 알아봐 주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공자가 남긴 말 중에 “근자열 원자래 (近者悦 遠者來)”라는 말이 있습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이 찾아온다.’라는 뜻인데요. 이 말의 의미처럼, 가까이에서 저를 찾는 환자들과 병원을 함께 꾸려가는 직원들을 기쁘게 하면 멀리서도 환자분들이 찾아오실 거라는 생각을 갖고 양산맑은내과를 이끌어 가려 합니다.
끝으로, 무지의 상태로 부족한 점이 많았던 저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시고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해 주시는 양산부산대학교 및 부산대학교 병원 신장내과 교수님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또, 개원 준비에 난항을 겪을 때마다 값으로 매길 수 없는 많은 노하우와 조언을 해 주신 여러 선배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그 감사함을 환자분들께 좋은 영향으로 전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연이은 추위에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 맑음 하세요!
[ⓒ 대한신장학회 소식지.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