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문성모내과의원 개원 [22년 봄호]
편집부
news@ksnnews.or.kr | 2022-03-02 12:02:01
이윤희 / 쌍문성모내과의원 원장
안녕하세요, 저는 2019년 10월 서울시 도봉구 쌍문동에 쌍문성모내과의원을 개원한 이윤희입니다. 좋은 기회와 인연이 닿아 20년 동안 실력 있는 원장님께서 진료하시던 의원(구쌍문내과)을 인수받았습니다. 인공신장실 양도양수를 통한 개원이 많지는 않으나 관심있으신 선생님들께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저의 개원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개원 전
2017년 대학에서 전임의를 마치면서 결혼을 하게 되었고 이후 임신. 출산 과정을 거치며 낮에는 신장내과 의사로 밤에는 한 아이의 엄마로 정신없이 지냈습니다. 매년 신년 계획표 속에는 “개원”이라는 두 글자가 적혀 있었고 마음 한 구석에는 정말 괜찮은 내 병원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지만 하루하루 정신없이 살아내는 현실 속에서 적극적인 개원 준비에 용기를 내지는 못했던 날들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대학병원에 교수로 계시는 선배님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지인분이 의원을 양도하려 하는데 네가 해보면 어떻겠냐고 물으셨고, 주말 약속을 잡고 방문하였습니다. 의원은 생각보다 규모가 작았고 오래되어 낡았지만 그 안은 단단해 보였습니다.
원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긴 시간 애정을 갖고 운영해 오신 병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의원 양도양수가 무엇인지, 실무적인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 것인지, 양도자/양수자의 입장 차이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기에 막막하였습니다. 고민하던 중 양도양수 경험이 있으신 전 근무 병원 원장님께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부탁드렸습니다. 흔쾌히 본인의 경험을 나누어 주시고 도움이 될 만한 분들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양도양수 과정과 불안했던 개원 초기
양도양수 또한 신규 개원만큼 준비해야 하는 서류 및 처리해야 하는 업무가 많습니다. 환자 현황 및 재무제표를 평가하고 분석하여 적절한 권리금 협의를 하여야 하며 상가 계약, 환자 인수인계, 직원의 고용승계 여부 결정 및 물품, 약품 재고, 기계 리스 등도 확인하여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1개월 동안 진행하였으며 수차례 협의 과정을 거쳐 계약을 완료하였습니다.
투석실의 경우에는 휴무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인수 기간을 두고 인테리어를 하거나 보건소, 구청, 심평원, 세무서, 소방서 업무를 처리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미리 철저하게 준비하여야 추후에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꼼꼼하게 준비해도 개원 이후 예상하지 못한 난관은 반드시 발생하게 되어 있습니다. 문제가 생길까 노심초사하기보다는 예상 가능한 것들은 미리 준비하고 문제가 생긴다면 망설이지 않고 발 빠르게 대응해 나갈 것을 단단히 마음먹어야 합니다.
그렇게 설렘과 두려움이 뒤섞인 마음으로 개원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만들어가는 나의 의원이 시작된 것입니다. 닫고 있던 외래를 오픈하였고 간단하게 의원 홈페이지를 만들어 지역사회에 병원을 소개하였습니다. ’평생 이 동네에 살았는데 여기 내과가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하시면서 한두 분씩 외래를 찾아 주셨고 투석 환자도 늘어갔습니다. 개원 3개월 후에는 건물 공실이 생기면서 투석실 확장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1년 4개월동안 최선을 다해 달려왔습니다. 여전히 부족하고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작은 의원이지만 운영하면서 참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 그리고 ‘작은 일이라도 혼자서 하려면 한없이 큰 일이 될 수 있고, 아무리 큰 일이라도 주변의 도움이 있다면 사소한 이벤트로 끝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응원과 도움을 아낌없이 주시는 개원가 선배님들, 교수님들께 항상 감사한 마음이며 누가 되지 않도록 성심을 다하려고 합니다. 개원 당시 모든 직원을 고용승계 하였고 현재는 그 두배만큼 직원수가 늘었습니다. 믿고 따라와준 병원 직원들과 관계자 분들께도 고마운 마음입니다.
“인생은 곱셈이다 어떤 찬스가 와도 네가 제로면 아무 의미가 없다” 제가 좋아하는 문장입니다. 개원에 뜻이 있으신 선생님들이 계시다면 목표를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세우고 준비한다면 기회가 다가왔을 때 그 이상의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으리라 의심치 않습니다.
Less is more
가장 완벽한 상태란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상태’라 생각합니다. 개원 초기 일차 내과의원으로서 진료 범위을 어디까지 할 것인지와 병원의 컨셉은 어떻게 잡으면 좋을지를 생각하며 여러가지를 고민하였습니다. 아직까지는 검진 및 추가적인 진료를 할 수 있는 능력과 여력이 안된다는 판단을 하였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 라는 결론을 내려 현재에는 혈액투석 및 신장내과 진료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끊임없이 배우고 공부하고 진심과 최선을 다해 진료하고 윤리적으로 병원을 운영하는 것. 언제나 기본을 지키며 나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설 연휴 진료실에 앉아 개원가 소식을 쓰고 있습니다. 연휴에도 쉼없이 진료하시는 신장내과 선생님들 항상 존경하는 마음입니다. COVID-19 대유행으로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걱정과 근심이 많은 날들입니다. 모두들 힘내시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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